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래무침- 그 바다의 내음
요즘 TV를 보면 다양하고 푸짐한 먹거리 프로그램이 극성이다.
찾아가는 맛기행까지 하며 옛날 추석 때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놓고
‘더도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하던 축원은 과거의 어려웠던 생활의 흔적일 뿐.
비만은 국가적 차원에서 걱정해야 하는 작금과 격세지감이 든다.
그런데 지금 나 역시 음식 얘기를 하려는데 소박한 거라서 별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역설적으로 더 춥다 한다.
이런 추운 계절이면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남해안에서 생산된 파래며 미역이 시장 곳곳 좌판에 그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진동색 김이 섞인 짙은 녹색 파래는 매초롬히 다듬어져서 한 지기 씩,
생미역은 달비인 듯 윤기 나는 암갈색 머리채로,
옛날 갯가에 살 때 개발하는데 따라가서 돌에 붙은 갈파래를 뜯던 생각이 난다.
손바닥만 한 쇤 것은 어세어서 먹기에 좀 거북했었다.
그런데 요즘 양식된 파래는 가늘고 부드러워 무쳐 먹기에 좋다
맑은 젓국에 고춧가루 마늘 실파 통깨 식초 두어 방울 치고 무치면 그만이다.
또 바지락이나 삿갓을 넣은 된장찌개에 덤뿍 넣어 젓가락으로 길게 건져 먹어도 희한한 맛이 난다.
그 향긋한 갯내음이라니!
파도에 일렁이며 바다를 온 몸으로 유영하는 느낌이다.
칼로리는 낮으면서 무기질은 많고 값도 싸다.
입안에서 착착 감치는 이 미감을 나는 이 한 철 숨은 듯이 알뜰히 즐기고 있다.
해의 들머리다.
올해는 어떤 만남 어떤 사연 어떤 장소- 사소한 것일지라도
어릴 적 색색이 구슬 모으듯 주머니에 담아
딸랑거려 볼 양이다.
첫댓글 이 세상에는 맛있는 게 무지 많다/ 아름다운 경관이나 사람도 엄청나다./살아 볼만한 세상이다.^^*
사소한 것도 몸에 익으면 살붙이처럼 정이 가겠지요. 구슬 깨지지않게 조심하시고요.
구슬 깰 뻔한 사람은 다른 사람인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