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기업에서 일감을 받던 북한 기업소들이 천안함 사건 이후 남한 정부의 대북교류 전면 금지 조치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 기업소들이 일감 확보를 위해 중국 내 남한 기업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중국 선양에서 의류 봉제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인 조 모 씨는 평소에 자신과 잘 알고 지내는 조선족 사업가가 제조 물량의 일부를 북한에서 제조할 의사가 있는지 넌지시 물어왔다고 자유아시아 방송(RFA)에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조선족 사업가는 담당자가 중국에 나와 있으니 원하면 직접 상담도 할 수 있다는 북측 기업소의 제의를 조 씨에게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 기업과 접촉하는 일을 자신이 중간에서 대행해주면 남한 정부의 대북 교류 금지 조치를 피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남한 기업으로부터의 주문 일감이 끊긴 북한 기업소들이 중국 내 남한 기업을 상대로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정황이 여러 차례 포착됐습니다. 이들은 중국 기업을 중간에 내세워 반제품을 북한에서 만들고 완제품은 중국에서 만드는 일종의 편법을 이용하는 것인데 벌써 이런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과 임가공 의류사업을 하다가 남한 정부의 5·24 조치 이후 거래를 중지하고 중국 봉제공장에 일감을 맡기고 있는 남한의 고 모 씨도 과거 거래하던 북한 기업으로부터 일감을 달라는 요청을 직접 받은 일이 있습니다. 고 씨는 “반제품을 북한에서 생산한 뒤 중국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만들면 표면적으로는 5·24 조치를 피할 수 있지만 과정이 너무 번거로워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고 씨는 그러나 “일부 중국 내 남한기업들 중에는 이같은 방식을 택한 곳도 있으며 이는 주로 남한이 아닌 제3국으로 수출하는 의류 등 봉제품”이라고 전했습니다. 중국 선양에서 한국 상품과 북한 상품을 함께 취급하는 가게를 운영하는 북한 화교출신 윤 모 씨도 자신의 친척이 북한에서 제조한 가발의 반제품을 중국 청도에 있는 남한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윤 씨는 “남한기업과 조선기업 사이에서 중간 일을 대행해주는 수고비를 남측으로부터 받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중국거주 한 북한소식통은 “북한의 각 기업소들은 중국에 친인척 또는 연고자가 있는 사람들을 중국에 파견해 남한 기업들을 상대로 일감 확보를 위한 은밀한 활동을 펴고 있다”면서 북한 기업소들이 5·24 조치로 인해 얼마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현상들이라고 말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