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내와 해외여행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중국 황산을 한 번, 제주도를 한 번, 아들 결혼식 때문에 타이페이에 한 번 ㅡ
내 평생 비행기를 세 번 타보았으니, 여행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제주도를 빼면 외국에 두 번 나간 셈이다.
베트남 전쟁을 합하면 세 번은 맞다.
그러나 여행은 아니다.
아내는 미국도 다녀왔고, 중국도 몇 번 더 갔고, 필리핀도 갔다.
국내도 아들과 함께 여러 곳을 다녀서 나보다 많을 듯하다.
언제인가?
아내는 호남지방을 전혀 보지 못했다며 보여줄 수 없냐고 물었다.
그래서 큰 맘 먹고 간 곳이 부안반도 채석강이란 곳을 보러 갔었다.
나 역시 호남지방, 특히 바닷가를 가지 못했기에 지도를 보고 찍은 것이다.
도착하니 어두운 밤 ㅡ
그곳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숙박을 한다고 하니, 소개를 한 곳에서 사람이 왔다.
그 사람을 따라간 곳 ㅡ
아! 관광지 숙박시설이 여인숙만 못하다.
어차피 들어왔으니, 돈까지 치렀으니 어쩌겠나!
잠시 밤바다를 보려고 해변으로 갔다.
해변에는 해수욕철이 지났어도 폭죽놀이 불꽃이 하늘 높이 올라 터지는 축제 같았다.
몇몇 젊은이들이 쏘아올린 것들이었다.
지난 여름이 아쉬워 해수욕장을 찾았을까!
불꽃놀이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내 눈에는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어디를 가나 관광지는 뜨내기를 상대하는 곳이다.
동네에서 먹고 마시는 게 저렴하긴 하지만, 어차피 관광이란 돈을 쓰러 가는 것이 아닌가!
아내를 위해 왔으니, 쪼잔하게 오징어와 소주를 방으로 들고 갈 수 없지 않겠나!
망태를 들고 나온 주인에게 큼직한 눈망울로 나를 노려보는 녀석을 지목했다.
저 녀석의 눈빛을 보니 왕성한 정력을 가진 것 같았다.
저런 녀석을 내 몸 안으로 넣으면, 그 기세가 내게 스며들겠지!!
신혼 때처럼 하룻밤 3~4회는 너끈히 치를 것만 같은 힘이 솟을 것 같았다.
그러나 손님이 북적여야 술맛도 나는 법 ㅡ
우리 두 부부만 앉은 횟집은 분위기가 꽝이다.
그래도 이 밤을 후회하지 않을 추억을 만드려고 오지 않았나!
추억은 남이 만들어주는 게 아니지!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황홀한 추억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느껴졌다.
철석이는 파도 소리가 들려온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가 은은히 들려온다.
주인이 우리를 위해 카세트를 틀어준 듯했다.
"바닷가에 모래알처럼 수많은 사람 중에 만난 그 사람...."
"저 하늘 끝까지 저 바다 끝까지 단둘이 가자던 파란꿈은 사라지고...."
그렇다!
노랫말처럼 모래알처럼 수많은 사람중에 만난 내 아내 ㅡ
저 하늘 끝까지, 저 바다 끝까지 함께 갈 내 아내 ㅡ
'우리의 파란꿈은 깨어지지 않고 이어지고 있잖아!'
'우리는 더욱 아끼고 사랑하려고 이 여행을 떠나왔지!'
'걱정을 말아요, 오늘 밤은 내가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고 말 거야!'
밤이 깊어가며, 마시는 술이 취해가며, 앞에 있는 여인한테 요기가 배어나오는 모습 ㅡ
수십 년 함께 살아온 아내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내가 아닌 어떤 여인으로 변해간다.
빛나는 눈빛과 농익은 목소리, 화장실을 가는 뒤태가 현기증을 유발한다.
'저 여자는 내 아내가 아니야!'
'내 아내가 저렇게 아름다운 궁둥이를 가질 수 없지!'
'오늘 밤, 저 여자는 나에게 어떤 몸짓으로 다가올까!'
'저렇게 예쁜 궁둥이로 나를 짓뭉개면 내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
즐거운 상상에 횟집의 술맛이 점점 익어가고 있었다.
테이블 밑으로 그녀의 발이 만져진다.
"피곤해! 좀 주물러줘!"
아내가 피곤하면 발마사지를 해달라며 내밀던 발, 집에서의 버릇이 나온다.
'아니, 쌈 싸 먹을 손으로 발마사지를?'
그러나 어쩌랴!
이 밤의 축제를 위해서 분위기를 살려야지!
계획에 없이 즉흥적으로 떠난 여행의 본전을 확실히 챙기려면 이까짓 수고야 뭘!
발마사지를 받는 그녀의 표정을 본다.
얼굴은 바다를 향하고 있지만, 눈을 감고 발에서 올라오는 쾌감이 눈가에 번진다.
불꽃놀이를 하던 젊은이들도 자러 간 듯했다.
갑자기 사방이 너무나 조용하다.
아까 들려주던 카세트 음악도 나오지 않는다.
가리키는 시간이 자정이다.
횟집 주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관광지라도 손님으로서 예절은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횟집을 나와 내 허리를 안는 아내, 아니 그녀의 궁둥이 실룩임이 내게 느껴온다.
벌써부터 내 욕망을 채근하는 듯한 몸짓 ㅡ
집에서라면 이런 행동은 꿈도 못 꿀 몸짓이다.
동네에서는 한발짝 뒤에서나 따라오던 이 여인은 멀고 먼 타지라서일까?
모래사장을 걸으면서도 점점 밀착되어지는 대담한 행동을 보인다.
일회용 깔개라도 있다면 백사장에서 그녀를 안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피어오른다.
'서둘지 말아요! 밤은 길어요!'
서둘러 숙박업소로 돌아왔다.
그녀의 야릇한 몸짓이 무슨 행동으로 나올지, 감당하기 어려울 듯한 느낌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모텔이 맞나?
썰렁하다.
방바닥이 차다,
온수가 나오지 않는다.
샤워도 못했다.
.
.
.
'내 아내인데 샤워를 하지 않으면 어때!'
이미 분위기는 헝클어졌어도 다시 시도한다.
"삐걱 삐걱~!"
침대가 흔들리며 요란한 소리를 낸다.
불을 켜고 이불을 방바닥에 깐다.
아! 언제 세탁했을까!
지저분한 이불 ㅡ
이런 곳에서 어찌 아름답고 청순한 여인을 눕힌단 말인가!!
여명이 밝아오며 그곳을 나왔고, 채석강인지 뭔지 보지도 못하고 그곳을 떠나왔다.
강렬한 눈빛이 빛나던 우럭 녀석의 힘은 써보지 못한 채 그곳을 떠난 아픈 추억이다.
며칠 후, 나는 다시 아내와 여행을 떠난다.
집을 떠나며부터 그녀는 내 아내가 아니다.
이번엔 여행정보를 확실히 챙겨 떠나려고 작정하고 보고 있다.
그리고 음식점에서 소개하는 숙박업소는 절대 가지 않겠다는 그날의 맹세는 잊지 않았다.
그날 보지 못한 채석강을 다시 보러 가볼까 말까?
아내가 보고 싶어하는 바다를 보여주려고 서해안으로 내려가 동해안으로 올라오려고 한다.
조수석에 앉은 아내에게 바다를 실컷 보여주려고 한다.
그날 밤 이루지 못한 황홀한 추억도 만든다면 더 좋겠지??
첫댓글 잼나게 읽었네요..^
오랜 세월 함께 한 부부에게
무대는 바뀌었지만
황홀한 무드가 재현되는
현상이 참 부럽게 느껴집니다
서해안에서 이루지 못한
황홀함이 동해안에서는
꼭 성취되길 바랍니다
잘 읽고 갑니다.
확실한 추억하나는
만들긴 만들엇네요.
부푼마음 기대이하의
숙박시설 사실 잘놀던지?
럭셔리한 기억들은 잊혀지지만?
고생한 추억은 평생을 가는거
아닐까 싶습니다.어쩌면
저리 매끄럽게 표현하구
잘 쓰여지는지?
잘 읽구 갑니다.
ㅎㅎ 도시락을 가져가서 아냐 이밥은 김칫물밴 도시락아녀라
새련된 레스토랑 일류 세프의 화려한 요리여라 ~~ 라 잉 하며
최면을 거셨구만요 ㅋ ㅋ
그런 건 아니고요.
지금 제가 쓴 글을 보니 변산반도 같습니다.
10년도 지난 이야기라 가물거립니다요.^^
부안을 본 듯해 부안반도라 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