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고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
이 역설의 논리는 길 위를 떠돌아보면, 문득 깨닫는다.
그 낯선 도시에도 그저 흘러가노라니, 우연히 머물게 되었다.
약초거간꾼들 틈에 어울려 무심히 동행을 하였다.
장터에서 약간 비켜선 허름한 가옥이 하숙집이었다.
떠돌이들을 위해 보름에 한 번씩 셈본을 하는 하숙집이었다.
뜨내기 장돌뱅이며 약초도매상들이 주 고객이었다.
떠돌이들 틈에 어울려 있노라면 이런저런 수익이 되는 정보가 오간다.
이 도시는 충북 제천인데, 지형적으로 보면 강원도와 경북의
접경지역인데다 사통팔달의 교통도 원활하다.
영월 한 화교[華僑]에게서 청탁이 왔다.
침식이 제공되는 일주일 내외의 일거리였다.
하는 일이라고는 그저 그 화교의 집에 머무르는 일이었다.
화교의 장례식에 가방?인가 하는 일이었다.
돈이 많은 화교의 장례식은 일주일 내외로 길었는데,
혹시라도 밤에 마[魔]가 스며들까 횃불을 들고 불침번을 서는 일이었다.
천국은행에서 발행한 종이돈을 참 많이도 챙기기도 하였다.
그 천국은행의 화폐는 저승길의 노자로 목관 속에 넣기도 하였고,
모닥불에 일가친지들이 모여서 태우기도 하였다.
보름이 두 번이나 흘러가는 동안, 하숙집에
셈을 해주지 못해 형편이 딱했는데.....이번 일로 빚을 갚을 수 있으리라.
‘가능과 불가능‘의 갈림길이란 늘 엉뚱한 곳에서 갈린다.
노름을 즐기지도 않을뿐더러, 아예 하지도 않는데
그 마지막 날 새벽에 졸음이 몰려와 궁여지책으로 투전판에 어울렸다.
그리하여 다시 빈털터리가 되었고, 개평으로 몇 푼 얻었을 따름이다.
하숙집 동도[同徒]인 전라도 화순사내와 함께 화교댁에서 나왔다.
두 사람 모두 빈손으로 하숙집으로 돌아가기는 미안한 노릇이라.....
낯선 영월시가지를 어슬렁거리다가, 한낮이 지나가니 출출하여
관풍헌 자규루 인근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 주머니 사정에 어울리는
답답한 막국수를 시켰다. 여기에서 사연이 만들어졌으니......
피크타임이 지나간 식당은 한가하였고, 한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두 사내는 막국수를 시켰는데, 다른 손님은 비싼 삼결살을 먹는 중이었다.
은비녀에 화사한 한복차림의 숙녀였다. 은근히 약이 올랐다.
“야! 요즘 세상 정말 좋아졌어. 생각해봐라. 사내들은 죽으라고 일을 해도
기껏해야 막국수인데....누구는 팔자가 좋아 대낮부터 고기를 구워먹고 말이야.“
이렇게 노골적으로 비양거리니, 그 숙녀도 귀가 간질간질 하였는지
“아니, 그렇게 억울하면 합석하세요.” 이렇게 응답을 하는 것이 아닌가.
“아, 그 뭐냐. 여기 막국수 취소요.”하고는 재빠르게 합석을 하였다.
화순사내는 이 선비의 풍자와 해학을 알고는 있었으나, 아무래도
민망하여 멈칫멈칫 하였으나.......도대체 다른 방법이 없지 않던가.
“거 뭐냐. 아줌마 고기 이 인분 추가요.” 능청스레 떠벌리기도 하였다.
이렇게 느닷없는 고기파티에 넉넉하여져, 마음의 여유가 생기기에
이목구비를 이모저모 살펴보니 이당 김 은호의 ‘미인도’에서 본 즉한
그런 고전적 아름다움이 엿보여, 은근히 수작[酬酌]을 걸었다.
화순 사내에게 눈을 끔쩍이며 수신호로 쫓아버리고,
그 한복숙녀를 데리고 영월시장 앞 막다른 골목에 위치한
“골목다방”으로 한 잔의 커피를 마시러갔다.
지금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커피 잔을 앞에 놓고, 스토리가 다양하게 길어지는데.....
아리비안 나이트[리차드 번턴]의 몽환적 설화가 시작되었다.
경북 영주에서 당집을 운영하는 샤먼[만신]인데, 꿈에 장릉이 보여
아침에 불현 듯이 생면부지의 영월로 왔다는 것이다.
이런 신통력이 있는 샤먼에게 쓸데없는 허장성세는 어리석게 느껴져
솔직하게 고향에는 어린 아들이 있노라고 숨김없이 고백을 하였다.
“이미 다 알고 있었어요.”이러는 것이 아닌가.
꿈에 장릉에 가면 나무 목[木]이 있는 사내를 만난다고 하였다.
이 선비의 성씨를 풀어보면 나무 목[木]이 있었다.
아! 이런 신비한 인연지사가 있을 수 있구나 싶었다.
보면 볼수록 고전적 아름다움과 맑고 정숙한 투명함이 있었다.
방랑으로 지친 영혼에 드디어 안식처를 찾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영월터미널로 가서 제천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슬그머니 손을 내밀어 샤먼의 섬섬옥수를 은근하게 잡았다.
모나리자 미소 같은 은은한 볼웃음만 지으며 가만히 있었다.
첫댓글 흥미는 진지해지고 다음 편을 기대합니다.
글 고마워요.
다음 편이 기다려집니다.
즐감 합니다
재미 있네요
샤먼과의 끌림이 있는 조우라...
다음 편 기대됩니다~~~
필력이 대단하십니다.
ㅁ 슬그머니 손을 내밀어~
섬섬옥수를 은근하게 ~
모나리자 미소같은 은은한 볼웃음~
은은하다,멋진 표현 입니다.
아슴푸레 하며 흐릿한 ~
꿈속을 거닐다 ,안개에 젖어 굽굽 해진거 같어.
아주 그림을 그리세유~ ㅎ
글솜씨가 예사롭지가 않습니다
다음 후편이 무척이나 기대됩니다
독자들을 위하여 ........
ㅁ 이런 말씀은 작가님께 칭찬의 말씀으로
들릴꺼 같아요.기고만장봉 하여 그동안 써왔던
작품을 불태우고 두문불출 할거같아요.
@유해준
전혀! Never!! 꿈도 꾸지마요 ㅎ
달골짜기 님따라 여기 와봅니다.
나무목이 잇으면 이씨박씨네요.
달골짜기님 글
동화같기도 하면서 아주 재밋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계속 써주세요.
다음 편기 대해도 되지요
독자를 위하여~ ~
달골짜기님.....
예전에 나무목 공예가
있었는데ᆢ
이사 하다 분실 했습니다 ᆢ
귀한글 잘보고갑니다ᆢ
감사합니다
예사로운 필력이 아님은 알았지만 ..
눈에 머물고 마음에 스미는 글 주셔서 잘보고 있습니다
예전에 천주교 신자분이 쓰신 시리즈 글을 잘 읽었는데 이제부터는 무당과의 신내림인가요
멋진 글솜씨 기대하면서 좋은 결과 일지 순간의
쾌락일지가 궁금해집니다
선비이신가 했는데...한량이신가 싶기도 하고.
다음 이야기 어서 올려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