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한민국. 우리의 ‘지금, 여기’. 그 지점은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서, 과연 우리가 발 딛고 있는 곳이, 그리고 다음에 발 딛어야 하는 곳이
어딘지 찾아내기조차 쉽지 않다. 잰 걸음을 억지로라도 붙들어, 한 박자, 두 박자, 세 박자까지 늦추어보자.
그리고 천천히 걸으면서 우리의 발 밑을 찬찬히 살펴보자.
이제 우리는, 우리가 오랫동안 다루어왔지만 결코 명확히 그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었던 여러 ‘화두’들이 디딤돌처럼 놓여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 어느 화두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우리의 삶은 크게 변화한다.
단, 그 화두들은 사실 고체라기보다는 유체에 가까워서, 섣부르게 잰 걸음을 시작한다면, 그 아래, 암흑과 같은 나락으로 떨어져버릴지도 모른다.
발 끝으로 조금 파헤쳐보고, 뒤꿈치로 쿵쿵 디뎌도 보고, 발바닥으로 지그시 눌러도 보자.
자, 이제 우리 앞에, 오랫동안 디디고 싶었지만 그저 에둘러 가기만 했던 하나의 화두가 놓여있다.
“한국화란 무엇인가” 그리고 “현대의 한국화란 무엇인가”
■ 김승영
“푸른색은 꿈속처럼 비현실적이다. 그리고 휴식을 나타내는 색이기도 하다.
고요하면서도 정신적인 색이기도 한 파랑으로 공간의 색을 만들었다.
마주 보이는 둥근 벽에 구름이 나타나 변화되고 순간적으로 사라진다.
작품 <구름>은 삶에 대한 허무함, 공(空)을 표현한 작품이지만 한편으로 다시 구름이 생성됨으로써 삶의 순환을 이야기 한다.”
김승영_구름|영상설치|770×320×360|2015
■ 김태호
“대상을 차용해서 변형시키고 집약시킨다. 그 속에 힘과 에너지가 있다. 힘이라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이질적인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유기적인 것이다. 가령 바위를 만져 꽃잎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김태호_Landscape_B |Acrylic on canvas 218×291|2011-2015
■ 구본창
“조선백자가 지닌 격과 무욕의 아름다움 그리고 도공의 손맛이 묻어나는 수수함에 감동받게 되었다.
수많은 백자들이 이미 일본의 개인 소장가와 박물관에 주로 소장되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2004년부터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주요박물관에 흩어진 백자들을 모아 한자리에 보여주고자 이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백자가 단순한 도자기 이상의 혼을 가진 그릇으로서 우리의 마음을 담을 수 있고, 만든 이의 마음을 담을 수 있는 용기로서 보이기를 기대한다.”
■ 김종학
“어떤 때는 무겁고 깊은 울림이, 또 어떤 때는 가볍고 반짝이는 영롱함이 내 속에 꿈틀거린다.
사람들은 내게 왜 포도나 서양배, 사과, 꽃 등을 거대하게 그리느냐고 묻는다.
그들은 단정된 의미를 통해 그림을 이해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나는 단지 내가 새롭게 보게 된 하나의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그건 현재의 나를 형성하고 있는 모든 감정이 잉태한 시각이다. 모든 것은 그 안에 있다.”
김종학_반짝임-피어나다(Glint -Bloom) | 철판 위에 혼합재료|170×170×10|2015
■ 우종택
“시원의 기억이 죽음과 닮아 있듯이, 죽음은 삶의 원인이자, 삶의 에너지이다.
따라서 시원을 기억하는 행위는 퇴행적이며 자기 파괴적인 과정을 지나 삶을 추동하는 힘, 삶 그 자체가 된다.
죽음에 잠재된 스산한 기운은 작가에 의해 비로소 생명 에너지가 되어간다.”
우종택, 시원(始原)의 기억|한지에 혼합|235×576|2014
■ 차기율
“나는 순환의 여행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인간 본성의 문제와 과거와 현재를 통해 보여지는 인류의 제 문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되짚어 보는 예술인문학의 탐구를 시작하였다.
이는 서양으로 상징되는 ‘문명’과 동양으로 상징되는 ‘자연’과의 융합을 나타내는 것이며,
인간과 자연의 순환구조 속에서 존재의 본질에 귀속된 시공의 기억들을 인류의 수직적 성장과정과
수평적 연대과정 속에서 추적하고자 하는 예술적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것이다."
차기율_Memory of that night_장지에 채색_70×100cm_2014
■ 서정태
“눈과 손이 강조된 그의 화면 속 인물들은 그 자신의 초상과 여자로 등장한다.
화면의 중심부에 커다랗고 왜곡된 형태감으로 자리 잡은 인물 주변으로 해와 달, 새, 꽃, 나무들이 조심스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근작의 색채가 짙은 청색과 회색조로 덮여 있음을 보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림에 담아두고자 하는 모든 것들을 에로틱한
그물로 덮어 약간의 비틀림, 은밀한 개입, 환상적인 상상을 곳곳에 장치한다.
그래서 그의 그림은 그만의 꿈과 욕망에 대한, 자신의 육체에 대한 ‘모놀로그적’ (독백조)에 가깝다.”
<개인전 서문 中, 박영택 글>
푸른초상|장지에 채색|160×160|2011
■ 함 섭
"방배동 아파트에 지하 작업실이 있었어요. 근데 거기서 팜플렛 만들어야 해서 사진 찍을려고 나오는데 마르끄씨라고 떼제 공동체 수사님이 있는데 그분 허고 나허고 그림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사진 찍으려고 들고 나오는데 주민들이 ‘어? 함섭 선생이 외국인 작품 들어다 준다’ 그러면서 웃어.
그 그림이 유화 그림인데다가 우리나라 맛이 안나니까 서양사람 그림을 내가 들어다 준 걸로 불 수밖에 없었지.
그래서 그냥 다 찢어버리고 말았죠. ‘내가 이런 그림을 백날 그리면 뭘 할꺼냐.
만약에 피카소하고 나하고 그림을 나눠 들고 가더래도 ‘어? 피카소가 함섭 선생 그림을 들어주네?’ 그런 그림을 그려야지 어떻게 외국인하고 들고 간다고 해서 무조건 외국인 작품으로 보여지는 그런 그림을 그려서는 안되겠다’ 해서 역사 공부를 했어요.
그래서 조선시대 미술을 공부하다 보니까 이 종이 문화 속에서 살와 왔더라고.
그 때 함 같은데 꽃 오려 붙이는 방법이 평면이니까 그걸 현대미술로 바꾸자 해서 종이를 찢어 붙이고 하면서꼴라주 기법의 작품을 시작한 것이 하나의 한지 회화를 탄생 시킨 거죠”
<’강원의 미술가를 찾아서 -한지화가 함섭’의 구술채록 내용 中>
one's home town 15023|korean paper mixed media|196×262×5|2015
자세한 내용은 http://midahm.co.kr/?sd=1&sc=1_1_view&gnum=409
미담아트가이드 http://www.midahm.co.kr
첫댓글 문화역 서울이 서울역 말하는 건가요?
그림을 보니 마음에 드는 가고싶은 전시네요. ^^
네 구 서울역 말하는 거에요~^^ 서울역 광장으로 나가시면 찾으실 수 있으실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