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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이대로 방황을 계속하면 나의 미래는 너무나 어두운 것이었고, 그렇다고 마음을 잡고 새 생활을 하려고 해도 선뜻 용기가 나지 않았다. 나는 갈림길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 자신에게 절망하면서 눈물이 쉴새없이 나왔다.
혹시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와 버린 것이나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정말 이대로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무시무시한 세계에......
그건 상상하기도 싫은 일이었다.
정말 이렇게 평생을 살아갈 바에야 차라리 죽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른들이 들으면, '어린 녀석이 별 생각을 다 한다.'고 꾸짖으실지도 모르지만, 그때의 나는 정말 심각했다. 나는 마침내 '이럴 바에야 죽어버리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때가 겨우 17살이었다. 죽기에는 너무 아까운 나이지만 그때 내 마음은 정말 죽는것밖에 다른 길이 없는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했다.
태어나서 17살까지,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평범하면서도 여유있는 집안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면서 부러울 것이 없이 자랐던 어린 시절
나 스스로 어디에 내놔도 빠지지않는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유승준이었다. 기대를 갖고 온 미국, 하지만 학교에 간 첫날부터 실망하기 시작하여 방황하고 반항하던 모습.
마침내 죽음을 생각할 지경에까지 가 있는 나를 보고는 나는 새삼스럽게 너무 놀라웠다. 머리가 멍해질 정도로 강한 충격에 사로 잡혔다. 그렇게 어린 나이에 죽음을 생각한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큰 충격이었던 것이다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까지 됐을까?
그때부터 나는 참 생각이 많아졌다. 지금 당장이라도 악한 생각에 물들어있는 내 마음을 깨끗이 씻어버리고 아무 걱정없이 멋있게 살던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어떻게?..
이미 학교에서도 쫓겨난 몸인데...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고해도 예전의 그 차별과 따돌림은 여전히 존재할텐데.
매일밤 거의 잠을 못잘정도로 고민하고 생각을 계속했다.
<승준아, 내 손을 잡고 일어나라.>
성경말씀에 '구하라, 그러면 얻을것이다.'라는 구절이 있다.
그 말씀처럼 나는 예전의 멋있던 내 모습으로 돌아가기위해 정말 열심히 길을 구하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길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고민하고 생각했다.
그때 기적처럼 하나님의 손길을 느끼고 나는 일어날수가 있게 되었다.
만약 그때 하나님이 내 손을 잡아주지 않으셨다면, 지금의 나는 있을수도 없었을것이다.
이 이야기는 종교를 갖지않은 사람들은 믿을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경험한 일을 그대로 말하겠다.
날짜를 정확하게 기억할수는 없지만 그날밤도 나는 깊은 잠을 자지 못하고 내 방에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밤이 깊었지만 잠도 오지 않고 이런저런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내 방에 앉아서 밤이 깊도록 울기도 하면서 고민하고 있는데, 하나님이 나에게 빛을 보여주시고 말씀을 들려주셨다.
마치 영화에서 보는것 같은 기적의 장면이 내 앞에 펼쳐진 것이다.
바람도 불지않는데 창문이 저절로 열리면서 창문을 통해, 환상적인 밝은 빛이 비쳐들었다. 그리고 그 빛 속에서 영의 소리가 들려왔다.
"승준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너는 내 아들이다. 네가 힘들고 이민생활로 지치고 피곤하여 울며 방황할때 내가 네옆에 있었다. 그러나 너는 나를 보지 않았다. 승준아, 내 아들아. 일어나라. 내 손을 잡고 일어나라. 너는 내 아들이다."
하나님의 음성이 나에게 또렷이 들려왔다. 지치고 좌절하여 울며 죽고싶어하는 내 영혼을 하나님이 일깨워주신 것이다.
그 목소리가 들리는 순간 나는 이게 현일인지 꿈인지 잘 구분이 되지않는 가운데서도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걸 느낄수 있었다.
미국에 온 이후 그렇게 평온한 마음이 된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때까지 내 마음에 가득차있던 반항적인 생각들, 악한 생각들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마치 아무런 걱정이 없던 어린 시절로 돌아간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나는 그때 , 아 예수님이 살아계시구나. 하나님이 정말 계시는구나, 하는걸 진심으로 깨달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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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초기에 미국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방황하고 힘들어할때 하나님께서 나를 지켜주셨음을 더욱 믿게 되었다. 내 마음이 탁해서 깨닫지 못했을 뿐이지, 내가 외롭고 지쳐있을때 하나님이 내 곁에서 나를 붙잡아 주고 계셨던 것이다.
그랬기때문에 내가 끝내 나쁜길로 빠지지않고 방황을 끝내고 내 길을 찾을 수 있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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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존재를 확인하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우울하고 분노에 가득차있던 마음이 한 순간에 활짝 개어서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아무런 걱정 없는 밝은 마음이 되었다. 이런 마음을 되찾아주신 것에 감사드리면서 교회를 찾았다.
다음 날부터 나는 완전히 새 사람이 되었다.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면서 점점 마음을 잡고 그때까지 만나던 친구들과의 관계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친구들은 내가 마음을 잡고 새롭게 생활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기뻐하며 격려해주었다. 그 친구들은 여전히 방황을 계속하고 있었지만 나만이라도 올바른 생활을 할수있게 된걸 기뻐해준것이다.
나는 얼굴표정부터 달라졌다. 늘 불만과 분노에 차있던 반항적인 표정이 사라지고, 온순하고 순종적인 사람으로 변했다.
그런 변화를 누구보다 기뻐한것은 말할것도 없이 부모님이었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부모님은 며칠이 지나자 내가 정말로 달라진 것을 아시고 눈물까지 흘리며 감사기도를 드렸다.
반항적이던 태도가 사라지고 눈에 띄게 변해 가는 나를 보면서 부모님 얼굴에서도 그늘이 사라지기시작했다. 내가 달라지면서부터 형도 마음을 잡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되었다.
우리집에는 어둠이 완전히 사라지고 이민을 결정할때 아버지가 바라셨던대로 오손도손 행복하게 사는 가족이 되어 웃음꽃이 피었다.
다시 학교에도 나가게 되었다.
나는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하루하루의 생활에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하고 정말 모든 일을 열심히 하기 시작했다. 학교 공부도 열심히 하고 교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때부터 하나씩하나씩 기회가 다가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그 전과는 다른 눈으로 보기시작했다. 교회, 그리고 학교에서도 나에 대한 대접이 달라지는것을 피부로 느낄수 있었다.
그렇게도 암담하고 절망스럽기만하던 미국 생활에서 조금씩 희망과 보람을 느끼기 시작한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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