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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의 자비와 위신력 (4)
<삼국유사>에는 우리 나라 관음신앙의 내력을 살펴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영험사례가 실려 있습니다.
자비관음의 모습은 분황사에 모셔진 관세음보살님의 영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실명한 어린아이가 어머니를 따라 분황사에 와서 노래로 기도를 합니다.
신라 향가 대부분이 관세음보살님께 노래한 내용으로 전달되고 있듯이 이 노래도 향가에서 중요한 대목 중의 하나입니다.
"즈믄(천)손 즈믄(천)눈을 가지고 계신 관세음보살님, 당신은 눈이 천개인데 우리 아이는 한 개도 없습니다. 한 개도 없는 우리 아이에게 눈 하나만 주세요."
이 노래는 자식의 눈을 뜨게 하고 싶은 모정이 철철 넘치고 있습니다.
반면에 그렇게 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는 한(恨)이 담겨 있습니다.
관세음보살님은 눈을 천개나 갖고 있으면서 우리 아이에게 한 개도 안 주면 안 된다고 하는 감정이 바탕에 깔려 있는 셈입니다.
아주 간절하게 호소하면서도 한편에서는 안 들어주면 재미없다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죠.
정(情)과 한(恨)을 동시에 노래하고 있는 것으로 우리 민족의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다행히 관세음보살님은 한을 남기지 않고 아이의 눈을 뜨게 했습니다.
정과 한의 감정은 '왕생가'라는 노래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서방정토 극락세계 아미타불께 극락세계에 가고자 하는 사람이 동방에 있다고 전해 주시오. 만약 나를 버려 두신다면 당신의 원이 이루어지겠습니까?"
이처럼 달님에게 간절하게 호소를 하면서도 동시에 한까지 묻어 보내고 있는 셈이죠.
다음은 중생사의 관세음보살에 얽힌 일화를 소개합니다.
먼저 중생사에 관세음보살을 조성하게 된 배경을 들려 드리면, 중국 당나라 황실에서 우리 나라의 유명한 화가를 초청합니다.
중국의 황제가 총애하는 여인을 그려 달라는 부탁을 받고 화가는 인물화를 그리지요.
그런데 그만 무심결에 붓을 떨어뜨리고 맙니다.
그것도 빨간 물감이 묻은 붓을 여인의 배꼽 밑에 떨어뜨린 것이죠.
아무리 지우려 해도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어요.
화가는 할 수 없이 황제에게 여인의 배꼽 밑에 빨간 사마귀가 붙은 미인도를 올립니다.
황제는 '인물은 그대로 그렸는데 배꼽 밑에 그려진 사마귀는 어떻게 그렸을까?'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네가 여인의 얼굴은 그릴 수 있다지만 몸 속에 있는 사마귀는 어찌 그릴 수 있었느냐?"며 호통을 쳤습니다.
화가는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황제는 믿지 않고 그를 감옥에 가두었습니다.
대신들은 황제에게 화가는 어질고 정직하니 의심하지 말고 풀어 줄 것을 간청합니다.
그렇지만 황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그려낸 화가를 탓하며 만약 안 본 것도 그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젯밤 황제 자신이 꿈에 본 것을 그려보라고 억지를 부립니다.
그러면 풀어 주겠다는 말이죠.
화가는 할 수 없이 십일면관세음보살님을 그립니다.
황제는 이것이 바로 꿈에 본 부처님이라면서 화가를 풀어 줍니다.
화가는 신라로 돌아와서 중생사에 십일면관세음보살님을 조성합니다.
그 이후로 이 관세음보살님은 영험이 많아서 기도 끝에 아들을 얻은 사람도 많고 복 받은 사람, 소원 성취한 사람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 한 예로 견훤이 포석정을 공격해 난리가 났을 때의 일입니다.
최을함이란 사람이 기도를 해서 아들을 얻었는데 석달밖에 안 된 아이를 피난길에 데리고 갈 수 없었어요.
할 수 없이 관세음보살님 탁자 밑에 숨겨 놓고 아버지 최을함은 한 달 이상 피난갔다가 돌아옵니다.
와서 보니 아이는 젖 냄새를 그대로 풍기며 살아 있었습니다.
볼에는 젖 먹은 흔적이 묻어 있고 방실방실 웃고 있었던 거죠.
또 한 번은 절에 양식이 떨어졌어요.
절을 지키는 스님들은 다른 절로 옮겨가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었죠.
그때 주지 스님의 꿈에 관세음보살님이 나타나서는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라는 겁니다.
며칠 후에 스님 몇 분이 김해에서 찾아왔습니다.
왜 오셨냐고 물었더니 이곳 스님이 김해로 오셔서 화주를 나와 지금 소금하고 쌀을 소에다 싣고 왔노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생사에서는 한 명의 스님도 밖으로 나간 일이 없었기에 그런 일이 없다고 했죠.
그랬더니 무슨 소리냐며 조금 전까지 분명 이곳 스님들이 길을 인도해서 왔다는 겁니다.
그리고는 법당문을 열더니 관세음보살님 저 분이 우리를 인도하신 분이라는 겁니다.
그 이후로 김해 지방에서는 매년 양식을 중생사로 보내줬다고 합니다.
#종범스님
첫댓글 옴 아비라 훔 캄 스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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