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실근무자로서 느끼는 진짜 상황과 문제에 대해 얘기해드리겠습니다
2018-02-02 18:07
leesungkye
추천 51 조회 6,171 리플 59
가가
요즘 뉴스에 이런저런 평창 올림픽 근무환경 때문에 말이 많은데요. 소속은 자세히 밝히긴 어렵고 실제 1월 중순부터 파견 와있어서 나름 보고 느낀대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 식사
끼니당 8,000원입니다. 뉴스나 인터넷에선 7,000원이라고 보도되던데 제가 사전에 공문 받기론 8,000원이라고 확실히 명시되어 있었습니다. 공무원파견+군인파견+단기취업 등의 유급인력들은 근무하는 날에 한해서 두끼가 제공되고, 나머지 한끼는 식사비 형태로 일당 8,000~10,000원 가량 지급되구요. 무급 봉사인력+군인장병들은 원래 돈받고 일하는게 아니니 무상 제공 형태로 취식 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음식이 괜찮다, 형편없다로 설왕설래가 많은데 어떻게 보면 두가지다 맞을 수도 있습니다. 경기장베뉴 별로 납품 업체(cj, 풀무원, 롯데 등등)가 다르다 보니 음식의 종류, 질 등이 초반부에는 많이 달라서 이곳저곳 옮겨다니며 근무하는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어떤 경기장음식이 낫다, 형편없다 얘기가 많이 돌았습니다.
구성은 일회용접시+수저+젓가락에 뷔페식으로 밥+메인반찬2가지+기본반찬2가지+국+샐러드+빵 으로 구성 자체는 나쁘지는 않습니다. 아마 IBC 방송센터 쪽이지 싶은데 거기는 외국인이 많아서 샐러드와 빵을 foreigners only로 국내인에게 제한을 걸었던 걸로 알고 나머지 쪽은 상관없이 다 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언론보도 이후로 반찬 구성이 어떤 경기장이냐에 따라 큰 구분없이 상향 평준화되었으며 단체 급식으로 간주하면 나쁘지 않은, 아니 꽤 괜찮은 식단이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제 돈주고 8,000원 주고 이걸 먹는다 생각하면 소비자 입장에서 물음표는 당연히 붙을 꺼라 생각합니다. 지역이니 지역인만큼 운반이나 수송, 보관 등에 드는 비용도 생각해야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총평 : 납품단가를 생각하면 좀 비싼데? 싶은데, 단체급식으로 간주하고 바라보면 꽤 괜찮으며 현재는 상향평준화되어 있는 상태로 근무인력들 대부분 만족하며 먹는 상태다.
2. 의류
기본적으로 스키상의, 스키우의, 내의집업, 내의스포츠티, 장갑2개, 빵모자, 스노우신발, 등산가방이 세트로 지급되며 놀스페이스 제품입니다. 비용관계로 패딩이 빠진 형태라 이것만 입으면 평창의 날씨를 고려할때 추운건 사실입니다.
대부분 내복+얇은트레이닝바지를 안에 더 입으면 그나마 활동할만한데 너무 추워서, 본인이 챙겨온 패딩잠바를 위에 걸쳐서 많이 입습니다. 하지만 스폰서 계약 관계로 곧 제공받은 유니폼 위에 계약되지 않은 의류를 입는 건 제한되기 때문에 이마저도 못입을 겁니다. 공식 유니폼 안으로 개인방한대책을 겹겹히 많이 입어 준비하고 있습니다.
총평 : 디자인이 올림픽 아니면 절대 못입을 것 같긴 한데 의류 자체는 놀스페이스 제품이라 꽤 좋다 하지만 패딩이 없어 이것만으로 입는 건 사실 야외근무 하는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평창 날씨가 춥다.
3. 숙소
사실 위 두 가지 문제보다 숙소가 사실 문제는 문제입니다. 숙박과 관광에 대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쪼그만한 도시에서 올림픽을 이루다 보니 3~4만명이 넘는 인력이 거주할 숙소가 아예 감당이 안됩니다. 11~12월에 미리와서 근무하던 공무원 인력들은 평창 내의 수련원, 리조트, 기숙사 등을 임대하여 지내왔으나 1월 중순부터는 이마저도 평창에 오는 VIP, 외국인, 외빈 등을 위해 비워야 하기 때문에 모조리 멀리 옮겼습니다.
평창, 강릉을 중심으로 횡성, 원주, 고성, 양앙, 속초, 동해 등등 편도 출퇴근 거리 60~130키로 정도로 떨어져 있어 지난주부턴 출퇴근 시간만 왕복으로 하루 2~3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숙소 상태 또한 세탁기, 샤워실 등등 굉장히 미비한 곳이 많아 유급, 무급 인력할 것없이 불만이 많은 상태입니다.
셔틀버스가 700대 가량 움직이는데 워낙 노선이 복잡하여 버스기사들도 언제 운행하는지, 출발 및 도착은 어디인지 교육이 엉망으로 되어 있어 계속 밤마다 빵꾸가 나서 추운 밤에 밖에서 1~2시간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거리가 먼 숙소에 이곳저곳 퇴근시간이 다른 근무자들을 태워서 보내다보니 퇴근 시간이랑 버스시간도 안맞아 퇴근을 해도 30분~1시간 가량 기다려야 되는데, 버스가 빵꾸가 자주 나서 또 기다리고, 운행시간도 2~3시간이니 불만이 굉장합니다. 한 1주 정도 지나면 시스템이 안정화되면 나아지지 않을까 싶긴 한데 평창의 인프라를 생각하면 초창기부터 예건되었던 문제점이라 볼 수 있습니다.
총평 : 최악!!
4. 어떤 인력들을 데리고 와서 올림픽은 굴러가는 걸까?
(1) 공무원
이번 올림픽 조직위원회로 5,7,9급 공무원으로 작년에 합격한 초임수습인력이 첫 배치로 대거 이곳에 끌려왔습니다. 이들이 올림픽을 운영하는 실제 주체라고 보면 됩니다. 병아리 공무원 수준이다 보니 진행되는 일들이 더디고 시행착오가 굉장히 많은 편이고 공무원들도 굉장히 힘들어 합니다. 실제로 5급 공무원 한 분이 과로업무로 자살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2) 핵심유급인력
스키장 슬로프내 응급진료를 위한 응급의학과 의사, VIP 통역을 위한 전문 통역사, 각종 기술인력 등등 싼 값에 구할 수 없는 핵심소수인력 등은 시세(?)에 맞는 페이를 주고 데리고 온 걸로 압니다. 이들은 월급도 나쁘지 않고 휴식시간, 숙소 등등 모든 면에서 월등한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3) 무급봉사
작년 하반기부터 대거 모집했지만 10~20프로는 선정되고 이탈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결국 예상된 인력보다 많이 모자란 숫자에서 첨부터 시작을 했습니다. 무급봉사인력에게 휴일 하루 없이 45일간 매일 8시간 근무스케쥴이 짜져 있어 어 이를 보고 이탈을 많이 했고, 이탈하지 않은 사람들도 이를 관리하는 공무원들과 신경전을 많이 벌였습니다.
무급봉사 : 아무리 봉사라고 해도 해도해도 너무한거 아니냐? 어떻게 쉬는 날 하루 없이 출퇴근 2~3시간을
어떻게 하냐?
초임말단공무원 : (해결할 능력은 없는데 달래고 달랩니다)
무급봉사 : (변화가 없으니 계속 불만을 제기합니다)
초임말당 공무원 : (달래다 본인도 빡쳐서) 봉사로 왔으면 이정도 감안하고 오는거 아니냐!!
무급봉사 : (더 빡쳐서) 쏼랴쏼랴쏼랴
현재는 무급봉사 인력이 다행히(?) 갑의 위치에서 초창기보다 나은 휴식여건도 보장되어 대부분이 불만은 많지만 선의의 마음으로 참고 잘 근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대부분 주6 8시간 근무+하루휴식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4) 무급봉사를 대체하기 위한 유급인력
사람이 모자라다 보니 특정 분야에선 모자란 무급인력을 대체하기 위해 하루 3만원 꼴로 임금을 받고 근무하는 인력도 뽑고 했습니다. 140~150만원 가량 실수령으로 받을 거 같다 얘기는 하더군요. 아무튼 웃긴게 똑같은 위치에서 똑같은 업무를 하는데 어떤 사람은 무급봉사 인력이고, 어떤 사람은 일당 3만원받는 유급인력입니다.
무급인력이 아무래도 문제 제기도 막 하고 갑의 위치(?)에 있다보니, 일당 3만원받는 유급인력이 이를 다 메꾸고 유급인력들은 정말 휴식일 하루 없이 주7 8시간 근무 로테이션으로 계속 돌아가고 있습니다. 은근히 이 사람들이 중간에 끼어서 젤 안되 보이더군요.
(5) 군인
군인 없으면 올림픽은 절대 운영할 수 없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공무원도 안하고, 무급 유급인력들도 안하는 3D의 근무는 모조리 장병 및 부사관들이 투입되고 있습니다. 근무환경도 쉬는 날없이 8시간 로테이션으로 돌아가고 있구요. 그런데도 다섯 카테고리 중에서 불만은 제일 적습니다. 참 안타까우면서도 대단하고 존경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추운 날씨 24시간 경기장 경계, 주차관리, 길 안내, 차량 운전 등등 밖에서 추위에 떨면서 단순노동의 업무는 거의 대부분 군인들이 한다고 보면 됩니다. 개폐회식에 동원되는 춤추고 공연하는 남자인력들 대부분이 어린 장병들입니다. 참 안되보이는데 얘들은 같이 공연 연습하는 여자인력들이 한예종 학생들이라 춥거나 말거나 대대 있는 것보다 곱절은 신나보였습니다.
평창에 와 있으며 느끼는건 국가가 이런 중대행사를 유치하는 건 경제적 상황과 향후 적자를 최대한 비판적으로 보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지 몇몇 정치인의 실적 쌓기 위한 행동과 지역민들의 이기심에 의해 섣불리 추진되서는 안된다는 점입니다. 아무런 사고없이 무탈하게 평창올림픽 운영이 되었으면 하는게 제 현재의 바람입니다.
http://mlbpark.donga.com/mp/b.php?p=1&b=bullpen&id=201802020013340900&select=&query=&user=&site=&reply=&source=&sig=h6jBSg2Y63aRKfX@hlj9Gg-Yhhlq
첫댓글 의외로 아시는 어르신 한 분이 불만없이 봉사활동을 하시더라고요. 알고 보니 88올림픽에도 봉사하셨던 분이셨음. 그때 받은 옷이나 기타 세트를 아직도 보관중이라 하더라고요.
그런 분이면 진짜 감회가 남다르실 거 같긴 하네요
@페터 힘드신거 없냐고 울 아부지가 물었더니 88때보다 훨 낫다고...
@수라나찰 그나마 다행인 건가요.......ㅜㅜ
이번 올림픽이 망작인 건 확실한 거고
그나마 건진건 인프라 정도겠네요
그걸 잘 챙길수 있느냔 빙상연맹이랑 강원도일텐데... 기대는 안되네요
빙신연맹 하는 꼬라지들 보니 기대하는 것 자체가 아깝죠 ㅡㅡ
똥 만든놈 따로 치우는 놈 따로. 하지만 욕은 제대로 못치우는 놈의 차지.
군인은 저기가 좋지. 어차피 일하는거 밖에서 여자와 훈련도 안하고할수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