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를 보거나 잘 익은 뽕나무 열매를 따서 먹은 지 꽤 오래되었다. 뽕나무 잎을 따 누에를 치던 옛집이 생각난다. 뽕나무 잎에 내리던 여름비의 빗소리도 참 말끔했다. 뽕나무 열매인 오디가 푸른빛에서 점차 검붉은빛으로, 그리고 마침내 까맣게 익는 것을 보면서 하루가 지나가고 계절이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시는 뽕나무에 다닥다닥 열린 오디를 따 먹는 일에 대해 썼다. 푹 익어서 보드랍게 씹히고 또 단맛이 돌던 오디를 먹노라면 혓바닥과 입언저리가 시커멓게 물들었다. 손에 한가득 쥐어 입에 털어 넣으면 손바닥과 혀와 입가는 먹물빛으로, 잉크빛으로 물드는데, 그게 정말이지 멍 자국 같고 몽고반점 같았다. 자연이 준 순연(純然)의 빛깔이요, 무늬였다.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아 그 빛깔과 번진 무늬를 볼 때 웃음이 툭 터지곤 했다.
요즘 내 집에 있는 수령이 많은 꾸지뽕나무에도 새들이 날아와서 검붉게 익은 열매를 쪼아 먹고 있다. 떠들썩하지만 즐겁고 맛있는 식사가 한창이다.
〈문태준 시인/불교방송 PD〉
"The Girl from Ipanema" Astrud Gilberto, João Gilberto and Stan Ge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