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발길이 낸
길을 덮은 낙엽이여
의도한 듯이
길들을 지운 낙엽이여
길을 잘 보여주는구나
마침내 네가 길이로구나
-『중앙일보/시(詩)와 사색』2024.11.23. -
지금에 이르게 한 것은 숱한 나의 의지 덕분이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고 가까워지고 사랑하게 된 것은 나의 바람이었고요. 물론 상대도 스스로의 의지와 바람으로 이곳까지 왔고 나를 만났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서로에게 머무를 수 없는 시간도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떠나야 할 때가 된 것입니다. 다만 누가 누구를 버렸다든가 누가 누구에게 버림받았다든가 이러한 결말은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너도 가고 나도 가야 합니다. 이것 역시 우리의 반짝이는 의지입니다. 길을 지우는 방식으로 새롭게 길을 내는 가을날의 낙엽들처럼, 끝에서만 시작되는 하나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