겨울의 마른 공기에 발뒤꿈치가
각질의 두께를 늘리고
가뭄의 마른논이다
작은 균열은 통증을 부르고
피가 내비치기도 한다
느릿느릿 뒤뚱뒤뚱
오리 한 마리 걸어 다닌다
로션도 피부보호용 연고도 소용이 없다
풍경이 온통 찌푸린다
갈증난 발뒤꿈치가 오로지 습기를 달라 한다
물기에 젖고 싶단다
내 발뒤꿈치는 슬픔의 유전자를 가졌나?
퇴근 후의 내 발은
장거리를 담아왔던 비닐봉투에
싸여 발목을 묶인채 잠에 들고
집에서는 언제나 비닐봉투 양말 속이다
한쌍의 오골계가 집안을 돌아다닌다
비닐봉투 양말 속에서 아픔을 재우고 발걸음이 가벼워져
눈 앞까지 환해진다
물기를 좋아하는 유별난 발뒤꿈치,
슬픔 속에서 편해지는 마음일까?
첫댓글 치열한 삶의 훈장이 가뭄으로 갈라지는 혈흔입니다.
여름을 기다리다 지친 겨울 나무처럼
지쳐가며 이겨내는 나무들 처럼
꿋꿋하게 슬픔조차 이끌고 가야겠습니다.
잘 감상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