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곰의 나라가 되다 — 왜 피해가 급증했을까?]
일본 뉴스에서 교통사고처럼 매일 보도되는 소식이 있다.
곰으로 인한 피해이다.
2025년 지금까지 곰의 습격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12명이고 부상자는 그 몇십 배가 된다.
사살된 곰의 숫자가 6000마리가 넘고 이를 처리하는 것도 큰 골칫거리이다. 자위대가 출동한 지역도 있다.
마치 1960~70년대 북한 무장공비 침투의 남한 침투에 대응하는 작전을 보는 것 같은 현상이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다.
곰이 사람 사는 곳으로 내려오는 첫 번째 이유는 먹이 흉년이다. 일본의 흑곰(혼슈·시코쿠 등)과 히그마(홋카이도)는 가을철 도토리와 너도밤나무 열매에 생존을 의존한다. 그런데 2023년 가을, 일본 전역에서 이들 열매가 유례없는 흉작을 겪었다. 숲속 먹이가 줄자 곰들은 굶주린 채 인간이 사는 마을로 내려왔다. 쓰레기장, 과수원, 주택가까지 그들의 새로운 ‘사냥터’가 된 것이다. 먹이 흉년은 해를 이어가며 영향을 남기기 때문에, 2024년 이후에도 곰 출몰은 줄지 않았다.
두 번째로는 곰의 개체수 자체가 늘어났다는 점이다. 환경성의 조사에 따르면 일본흑곰과 히그마 모두 2010년대 이후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이는 한때 멸종 위기에 처했던 종을 보호하려는 보전 정책의 성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보전의 성공이 인간과의 충돌을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서식지가 넓어지고, 곰의 개체가 많아지면서 사람과 마주칠 가능성도 급격히 높아진 것이다.
세 번째 요인은 농산촌의 인구감소와 사토야마(里山) 생태의 붕괴다. 한때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던 완충지대였던 사토야마는 이제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방치되고 있다. 밭이 황폐해지고, 사람의 기척이 줄어들자 곰에게는 오히려 접근하기 쉬운 통로가 생겼다. 과거에는 아이들 등하교 소리나 농기계의 소음이 곰을 멀리하게 했지만, 지금은 그런 ‘인간의 존재감’이 사라진 마을이 많다.
여기에 사냥 인구의 고령화와 감소도 심각한 문제다. 일본에서 곰이 나타났을 때 이를 포획하거나 쫓아내는 주체는 대부분 지역 엽사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평균 연령은 이미 60세를 넘어섰고, 젊은 세대의 참여는 거의 없다. 곰이 도심이나 마을에 나타나도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워지고,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뒤늦게 법적 대응을 완화하기 시작했다. 2024년 말부터는 도심이나 주거지에서도 긴급 상황 시 ‘즉시 사살’을 허용하는 제도를 마련했지만, 피해가 늘어난 뒤의 조치였다. 현장에서는 제도적 공백이 길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또한 곰들은 단순히 일시적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학습 효과’를 통해 인간 영역에 적응하기도 한다. 2023년 먹이 흉년 당시 음식물 쓰레기나 과일, 사료를 쉽게 얻은 곰들이 “인간의 공간은 먹을 것이 많은 곳”이라는 학습을 하게 되었고, 이후에도 마을 주변을 떠나지 않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특히 가을철 동면을 앞둔 시기에는 활동량이 많아져 충돌 위험이 커진다.
홋카이도의 히그마(우수리불곰) 문제도 심각하다. 몸집이 크고 공격성이 강한 히그마는 한 번 마을로 내려오면 위험 수준이 훨씬 높다. 사포로 주변에서도 목격 건수가 전년 대비 수배로 늘었다. 농가뿐 아니라 도심 근처에서도 자주 나타나 시민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일본의 곰 피해 급증은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 현상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먹이 부족, 개체수 증가, 인구 감소로 약해진 인간과 자연의 경계, 사냥 인력의 감소와 제도적 대응 지연이 서로 얽혀 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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