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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거여선(燒車與船)
수레와 배를 불사르다
燒 : 불사를 소(火/12)
車 : 수레 거(車/0)
與 : 줄 여(𦥑/7)
船 : 배 선(舟/5)
당송팔대가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한유는 자신의 인생을 점검하며 궁귀(窮鬼)를 떠나보낸다는 '송궁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궁귀의 궁은 다할 궁자로 무엇인가를 끝낸다는 뜻을 지니고 있고 더 이상 갈 길이 다해 다른 길이 없어 막혀있다는 궁색의 의미로도 쓰인다.
자신의 성향이나 재질에 대해 한유는 다섯 가지의 소주제를 가지고 평가하였다. 평가를 하면서 이제 그런 성향이나 재질을 떠나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결국 자신의 운명이라 깨닫고는 받아들이게 되는데 이런 심리적인 전개과정을 다섯 귀신을 끌어들여 글을 쓰고 있다. 다섯 귀신은 지궁(智窮), 학궁(學窮), 문궁(文窮), 명궁(命窮), 교궁(交窮)이다.
지혜로 따지면 남을 해치는데 쓰지 못하고, 학식으로 따지면 실용적인 것이 아닌 심원하고 미묘한 것을 알아내려 하고, 문장으로 따지면 기능적인 문장이 아니라 남들이 보면 기귀한 문장을 만들어내고, 운명으로 따지면 마음씨는 고와서 이익을 추구하는 일에 느리고 책임질 일에 빠르며, 사교로 따지면 속마음을 솔직히 다 보여주고도 배신을 당하는 궁색함을 말한다.
자신이 갖춘 지혜와 학식과 문장과 운명과 사교의 양태가 세속과는 달라서 고생을 하니 이제 그만 이별하고 싶다는 내용이다. 이 다섯 귀신이 자신에게 다섯 가지 환난을 만들어 굶주리게 하고 헐벗게 하며 비난을 받게 하고 미혹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을 떠나보내려 밥과 술과 수레와 배를 마련해놓고 제발 떠나달라고 빌지만 결국 준비했던 수레와 배를 불사르며 포기한다는 해학적인 형식의 글이다. 타고난 기질과 개성을 바꾸기란 쉽지 않은 모양이다.
[添]
송궁문(送窮文)-한유(韓愈)
元和六年正月乙丑晦(원화육년정월을축회) : 원화 육년 정월 을축날 저녁에,
主人使奴星(주인사노성) : 주인이 하인 성으로 하여금
結柳作車(결류작차) : 버드나무를 얶어 수레를 만들고
縛草爲船(박초위선) : 풀을 묶어 배를 만들게 한 다음,
載糗輿粻(재구여장) : 미수가루와 양식을 싣고서
牛繫軛下(우계액하) : 멍에 밑에 소를 매고
引帆上檣(인범상장) : 돛대 위에는 돛을 달고
三揖窮鬼而告之曰(삼읍궁귀이고지왈) : 궁귀에게 세 번 읍하며 그에게 말하였다.
聞子行有日矣(문자행유일의) : “듣건대 그대에겐 떠나야 할 날이 있다고 합니다.
鄙人不敢問所途(비인불감문소도) : 비루한 내가 감히 갈 길은 묻지 못하겠으나,
躬具船與車(궁구선여차) : 몸소 배와 수레를 마련하고
備載糗粻(비재구장) : 비수가루와 양식도 모두 실어놓았소.
日吉辰良(일길신량) : 날짜 길하고 시절도 좋은 때라서
利行四方(리행사방) : 사방으로 떠나도 이로울 것이니,
子飯一盂(자반일우) : 그대는 밥 한 그릇을 먹고
子啜一觴(자철일상) : 술 한 잔 마신 다음
携朋挈儔(휴붕설주) : 친구와 무리들을 이끌고
去故就新(거고취신) : 옛 고장을 떠나 새 고장으로 떠나도록 하오.
駕塵弓彉風(가진궁확풍) : 먼지 일으키며 수레 달리고 빠른 바람 타고 배 몰아
與電爭先(여전쟁선) : 번개와 앞 다투며 간다면,
子無底滯之尤(자무저체지우) : 그대에게는 머물러 있다는 허물이 없게 될 것이오.
我有資送之恩(아유자송지은) : 나는 노자를 갖추어 전송한 은혜를 지니게 될 것인데,
子等有意於行乎(자등유의어행호) : 그대들은 떠날 뜻이 있소?” 하였다.
屛息潛聽(병식잠청) : 숨을 죽이고 조용히 들으니
如聞音聲(여문음성) : 말 소리가 드리는 듯 하였는데,
若嘯若啼(약소약제) : 휘파람 소리와도 같고 우는 소리와도 같게
砉欻嚘嚶(획훌우앵) : 중얼거리고 자잘거리니
毛髮盡竪(모발진수) : 몸 털과 머리카락이 모두 곤두서고
竦肩縮頸(송견축경) : 어깨를 들추고 목을 움츠리게 하였다.
疑有而無(의유이무) : 소리가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하다가
久乃可明(구내가명) : 오랜 뒤에야 분명해졌는데,
若有言者曰(약유언자왈) : 다음과 같은 말을 하는 것이었다.
吾與子居四十年餘(오여자거사십년여) : “나와 선생님이 함께 살아온지는 사십 년이나 되었습니다.
子在孩提(자재해제) : 선생님이 어렸을 적에는
吾不子愚(오불자우) : 나는 선생님을 어리석게 여기지 아니하였고,
子學子耕(자학자경) : 선생님의 공부도 하고 밭도 갈면서
求官與名(구관여명) : 벼슬과 명예를 추구하는 동안에도
惟子是從(유자시종) : 오직 선생님만을 따르며
不變于初(불변우초) : 처음처럼 끝내 변함이 없었습니다.
門神戶靈(문신호영) : 문의 신들에게
我叱我呵(아질아가) : 나는 야단 맞고 꾸중을 들으면서도
包羞詭隨(포수궤수) : 부끄러움을 참고 무조건 따르면서
志不在他(지불재타) : 딴 곳에 뜻을 둔 적이 없었습니다.
子遷南荒(자천남황) : 선생님께서 남쪽 먼 곳으로 귀양을 갔을 적에는
熱爍濕蒸(열삭습증) : 뜨겁고 덥고 습기차고 찜질하는듯 하였으므로,
我非其鄕(아비기향) : 나는 그 고장에 익숙치 못하여
百鬼欺陵(백귀기릉) : 여러 귀신들이 속이고 능멸하였습니다.
太學四年(태학사년) : 태학에서는 사 년 공부하는 동안에는
朝齏暮塩(조제모염) : 아침에는 아침 부추, 저녁에는 소금으로 반찬하며 지냈으나,
惟我保汝(유아보여) : 오직 저 만이 당신을 보살펴 주었고,
人皆汝嫌(인개여혐) : 사람들 모두가 당신을 싫어했으나
自初及終(자초급종) : 처음부터 끝까지
未始背汝(미시배여) : 한 번도 당신을 배반한 일이 없었습니다.
心無異謀(심무이모) : 마음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해본 일이 없고
口絶行語(구절행어) : 입으로는 가겠다는 말을 전혀 한 일이 없는데,
於何聽聞(어하청문) : 어디서 무슨 말을 듣고
云我當去(운아당거) : 저에게 가야한다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是必夫子信讒(시필부자신참) : 이것은 필시 선생님께서 남이 모함하는 말을 믿고서
有間於予也(유간어여야) : 내게 거리를 두게 된 때문일 것입니다.
我鬼非人(아귀비인) : 저는 귀신이지 사람이 아니거늘
安用車船(안용차선) : 수레와 재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鼻嗅臭香(비후취향) : 코로 추한 냄새와 향기나 맡고 지내니
糗粻可損(구장가손) : 미수가루와 양식도 버리는게 좋을 것입니다.
單獨一身(단독일신) : 홀로 외짝인 한 몸인데
誰爲朋儔(수위붕주) : 친구와 무리란 어떤 자들입니까?
子苟備知(자구비지) : 선생님께서 진실로 모두 알고 계신다면
可數以不(가수이불) : 그런가 그렇지 않은가 따질 수 있을 것입니다.
子能盡言(자능진언) : 선생님께서 모두 말할 수 있으시면
可謂聖智(가위성지) : 성인이나 지인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情狀旣露(정상기로) : 진실이 이미 드러나 있다면
敢不廻避(감불회피) : 감히 회피하지 않겠습니까?”
主人應之曰(주인응지왈) : 주인이 대답했다.
子以吾爲眞不知也邪(자이오위진부지야사) : “그대는 내가 정말로 알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子之朋儔(자지붕주) : 그대의 벗과 무리들은
非六非四(비육비사) : 여섯 명도 아니고 네 명도 아니며,
在十去五(재십거오) : 열에서 다섯을 뺀 숫자이고
滿七除二(만칠제이) : 일곱 중에서 둘을 덜어낸 숫자요,
各有主張(각유주장) : 제각기 주장하는 일이 있고,
私立名字(사립명자) : 사사로이 이름을 내세우며,
捩手覆羹(렬수복갱) : 남의 손을 비틀어 뜨거운 국을 덮고
轉喉觸諱(전후촉휘) : 노래를 하며 남의 꺼리는 일을 들추어 내었소.
凡所以使吾面目可憎(범소이사오면목가증) : 모든 내 얼굴을 가증스럽게 하고,
語言無味者(어언무미자) : 하는 말을 무미건조하게 하는 것이
皆子之志也(개자지지야) : 모두 그대들의 뜻이었소.
其一名曰智窮(기일명왈지궁) : 그 첫째 이름은 지궁인데,
矯矯亢亢(교교항항) : 고답적이면서도 뻣뻣하고
惡圓喜方(오원희방) : 둥근 것은 싫어하고 모난 것을 좋아하며,
羞爲姦欺(수위간기) : 간사하고 속이는 것을 부끄러워하는데,
不忍害傷(불인해상) : 남을 해치고 상하게 하는 짓은 차마 하지 못하오.
其次名曰學窮(기차명왈학궁) : 그 다음은 이름을 학궁이라 하는데,
傲數與名(오수여명) : 법도와 명서에 대하여는 오만하고,
摘抉杳微(적결묘미) : 심원하고 미묘한 것을 잡아내며
高挹群言(고읍군언) : 여러 가지 이론들을 높이 들추어내어
執神之機(집신지기) : 신의 기밀을 파악하지요,
又其次曰文窮(우기차왈문궁) : 또 다음은 문궁이라 하는데,
不專一能(불전일능) : 한 가지 능력만을 오로지 추구하지 않고
怪怪奇奇(괴괴기기) : 기괴한 표현을 일삼아
不可時施(불가시시) : 시국에 응용할 수가 없고
秖以自嬉(지이자희) : 오직 스스로 즐길 따름이오.
又其次曰命窮(우기차왈명궁) : 다시 그 다음은 명궁이라 하는데,
影與形殊(영여형수) : 그림자와 형체가 달라서
面醜心姸(면추심연) : 얼굴은 추하나 마음은 곱고,
利居衆後(리거중후) : 로운 일에는 다른 사람들 뒷전에 서고
責在人先(책재인선) : 책임질 일은 남들보다 앞장서지요.
又其次曰交窮(우기차왈교궁) : 또 다음은 교궁인데,
磨肌戞骨(마기알골) : 살갗을 부비며 남과 가까이 지내고
吐出心肝(토출심간) : 마음 속을 다 토해내서 보여주고
企足以待(기족이대) : 발돋음하고 기다리며
寘我讐寃(치아수원) : 남을 대우하고도 나를 원수자리에 놓이게 하는 것이오.
凡此五鬼(범차오귀) : 이 다섯 귀신들은
爲吾五患(위오오환) : 나의 다섯 가지 환난을 마련해주어,
飢我寒我(기아한아) : 나를 굶주리게 하고 헐벗게 하며
興訛造訕(흥와조산) : 내게 소동을 일으키고 비난을 받게하여,
能使我迷(능사아미) : 나를 미혹하게 만들고 있지만
人莫能間(인막능간) : 사람들은 아무도 이에 간섭하지 못하오.
朝悔其行(조회기행) : 아침에 그러한 행동을 후회하지만
暮已復然(모이복연) : 저녁이면 또 다시 그러하니,
蠅營狗苟(승영구구) : 파리 떼가 붕붕거리고 개가 구차히 지내듯
驅去復還(구거복환) : 쫓아버려도 다시 돌아오지요.”
言未畢(언미필) : 말을 마치기도 전에,
五鬼相與張眼吐舌(오귀상여장안토설) : 다섯 귀신들이 모두 눈을 크게 뜨고 혀를 내밀고
跳踉偃仆(도량언부) : 펄쩍 뛰다가는 이리저리 나자빠지며,
抵掌頓脚(저장돈각) :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失笑相顧(실소상고) : 실소하면서 서로 돌아다보고
徐謂主人曰(서위주인왈) : 천천히 주인에게 말하였다.
子知我名凡我所爲(자지아명범아소위) : “선생께서 우리 이름과 모든 우리 행위를 아시고
驅我令去(구아령거) : 우리를 내쫓아 떠나라고 하시는데,
小黠大癡(소힐대치) : 작게는 약지만 크게 바보스런 짓입니다.
人生一世(인생일세) : 사람이 나서 한 평생
其久幾何(기구기하) : 얼마나 오래 사는 겁니까?
吾立子名(오립자명) : 우리는 선생님의 명성을 세워서
百世不磨(백세불마) : 백세 뒤에도 지워지지 않게 하려는 것입니다.
小人君子(소인군자) : 소인과 군자는
其心不同(기심부동) : 그들 마음이 같지 않은 것이니,
惟乖於時(유괴어시) : 오직 시국에 어긋나야만
乃與天通(내여천통) : 비로소 하늘과 통하게 되는 것입니다.
携持琬琰(휴지완염) : 아름다운 옥홀을 가지고
易一羊皮(역일양피) : 한 장의 양 가죽과 바꾸고,
飫於肥甘(어어비감) : 기름지고 단 것에 배가 불러
慕彼糠糜(모피강미) : 겨와 싸래기를 흠모하는거나 같은 일이지요,
天下知子(천하지자) : 천하에서 선생님을 아는데 있어서
誰過於予(수과어여) : 누가 우리보다도 더 낫겠습니까?
雖遭斥逐(수조척축) : 비록 배척받아 쫓겨나게 되었다고 하여도
不忍子疏(불인자소) : 차마 선생님을 멀리하지 못하겠습니다.
謂予不信(위여불신) : 나를 믿지 못하겠다면
請質詩書(청질시서) : 시경과 서경을 놓고 질정해 보도록 하십시오.”
主人於是垂頭喪氣(주인어시수두상기) : 주인은 그러자 머리를 떨구고 기가 죽어
上手稱謝(상수칭사) : 두 손을 들어 사과를 한 다음
燒車與船(소차여선) : 수레와 배를 불사르고
延之上座(연지상좌) : 그들을 마중하여 상좌에 앉히었다.
送窮文 - 韓愈 -
迂齋云, 前面許多鋪陳布置結裹收拾, 盡在後面, 看到後面, 方知前面, 盡是戲言.
우재 운, 전면의 허다한 포진과 배치, 싸고 수습함이 모두 후면에 있으니, 후면을 보면 바야흐로 전면이 모두 농담이다는 것을 알게 된다.
然則退之此文, 非是送窮, 乃是困窮, 機軸之妙, 熟讀方見.
그러하다면 퇴지의 이 글은 궁함을 보낸 것이 아니고 바로 궁함을 굳게 지킨 것이니, 문 구성(機軸)의 묘함을 익숙히 읽어야 비로소 알 수 있다.
進學解, 是說爲師弟者間難之辭, 此是說爲人鬼間難之事, 可以參觀.
진학해는 스승과 제자가 묻고 논란하는 말을 가설한 것이라면, 이것은 사람과 귀신이 묻고 논란하는 말을 가설한 것이니 참고하여 볼 만하다.
◯ 洪曰; 予嘗見文宗備問云, 顓頊高辛時, 宮中生一子, 不著完衣, 宮中號爲窮子.
홍씨 왈, 내 일찍이 문종비간을 보니 운, 전욱고신씨 때 궁중에서 한 아들을 낳았는데 완전한 옷을 입지 않으므로 궁중에서는 그를 궁자라 불렀다.
其後正月晦死, 宮人葬之, 相謂曰, 今日送却窮子, 自爾相承送之.
그 후 정월 그믐날 그가 죽자, 궁인들이 그를 장례하고 서로 일러 왈, 오늘 궁자를 전송한다 하였는데, 이후로 서로 받들어 보냈다 하였다.
又唐四時寶鑑云, 高陽氏子, 好衣弊食糜, 正月晦, 巷死, 世作縻棄弊衣, 是日祝於巷, 曰除貧也.
또 당나라 사시보감에 운, 고양씨 아들이 헤진 옷을 입고 죽을 먹기를 좋아하였는데, 정월 그믐날 길에서 죽으니, 세상에서는 이날 죽을 쑤고 헤진 옷을 버리면서 길에서 축원하면서 왈, 가난을 제거한다 하였다.
然退之送窮文, 與揚子雲逐貧賦, 大意相類, 盖古人作文, 皆有所祖述.
그러나 퇴지의 송궁문은 양자운의 축빈부와 대의가 서로 유사하니, 대개 고인들이 문장을 지을 때는 모두 祖述(선인의 법을 따름)하는 바가 있었다.
◯ 按子雲逐貧賦, 始云, 惆愴失志, 呼貧與語, 今汝去矣, 勿復久留, 貧曰, 唯唯, 終之日, 貧逐不去, 與我遊息, 其節次調度意脈, 如出一律.
살펴보건대, 자운의 축빈부에 처음에 운, 뜻을 잃음을 슬퍼하여 가난을 불러 더불어 말하기를, 너는 이제 떠나가고 다시는 오래 머물지 말라 하니, 가난이 왈, 예 예 하고 대답하고는, 끝내 떠나가지 아니하고 나와 놀고 쉰다 하였으니, 그 절차와 調度와 意脈이 한 법칙에서 나온 것 같다.
元和六年正月乙丑晦, 主人使奴星, 結柳作車, 縛草爲船, 載糗輿粻, 牛繫軛下, 引帆上檣, 三揖窮鬼而告之曰,
원화 육년 정월 을축날 저녁에, 주인이 하인 성으로 하여금 버드나무를 엮어 수레를 만들고 풀을 묶어 배를 만들어서, 미수가루와 양식을 싣고서 소를 멍에 아래에 매고 돛을 달고 삿대를 올리고는, 궁귀에게 세 번 읍하고 그에게 고하여 왈,
聞子行有日矣, 鄙人不敢問所途, 躬具船與車, 備載糗粻.
들으니 그대들은 떠날 날이 정했다 하니, 비루한 내가 감히 가는 곳은 묻지 못하겠으나, 몸소 배와 수레를 마련하고 미숫가루와 양식을 갖추어 실어 놓았습니다.
日吉辰良, 利行四方, 子飯一盂子啜一觴, 携朋挈儔, 去故就新.
날이 길하고 때가 좋아 사방으로 가기에 이로우니, 그대는 밥 한 그릇을 먹고 술 한 잔 마신 다음 친구와 무리들을 이끌고, 옛 집을 버리고 새로운 곳으로 떠나가오.
駕塵彉風, 與電爭先, 子無底滯之尤, 我有資送之恩, 子等有意於行乎.
먼지 일으키며 빠른 바람을 타고서 번개와 더불어 앞을 다툰다면, 그대에게는 지체한다는 허물이 없고, 나는 재물을 주어 전송하는 은혜가 있으니, 그대들은 떠나는데 뜻이 있는가?
屛息潛聽, 如聞音聲, 若嘯若啼, 砉欻嚘嚶, 毛髮盡竪, 竦肩縮頸.
숨을 죽이고 조용히 들어 보니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는데, 휘파람 소리 같고 우는 소리 같아 휙휙 하고 한숨 쉬는 듯 우는 것 같으니, 모발이 모두 곤두서고 어깨가 올라가고 목을 움츠리게 하였다.
疑有而無, 久乃可明, 若有言者曰, 吾與子居四十年餘.
소리가 있는 듯하고 없는 듯하다가, 오랜 뒤에야 분명해졌는데, 마치 말을 하는 자가 있는 것처럼 왈, 나와 그대가 함께 살아온 지 사십 여년이나 되었다.
子在孩提, 吾不子愚, 子學子耕, 求官與名, 惟子是從, 不變于初,
그대가 어렸을 적에 나는 그대를 어리석게 여기지 아니하였고, 그대가 공부하고 그대가 밭을 갈면서 관직과 명예를 추구할 적에는 오직 그대만을 따르며 처음 뜻을 변하지 않았으며,
門神戶靈, 我叱我呵, 包羞詭隨, 志不在他.
門神의 戶靈도 내가 질타하고 꾸짖어 부정한 길을 따르는 것을 부끄러워, 뜻을 딴 곳에 두지 않았다.
子遷南荒, 熱爍濕蒸, 我非其鄕.
그대가 남쪽 먼 곳으로 좌천되었을 적에는 무덥고 습기 차고 찜질하는 듯하니, 나에게 알맞은 고향이 아니었고,
百鬼欺陵, 太學四年, 朝齏暮塩, 惟我保汝,
온갖 귀신들이 업신여기고 능멸하였으며, 태학에 있는 4년 동안, 아침에는 나물을 먹고 저녁에는 소금으로 반찬하며 지냈으나, 오직 나만이 그대를 보살펴 주었고,
人皆汝嫌, 自初及終, 未始背汝, 心無異謀, 口絶行語, 於何聽聞, 云我當去.
사람들 모두가 그대를 싫어했으나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며, 마음에는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입으로는 떠난다는 말을 전혀 한 일이 없는데, 어디서 무슨 말을 듣고는 내가 마땅히 떠나간다고 말하는가?
是必夫子信讒, 有間於予也.
이것은 반드시 夫子가 모함하는 말을 믿고서 내와 거리를 두게 된 때문이다.
我鬼非人, 安用車船.
나는 귀신이지 사람이 아니니, 어찌 수레와 배를 쓸 것이며,
鼻嗅臭香, 糗粻可損.
코로 냄새와 향기를 맡으니, 미수가루와 양식은 버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單獨一身, 誰爲朋儔.
단독 한 몸뿐인데 누구와 벗과 짝이 되는가?
子苟備知, 可數以不.
그대가 진실로 자세히 안다면 하나하나 셀 수 있겠는가? 없겠는가?
子能盡言, 可謂聖智.
그대가 진실로 모두 말할 수 있다면 성인이나 지인이라고 이를 수 있다.
情狀旣露, 敢不廻避.
(나의) 정상이 이미 드러났으니, 감히 회피하지 아니하겠는가?
主人應之曰, 子以吾爲眞不知也邪.
주인이 응하여 왈, 그대는 내가 정말로 알지 못한다고 여기는가?
子之朋儔, 非六非四, 在十去五, 滿七除二, 各有主張.
그대의 벗과 무리들은 여섯 명도 아니고 네 명도 아니며, 열에서 다섯을 빼고, 일곱에서 둘을 제한 것이니, 제각기 주장하는 것이 있고,
私立名字, 捩手覆羹, 轉喉觸諱, 凡所以使吾面目可憎, 語言無味者, 皆子之志也.
사사로이 이름을 내세워, 손을 비틀어 국을 엎고, 목청을 올려 꺼리는 일을 범하여, 나로 하여금 내 얼굴을 가증스럽게 하고, 하는 말을 무미건조하게 하는 것이 모두 그대들의 뜻이다.
其一名曰智窮, 矯矯亢亢, 惡圓喜方, 羞爲姦欺, 不忍害傷.
그 첫째 이름 왈, 智窮이라 하니, 강하고 높으며 둥근 것을 싫어하고 모난 것을 좋아하며, 간사하고 속이는 것을 부끄러워하여, 남을 해치고 상하게 하는 짓은 차마 하지 못하게 한다.
其次名曰學窮, 傲數與名, 摘抉杳微, 高挹群言, 執神之機.
그 다음 이름 왈, 學窮이라 하니, 數와 名에 대하여는 오만하고, 심원하고 미묘한 것을 잡아내며 여러 가지 이론들을 높이 들추어내어 신의 기미를 잡게 한다.
又其次曰文窮, 不專一能, 怪怪奇奇, 不可時施, 秖以自嬉.
또 그 다음 왈, 文窮이라 하니, 한 가지 능력만을 오로지 하지 않고 기괴한 표현을 일삼아, 시국에 응용할 수가 없고 다만 스스로 즐길 뿐이다.
又其次曰命窮, 影與形殊, 面醜心姸, 利居衆後, 責在人先.
다시 그 다음 왈, 命窮이니, 그림자와 형체가 달라서 얼굴은 추하나 마음은 곱고, 이로운 일에는 다른 사람들 뒷전에 서고 책임질 일은 남의 앞에 있게 한다.
又其次曰交窮, 磨肌戞骨, 吐出心肝, 企足以待, 寘我讐寃.
또 다음은 왈, 交窮이니, 살과 뼈를 갈고 깎으며, 마음속을 다 보여주고 발 돋음을 하고 기다려도 나를 원수자리에 놓이게 한다.
凡此五鬼, 爲吾五患, 飢我寒我, 興訛造訕, 能使我迷, 人莫能間.
무릇 이 다섯 귀신들은 나의 다섯 가지 환난이 되어, 나를 굶주리게 하고 춥게 하며, 유언비어를 일으키고 비난을 날조하여, 나로 하여금 미혹하게 하여 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이에 간섭하지 못하게 한다.
朝悔其行, 暮已復然, 蠅營狗苟, 驅去復還.
아침에 그러한 행동을 후회하다가 저녁이면 또 다시 그렇게 하도록 하니, 파리 떼가 붕붕거리고 개처럼 구차하여 쫓아버려도 다시 돌아온다.
言未畢, 五鬼相與張眼吐舌, 跳踉偃仆, 抵掌頓脚, 失笑相顧, 徐謂主人曰, 子知我名凡我所爲, 驅我令去, 小黠大癡.
말을 마치기도 전에, 다섯 귀신들이 모두 눈을 크게 뜨고 혀를 내밀고 펄쩍 뛰다가는 이리저리 나자빠지며,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실소하면서 서로 돌아다보고 천천히 주인에게 일러 왈, 그대는 우리 이름과 모든 우리 행위를 알고 우리를 내쫓아 내보내려 하니, 작게는 약지만 크게 어리석다.
人生一世, 其久幾何.
사람이 나서 한 평생 얼마나 오래 살겠는가?
吾立子名, 百世不磨.
우리는 그대의 명성을 세워서 백세 뒤에도 지워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小人君子, 其心不同,
惟乖於時, 乃與天通.
소인과 군자는 그들 마음이 같지 않으니, 오직 시국에 어긋나야만 비로소 하늘과 통하게 되는 것이다.
携持琬琰, 易一羊皮.
飫於肥甘, 慕彼糠糜.
아름다운 보배를 가지고 한 장의 양 가죽과 바꾸고, 살지고 단 맛에 물리어 저 겨와 싸라기를 사모하고 있다.
天下知子, 誰過於予.
천하에 그대를 알아주는 것이 누가 우리보다 더 하겠는가?
雖遭斥逐, 不忍子疏.
우리는 비록 배척받아 쫓겨나나 차마 그대를 소원히 할 수 없으니.
謂予不信, 請質詩書.
나를 믿지 못하겠다면 시경과 서경을 질정해 보기를 청한다.
主人於是垂頭喪氣, 上手稱謝, 燒車與船, 延之上座.
주인은 이에 머리를 떨구고 기가 죽어 두 손을 들어 사과를 한 다음, 수레와 배를 불사르고 그들을 상좌에 맞이하여 앉히었다.
▶️ 燒(불사를 소)는 ❶형성문자로 焼(소)의 본자(本字), 烧(소)는 통자(通字), 烧(소)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불 화(火=灬; 불꽃)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堯(요, 소)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堯(요, 소)는 높이 올라가다, 또 많다의 뜻을 나타낸다. 燒(소)는 땔나무가 활활 타오르다의 뜻으로 쓰인다. ❷회의문자로 燒자는 '불사르다'나 '불태우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燒자는 火(불 화)자 堯(요임금 요)가 결합한 모습이다. 堯자는 머리에 흙덩이를 얹고 있는 사람을 그린 것으로 '높다'라는 뜻이 있다. 이렇게 '높다'라는 뜻을 가진 堯자에 火자가 더해진 燒자는 나무장작을 높이 쌓아 태운다는 뜻이다. 그래서 燒(소)는 ①불사르다(불에 태워 없애다), 불태우다 ②타다 ③익히다 ④안달하다(속을 태우며 조급하게 굴다), 애태우다 ⑤붉게 물들다 ⑥야화(野火)를 놓다 ⑦야화(野火: 들불) ⑧소주(燒酒)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불사를 작(灼), 불사를 분(焚)이다. 용례로는 불에 태워 없애 버림을 소각(燒却), 불에 타 없어짐을 소실(燒失), 태워 버림을 소이(燒夷), 불 타서 없어짐 또는 불살라 없애 버림을 소멸(燒滅), 불에 달구어 물건에 찍는 쇠붙이로 만든 도장을 소인(燒印), 모두 타 버림을 소진(燒盡), 불사르거나 태움을 소화(燒火), 불에 타 죽음을 소사(燒死), 불에 태움을 소분(燒焚), 불에 타서 문드러짐을 소란(燒爛), 배가 불에 타 침몰함을 소몰(燒沒), 불에 태운 소금을 소염(燒鹽), 벽돌을 구워서 만듦을 소전(燒甎), 불 때고 밥 짓는 일을 소찬(燒爨), 불에 타서 없어지거나 없어지게 함을 소훼(燒毀), 불에 타서 없어짐을 소망(燒亡), 불에 탐을 연소(燃燒), 불길이 번져 타 나감을 연소(延燒), 불에 반쯤 탐을 반소(半燒), 모두 타 없어짐을 전소(全燒), 모조리 다 타버리거나 태워 버림을 몰소(沒燒), 잇달아 불에 탐을 연소(連燒), 들에 난 불을 야소(野燒), 눈썹이 타는 위급함이라는 뜻으로 잠시도 늦출 수 없는 다급한 일을 소미지급(燒眉之急), 타고 있어도 그것을 떨쳐버릴 겨를이 없다는 뜻으로 매우 바쁨을 이름을 소불가귀(燒不暇撌), 붓과 벼루를 태워 버리고 싶다는 뜻으로 남이 지은 문장을 보고 자신의 재주가 그에 미치지 못함을 탄식하는 말을 욕소필연(欲燒筆硯) 등에 쓰인다.
▶️ 車(수레 거, 수레 차)는 ❶상형문자로 수레의 모양을 본떴다. 车(거/차)는 간자(簡字)이다. 부수로서는 수레에 관한 글자의 의미로 쓴다. 수레의 모양을 본뜬 글자로서, 임금이 타는 수레를 의미했으나, 후대로 내려오면서 임금의 거동을 뜻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車자는 '수레'나 '수레바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참고로 車자에는 '차'와 '거'라는 두 가지 발음이 있다. 車자는 물건이나 사람을 싣고 다니던 '수레'를 그린 것이다. 수레는 무거운 짐이나 사람을 쉽게 이동하게끔 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에 당시에는 획기적인 발명품이었다. 갑골문에 나온 車자를 보면 당시의 수레가 잘 묘사되어 있었다. 갑골문에서는 양쪽에 큰 바퀴와 상단에는 차양막이 함께 그려져 있었다. 후에 한자가 세로로 쓰이게 되면서 양쪽에 있던 수레바퀴는 단순하게 획으로 그어졌고 짐이나 사람을 싣던 곳은 田자로 표현되었다. 그래서 지금의 車자는 수레를 세로로 그린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처럼 車자는 수레를 그린 것이기 때문에 부수로 쓰일 때는 '수레'나 '전차'와 관련된 의미를 전달하게 된다. 그래서 車(거/차)는 (1)바퀴를 굴려서 나아가게 만든 운수 수단을 통틀어 이르는 말로 기차(汽車), 자동차(自動車), 전차(電車) 등을 말함 (2)장기짝의 하나로 車자를 새긴 것으로, 한 편에 둘씩 네 개가 있다. 차 치교 포 친다. 제 마음대로 이리저리 마구 휘두름을 이르는 말. (3)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수레 ②수레바퀴 ③수레를 모는 사람 ④이틀(이가 박혀 있는 위턱 아래턱의 구멍이 뚫린 뼈) ⑤치은(齒齦; 잇몸) ⑥장기(將棋)의 말 그리고 ⓐ수레(거) ⓑ수레바퀴(거) ⓒ수레를 모는 사람(거) ⓓ이틀(이가 박혀 있는 위턱 아래턱의 구멍이 뚫린 뼈)(거) ⓔ치은(齒齦; 잇몸)(거)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수레 가(軻), 수레 로/노(輅), 수레 량/양(輛), 가마 련/연(輦), 수레 여(轝)이다. 용례로는 임금이 타는 수레를 거가(車駕), 수레와 말을 거마(車馬), 물품 따위를 수레에 실음을 거재(車載), 수레 바퀴를 거륜(車輪), 비나 볕을 가리기 위해 수레 위에 친 우산 같은 덮개를 거개(車蓋),여러 가지 수레의 총칭을 차량(車輛), 차가 다니도록 마련한 길을 차도(車道), 차량의 사람이 타게 된 칸을 차간(車間), 도로를 주행 방향을 따라 일정한 간격으로 그어 놓은 선을 차선(車線), 승객이나 화물을 싣는 부분을 차체(車體), 차량을 넣어두는 곳을 차고(車庫), 수레는 흐르는 물과 같고 말의 움직임은 하늘을 오르는 용과 같다는 뜻으로 수레와 말의 왕래가 많아 매우 떠들석한 상황 즉 행렬이 성대한 모양을 일컫는 말을 거수마룡(車水馬龍), 차윤이 개똥벌레를 모았다는 뜻으로 가난한 살림에 어렵게 공부함을 이르는 말을 차윤취형(車胤聚螢), 차윤의 반딧불과 손강의 눈이라는 뜻으로 어려운 처지에서의 면학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차형손설(車螢孫雪), 수레에 싣고 말斗로 될 수 있을 정도라는 뜻으로 인재나 물건이 아주 많음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거재두량(車載斗量), 수레와 고기가 없음을 탄식한다는 뜻으로 사람의 욕심에는 한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거어지탄(車魚之歎), 수레의 말은 살찌고 몸의 의복은 가볍게 차려져 있음을 이르는 말을 거가비경(車駕肥輕), 경험이 없는 말로 수레를 끌게 하려면, 먼저 다른 말이 끄는 수레 뒤에 매어 따라다니게 하여 길들여야 한다는 뜻으로 작은 일에서부터 훈련을 거듭한 뒤 본업에 종사해야 함을 이르는 말을 거재마전(車在馬前), 수레바퀴 자국과 말 발자국이라는 뜻으로 수레나 말을 타고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며 노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을 거철마적(車轍馬跡) 등에 쓰인다.
▶️ 與(더불 여/줄 여)는 ❶형성문자로 与(여)는 통자(通字), 与(여)는 간자(簡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절구구변(臼; 절구)部와 八(팔)을 제외한 글자 (여)와 사람이 더불어 정을 주고 받는다는 나머지 글자의 뜻이 합(合)하여 더불다, 주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與자는 '주다'나 '더불다', '같이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與자는 舁(마주들 여)자와 与(어조사 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與자의 금문을 보면 코끼리 상아를 서로 붙잡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누군가에게 상아를 건네주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與자의 본래 의미는 '주다'였다. 그러나 지금의 與자는 물건을 서로 맞잡고 있다 하여 '더불다'나 '같이하다'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다. 그래서 與(여)는 ①더불다(둘 이상의 사람이 함께하다) ②같이하다 ③참여하다, 참여하다 ④주다, 베풀어주다 ⑤허락하다, 인정하다 ⑥간여하다, 간섭하다 ⑦돕다, 협조하다 ⑧기리다, 찬양하다 ⑨기뻐하다 ⑩기록하다, 등재하다 ⑪쫓다, 따르다 ⑫친하다 ⑬의심하다 ⑭만일, 가령 ⑮미리, 앞서 ⑯위하여 ⑰및 ⑱~보다는 ⑲어조사 ⑳무리(모여서 뭉친 한 동아리), 동아리(같은 뜻을 가지고 모여서 한패를 이룬 무리)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함께 구(俱), 함께 해(偕), 참여할 참(參),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받을 수(受), 들 야(野)이다. 용례로는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을 여부(與否), 정부의 정책을 지지하여 이것에 편을 드는 정당을 여당(與黨), 여당과 야당을 여야(與野), 주어진 조건을 여건(與件), 금융기관에서 거래하는 상대방에게 신용을 주는 일 곧 돈을 빌려주는 일을 여신(與信), 주고 받음을 여수(與受), 결과가 나타나려 할 때에 힘을 주어 결과를 나타내도록 하는 것을 여과(與果), 동맹을 맺은 나라를 여국(與國), 참여하여 들음을 여문(與聞), 함께 의논함을 여의(與議), 주는 일과 빼앗는 일을 여탈(與奪), 계책을 짜는 데에 참여함을 여모(與謀), 참가하여 관계함을 참여(參與), 도움이 되는 구실을 하는 것을 기여(寄與), 관계하여 참여하는 것을 관여(關與), 지니거나 갖도록 해 줌을 부여(附與), 재산을 무상으로 타인에게 물려 주는 행위를 증여(贈與), 지니거나 갖도록 해 줌을 부여(賦與), 간섭하여 참여함을 간여(干與), 상장이나 상품 등을 줌을 수여(授與), 팔아 넘김을 매여(賣與), 세상의 변화에 따라 함께 변함을 일컫는 말을 여세추이(與世推移), 양에게 양고기를 내어 놓으라고 꾀다는 뜻으로 근본적으로 이룰 수 없는 일을 이르는 말을 여양모육(與羊謨肉), 덕으로써 이웃한다는 뜻으로 덕이 있으면 모두가 친할 수 있다는 말을 여덕위린(與德爲隣), 다른 사람과 서로 약속함을 일컫는 말을 여인상약(與人相約), 다른 것과 저절로 다름을 일컫는 말을 여타자별(與他自別), 별로 다른 데가 없이 보통 사람과 같음을 일컫는 말을 여범인동(與凡人同), 온 세상의 귀착점이 같은 일을 일컫는 말을 여세동귀(與世同歸), 장물을 주는 이나 받는 이나 둘 다 죄가 같음을 일컫는 말을 여수동죄(與受同罪), 다른 사람과 더불어 함께 즐김을 일컫는 말을 여인동락(與人同樂) 등에 쓰인다.
▶️ 船(배 선)은 ❶형성문자로 舩(선)의 본자(本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배 주(舟; 쪽배)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연, 선)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연, 선)은 沿(연)과 같아 흐름에 따라서 내려가는 일, 舟(주)는 나무를 파내어 만든 배, 배의 이름을 나타낸다. 옛날 중국의 동쪽에서는 舟(주)라 하고, 서쪽에서는 船(선)이라 하였다. ❷회의문자로 船자는 '배'나 '선박'이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船자는 舟(배 주)자와 㕣(늪 연)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㕣자는 물이 고여 있는 '늪'을 그린 것이다. 그러나 船자는 舟자와 沿(물 따라갈 연)자가 결합한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 沿자는 물이 늪으로 흐르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물을 따라 굽어 내려가다'는 뜻을 갖고 있다. 船자는 이렇게 '물을 따라 흐르다'는 뜻을 가진 沿자에 舟자를 결합한 것으로 배가 물을 따라 흘러간다는 뜻으로 만들어졌다. 그래서 船(선)은 일부 명사(名詞) 다음에 쓰이어 배의 뜻을 나타내는 말로 ①배, 선박(船舶) ②술 잔(盞) ③배로 실어 나르다,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배 주(舟), 방주 방(舫), 배 항(航), 배 박(舶), 큰 배 함(艦)이다. 용례로는 배를 전문 용어로서 이르는 말을 선박(船舶), 선박의 승무원으로 배에서 일을 보는 사람을 선원(船員), 선박에 짐을 싣는 일을 선적(船積), 배의 머리를 선수(船首), 배의 뒷부분을 선미(船尾), 고기잡이 하는 배를 어선(漁船), 상업을 하기 위하여 항해하는 선박을 상선(商船), 배를 지어 만듦을 조선(造船), 가득 실은 배를 만선(滿船), 배를 탐을 승선(乘船), 배에 오름을 등선(登船), 배에서 내림을 하선(下船), 나무로 만든 배를 목선(木船), 풍파를 만나 위험하게 된 배 또는 그 상태를 난선(難船), 솥을 깨뜨리고 배를 가라앉힌다는 뜻으로 싸움터로 나가면서 살아 돌아오기를 바라지 않고 결전을 각오함을 이르는 말을 파부침선(破釜沈船), 남쪽은 배 북쪽은 말이란 뜻으로 사방으로 늘 여행함 또는 바쁘게 돌아다님을 이르는 말을 남선북마(南船北馬), 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한다는 뜻으로 판단력이 둔하여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는 말을 각선구검(刻船求劍), 육지에서 배를 저으려 한다는 뜻으로 곧 되지 않을 일을 억지로 하고자 함의 비유한 말을 육지행선(陸地行船), 바람을 빌려 배를 빨리 달린다는 뜻으로 남의 힘을 빌려 제 이익을 꾀함을 이르는 말을 차풍사선(借風使船)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