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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새가 되어 2
수면이 필요한 이유는 체력적 피로도를 풀어 주고 고갈된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한 수단이겠지만 샤르별의 존재들은 며칠씩 수면을 취하지 않더라도 수면부족으로 야기되는 신체적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한 샤르별 존재들의 습관으로 샤르비네는 벌써 며칠째 잠을 자지 않고 학교에서 담당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학문연구에 몰두하고 있었고 나도 그녀와 한 침실에서 수면을 취한 시간이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얼굴보기 힘든 그녀와 4차원 통신 프로그램인 가상공간의 만남을 통해 아쉬움을 해결할 수 있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
샤르비네와 가상공간 만남이 끝나고 나는 곧바로 날개인간 구니 신선을 방문했다. 구니와는 이미 약속을 했기 때문에 내가 방문할 시간을 잊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다.
키가 2m에 이르는 구니가 커다란 날개를 뒤로 접고 5천m에 이르는 높은 바위 절벽의 끝에서 닙이누시 계곡을 응시하며 서 있는 모습은 하늘에서 내려온 성자가 따로 없었다.
내가 타고온 하늘자동차가 구니가 서 있는 상공에서 빙빙 돌며 내려앉을 자리를 확인하고 있자 구니가 알아보고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구니는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편 후 상공으로 비상하며 내가 타고 있는 하늘자동차를 향해 다가왔다. 구니가 날 때 상공에서 나부끼는 긴 머리와 옷자락은 바라보는 그 자체만으로 환상이었다.
구니는 나에게 따라오라는 시늉을 하며 하늘자동차의 앞을 날아갔다. 구니가 안내하는 장소를 향해 하늘자동차가 뒤따르자 넓고 평평한 장소가 나타났다. 그곳에 하늘자동차를 세워두고 선실에서 나오니 구니가 나를 따뜻하게 포옹하고 안아 주었다. 구니의 황금빛 의상에서 아름다운 향기가 풍겼다.
하늘자동차 선실에서 내린 나에게 구니는 자신의 등에 타라고 말했다.
구니가 앉은 자세에서 어린애를 업듯 나를 등에 업은 후 하늘을 향해 날기 시작했다. 커다란 구니의 등은 편안하고 안락했다.
구니는 나를 등에 업은 후 2만 7천m에 이르는 닙이누시 산의 계곡들을 누비고 다니며 천하제일의 절경을 구경하도록 도와 주었다. 구니가 하늘을 날 때 다른 날개 인간들도 새떼처럼 하늘을 덮고 뒤따랐다. 희고 눈부신 날개들이 하늘을 뒤덮고 비상의 축제를 벌이는 장면은 어디서도 구경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풍경이 아닐 수 없었다.
구니의 도움으로 닙이누시 산의 구경을 모두 마친 후 깎아지른 듯한 5천m 암벽에 지어져 있는 비선각(飛仙閣)으로 향했다. 비선각(飛仙閣)은 구니의 거처였다.
비선각에 도착하자 구면의 날개인간들이 미리 마중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날개인간들은 남성과 여성이 섞여 있었는데 특히 여성 날개인간들의 용모는 천사처럼 아름다웠다. 어린이 살결처럼 희고 부드러운 피부는 빛이 났고 화장도 하지 않는 얼굴은 맑고 투명하며 옥으로 빚어 놓은 모습들이었다.
날개인간들은 맨 바닥에 앉지는 못했고 높은 다리가 달린 의자나 침대 같은 곳에 앉아서 지냈다. 구니가 비선각으로 들어가서 높은 의자에 앉고 다른 날개인간들도 여러 개의 의자에 나뉘어 앉았다.
비선각의 외부는 별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어져 있는 건물은 아니지만 내부에는 멋진 장식과 구조들이 특이했다.
창 밖으로는 닙이누시 산의 깊은 계곡이 저 멀리까지 내려다보이고 계곡의 상공으로 떼지어 날아다니는 날개인간들의 비상하는 모습들이 구름사이에서 보였다 가려졌다 하기를 반복했다.
바깥의 광경이 잘 보이는 곳에 멋지게 장식된 탁자가 놓여 있고, 구니를 비롯한 다른 날개인간들이 모두 빙 둘러 앉았다. 나는 구니의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탁자 위에는 날개인간들의 식사인 우스시너스 열매가 작은 광주리 같은 그릇에 담겨 있고, 예쁘고 고운 날개여성들이 향기가 고운 신선주를 들고 와서 각자의 앞에 놓인 작은 잔을 채워 주었다. 신선주를 따라 주는 날개 여성들의 손이 곱고 부드러웠다.
구니가 신선주의 잔을 들며 모두에게 건배를 제안했다.
우스시너스의 열매를 이용해서 담은 신선주 맛은 무어라 표현할 수 없는 신비로운 기운이 있었다. 신선주의 기운이 온몸으로 퍼져가자 기분도 묘해지고 알 수 없는 숨겨진 힘이 몸 속에서 꿈틀거리는 느낌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날개인간들도 남녀 가릴 것 없이 얼굴이 불그스레해지며 취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광주리에 담긴 우스시너스 열매는 술안주 겸 먹었다. 우스시너스는 날개인간들의 주식으로써 다른 음식은 별로 입에 대는 것들이 없었다.
신선주의 취기가 오르자 날개인간들은 특이한 악기를 연주하고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날개인간들의 춤동작은 특이했고 발을 땅에 닿은 것인지 공중에 떠 있는 것인지 분간을 못할 것 같은 동작으로 신묘한 춤 솜씨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구니도 신이 나서 흥겹게 춤을 추고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흉내만 냈다. 날개여성들의 목소리는 곱고 청아해서 노래 소리가 닙이누시 계곡의 멀리까지 퍼져 가며 메아리처럼 울렸다. 멀리서 노래 소리를 들은 날개인간들이 비선각 주위로 몰려와 빙빙 돌았다.
어떤 날개인간들은 산에서 따 온 꽃송이들을 눈처럼 뿌려 주기도 했다.
비선각 연회가 끝난 후 대부분의 날개인간들은 각각 흩어져 돌아갔다. 구니와 나는 창가에 마주 보고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렇게 따뜻한 자리를 베풀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내가 구니에게 먼저 감사의 뜻을 전했다.
“비선각 연회는 특별한 자리라기보다는 우리 날개인간들이 자주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 베푸는 행사이니 너무 감사한 마음을 가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우리 날개인간들은 모두 샤르앙을 좋아하고 각별하게 생각한다. 우리 날개인간들의 마음속에는 샤르앙에 대한 생각이 좋은 감정으로 살아 있기 때문이다."
"특별하지도 않은 저에게 깊은 애정으로 대해 주시는 날개신선님들께 무한 감사를 드릴 뿐입니다.”
그 말에 구니는 다른 대답은 하지 않고 입가에 미소만 짓고 있었다. 한참을 말 없이 앉아 있던 구니가 다시 입을 열었다.
“샤르앙도 이젠 제법 샤르별의 신선이 다 되었구나.”구니가 인사치레로 하는 말 같지 않았다.
“제게서 이전보다 다른 기운이 느껴지기라도 하세요?"“성숙된 영혼의 향기가 느껴진다.”
“제게서 그런 기운을 느끼시다니 너무 감사합니다. 구니 신선님."
"영혼의 속성이란 분위기와 삶의 환경이 참 중요하지. 즉 영혼은 빨랫감과 같아서 향기로운 물에 적셔지면 향기로운 빨래로 변하고 오염된 물에 적셔지면 더러운 냄새가 나기 마련이지. 그래서 샤르앙의 영혼은 샤르별의 향기로운 물과 같은 좋은 기운에 물들면서 성숙하고 아름다운 영혼으로 탈바꿈해 가는 현상이 진실이겠지. 아무튼 향기롭고 성숙한 영혼의 신선으로 탈바꿈해 가는 네 모습이 보기 좋구나."합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
이어서 구니는 화제를 바꾸었다. 친구로 지내는 초시의 안부가 궁금한 모양이었다.
“내 친구 초시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잘 지내는지 모르겠구나.”나는 초시의 근황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초시님은 지금 한 달째 수면시간을 잊고 우주에서 수행할 프로젝트 구상에 몰두하고 계십니다. 아마도 지금쯤 프로젝트 업무를 끝냈을지 모르겠습니다. 한번 통신으로 연결해 볼까요?"
"그럼, 부탁한다.”
구니의 부탁을 받고 나는 휴대하고 다니던 누주시 통신가방을 이용해서 초시와 4차원 통신연결을 시도했다. 이윽고 초시의 목소리가 들렸다.
“샤르앙이구나. 어쩐 일?"
"저는 지금 닙이누시 산에서 구니 신선님을 뵙고 있어요. 초시님의안부를 물으셔서 통신을 연결해 보았습니다. 지난번에는 연결이 안되었는데 좀 한가하신가요?"
"음. 그렇구나. 다행히 이틀 전에 그동안의 업무를 끝냈다. 어젯밤은 모처럼 수면시간을 가지고 달콤한 꿈도 꾸었다. 아무튼 내 친구 구니의 안부가 궁금하니 가상공간으로 나를 초대하렴."
초시의 부탁대로 누주시 통신기능인 가상공간 프로그램을 작동시키자 눈 앞에 4차원 현상의 가상공간이 나타났다. 초시의 모습이 가상공간에 나타나자 구니와 초시는 서로 반갑게 포옹하며 따뜻한 우정을 과시했다.
4차원 가상공간에는 통신에 연결된 이쪽저쪽의 공간이 한 곳에 겹쳐서 나타났다. 초시가 머물고 있는 공간은 우주타운의 연구동이었다. 4차원 가상공간에 연결되면 상대의 공간에 진입해서 그쪽 공간에 놓인 물질들을 만져볼 수도 있고 여러 가지 기구를 사용해 볼 수도 있었다.
구니와 나는 초시의 가상공간에 진입해서 연구동의 여러 가지 시설들을 구경하고 만져보기도 하며 마치 금세 지상에서 우주공간에 이동한 체험을 즐기고 있었다. 가상공간에서 조우한 초시는 구니를 안내하면서 우주 연구의 중요한 시설들을 설명해 주기도 하고 이번에 완성한 우주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을 들려주었다.
구니는 청소년처럼 호기심 강한 눈빛으로 초시의 설명을 열심히 귀담아듣고 있었다.
가상공간에서 연구동 체험이 끝난 후 초시는 구니의 손을 다정하게 잡아주며 이렇게 말했다.
“구니 친구, 나의 사랑하는 아들을 따뜻하게 맞아들이고 좋은 대접을 베풀어 주어 참으로 감사하이...."
구니는 초시의 말을 듣고 정색하며 대꾸했다.
"친구는 무슨 그리 섭섭한 말을 내게 할 수 있나. 친구의 딸이 나의 딸이요, 친구의 아들이 나의 아들이 아니고 누구겠나. 사랑하는 아들을 따뜻하고 반갑게 맞이하는 것은 어느 부모라고 다르겠나. 앞으로는 그런 말은 듣지 않았으면 좋겠구먼.”
초시에게 이렇게 대꾸한 구니는 나를 포옹해 주면서 빙긋 웃어보였다.
“그렇지? 나의 아들 샤르앙아."
초시는 그 모습이 보기 좋은지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구니를 방문하고 나는 다시 하늘자동차를 몰고 하늘을 비상해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다음 목적지는 우굼우 초원이었다. 우굼우 초원은 지구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큰 면적의 광활한 지역이었다. 찾아가는 목적은 우굼우 초원에서 실시할 인공강우 현상을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인공강우 시간은 우주타운에서 운영되고 있는 기상관리 통제센타를 통해 안내를 받았다.
우굼우 초원은 본래 사막이었던 땅이라고 했다. 지구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우굼우 초원은 1만여 년 전까지만 해도 지금처럼 아름다운 꽃의 물결과 초원이 펼쳐진 땅이 아니라 건조한 황토 모래사막에서 먼지만 날리는 황폐한 땅이었다고 했다.
즉 1만여 년 전만 해도 사막이었던 공간이 지금은 온갖 화초와 열매가 풍성한 초원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그 황폐한 사막이 지금처럼 아름다운 초원으로 탈바꿈한 원인은 샤르별 존재들이 총동원되어 벌린 녹색생명운동 덕택이라고 했다. 1만 수천 년 전부터 샤르별의 존재들이 중단하지 않고 벌린 녹색생명운동은 결국 죽음의 땅을 생명의 땅으로 바꿔놓는 쾌거를 달성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우굼우 초원에는 비가 잘 내리지 않는다고 했다.
다른 지역에 비해서 강수량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몇 달만 방치해 두어도 초원은 다 말라 버리고 다시 황폐한 죽음의 땅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했다.
그래서 샤르별 기상관리 통제소에서 정기적으로 인공강우를 실시하여 초원의 푸르름을 이어가고 있었다.
우굼우 초원의 상공에 도착하자 인공강우 시스템을 갖춘 커다란 규모의 비행체들이 상공을 날아다니며 무언가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나는 상공에 떠 있는 상태에서 그러한 광경들을 놓치지 않고 구경하고 있었는데 잠시 후부터 맑고 푸른 하늘에 새카만 구름이 일기 시작했다. 그리고 삽시간에 하늘이 온통 새카만 비구름으로 덮이고 말았다.
새카만 구름이 짙어지자 땅에서는 굵은 빗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소나기가 퍼붓기 시작했다.
따가운 태양빛 아래서 시들기 시작하던 나무와 풀잎들이 싱싱한 모습으로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굵은 빛줄기의 소나기가 몇 시간째 쏟아진 후 충분한 강우량이 채워졌는지 어느새 하늘은 맑게 개이기 시작했다.
그러한 광경을 모두 구경한 후 나는 우주타운의 기상관리 통제소와 통신을 시도했다.
하늘자동차에 탑재되어 있는 통신장치를 이용해 기상관리 통제소로 연락을 취하자 곧바로 응답이 왔다.
"반갑습니다. 기상관리 통제소입니다."
“네, 수고 하십니다. 저는 지구에서 온 샤르앙입니다. 느우시 러우님과 통화를 원합니다."
“아, 샤르앙? 그래요, 잠깐 기다려요."
느우시는 몇 번 상봉을 나눈 기상천문 전문가였다.
직원의 말이 떨어지고 잠시 후 느우시와 연결이 이루어졌다.
느우시와 연결되자 곧바로 하늘자동차 선실에 4차원 가상공간이 나타나고 느우시의 모습이 등장했다.
"사랑하는 아들, 오랜만이구나. 어쩐 일인고?"
가상공간에 나타난 느우시는 나를 포옹하며 등을
"바쁜 시간이 아닌가요?"
도닥거려 주었다.
“아니다. 너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 마음 놓고 대화를 나누자꾸나. 하고픈 말이 있으면 꺼내 보렴."
“조금 전에 우굼우 초원에서 인공강우를 구경했어요.”
"그랬구나. 어떤 느낌을 가졌니?"
"우굼우 초원이 과거에 황토 먼지만 풀풀 날리던 모래사막이었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1만여 년 전부터 녹색생명운동을 벌여 죽음의 땅을 생명의 땅으로 탈바꿈시킨 샤르별 존재들의 노력이 위대하게 느껴지기도 했구요."
“그 점에 대해서는 우리들 스스로도 자랑스런 긍지를 느끼고 있다.”
"우리 지구에는 사막이 많아요. 그리고 사막은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우리 지구도 샤르별처럼 사막을 살리는 녹색생명운동이 일어나서 제2의 우굼우 초원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샤르앙의 소망이 그렇다면 그 꿈은 꼭 이루어질 것이다. 살아 있는 영혼들은 무한한 잠재력의 소유자들이니 마음만 먹으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 그 무한한 잠재력을 믿어라."
“샤르별에서는 자연에서 발생하는 기상을 마음대로 관리하고 제어하는 세상이라고 알고 있어요. 바람과 구름, 비와 눈까지도 마음대로 내리게 하고 멎게 할 수 있는 능력을 샤르별에서는 가능하다고 하지요?"
“사실이다. 우리들은 이미 1만여 년 전부터 눈과 비와 구름, 바람을 마음대로 내리게도 만들고 멎게도 만들며 기상을 제어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지구에서는 비가 내리지 않으면 흉년이 들고 비가 너무 내리면 홍수가 나서 난리가 나지요. 태풍이 몰아치면 속수무책으로 재앙을 감내해야 하고 눈이 많이 내려 폭설이 쌓이면 큰 재앙을 겪기도 하지요. 지구에서는 자연의 모든 기상문제를 하늘이 조정하는 것으로 생각하며 아무리 큰 기상의 재해가 발생해도 어찌할 방도를 강구할 수 없지요. 그런데 샤르별에서는 비를 많이 내리게도 하고 적게 내리게도 하며, 바람을 일으키기도 하고 멈추게도 할 수 있다니 그 엄청난 능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해요."
"다시 말하지만 살아 있는 영혼들의 힘은 무궁무진하며 무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무소불능의 존재들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들이 자연의 기상을 마음대로 제어하고 조정하는 현장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고 싶은데 네 생각은 어떠냐?"
"물론 찬성입니다.”
“그러면 나의 공간으로 진입해라."
느우시의 제안을 받은 나는 즉시 느우시가 머물고 있는 우주타운의 기상관리 통제소의 가상공간으로 진입을 시도했다. 4차원 가상공간 프로그램은 통신으로 연결된 이쪽과 저쪽의 공간을 한 곳으로 모아주는 기능이 있었다.
느우시의 제안으로 느우시가 머물러 있는 공간으로 진입하자 우주타운에 설치되어 있는 기상관리 통제소의 다양한 시스템이 눈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가상현실의 모습들이지만 가상공간의 장치와 물건들을 손으로 만져볼 수도 있었고 기상관리 프로그램들을 실행해 볼 수도 있었다.
기상관리 프로그램을 실행하자 샤르별 지상의 자연의 현상이나 기온과 강우량 등을 비롯해서 식물의 성장상태 등의 데이터 정보가 각 지역별로 상세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그러한 현재 데이터와 표준 데이터가 관리기준에서 벗어나면 즉시 경고신호가 나타나고 관리프로그램이 작동되기 시작했다.
폭우가 내려서 기상재해가 발생될 우려가 있으면 강우량을 제어하는 프로그램이 작동되기도 하고, 큰 바람이 일어나서 태풍이나 폭풍의 재해가 예상되면 미리 풍속을 강제적으로 제어시키는 프로그램이 작동되기도 했다.
샤르별의 지상에서 25만km의 상공에 위치한 우주공간에서 샤르별 전지역의 기상상태를 완벽하게 제어하고 관리하는 현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셈이었다.
지구에서는 아무리 가뭄이 들어 곡식들이 불타서 말라 죽어도 하늘만 쳐다보며 속수무책이고 아무리 폭우와 태풍이 불어도 손도 써보지 못하며 하늘만 원망할 뿐인데, 샤르별의 존재들은 비 한 방울, 바람 한줌의 양까지 계산하면서 지상의 자연과 생태계를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이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러한 느낌을 느우시에게 전했다.
“샤르별은 이제 하늘에 의지하지 않아도 땅에서 살아가는 영혼들의 힘만으로 필요할 때 비를 내리고 필요하지 않을 때 바람을 멈추게 하며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조차 스스로의 힘으로 가꾸고 기르면서 완벽하게 자연을 정복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제 생각이 틀린가요?"
느우시는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샤르앙, 자네 말은 사실이다. 샤르별은 이제 하늘에 의지하여 자연을 다스리지 않고 땅에서 살아가는 영혼들 스스로 자연을 정복하며 살고 있다. 하늘은 이미 자연의 관리권을 포기한 지 오래 되었다.”
"하늘이 땅의 관리권을 포기했다면 하늘은 이미 땅의 하늘이 아닌가요?"
"이제는 땅의 권세가 하늘 권세를 능가한다. 이름하여 지존(地)시대니 선천세상의 천존(天尊)시대는 이름을 바꾸었다."
"지존(시대란 무엇을 의미하지요?"
"땅이 하늘을 의지하여 피동적으로 살지 않고 능동적으로 자급자족하는 시대가 초래되었다. 이제는 지상의 어떤 재앙이나 불행도 하늘을 원망해야 하는 시대가 아니라 땅에서 할 일은 땅에서 스스로 극복하고 해결하며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지존의 시대이다.”
"땅의 기운이 그만큼 성숙되었다는 의민가요?"
“그렇다. 우주의 4계 중 지금은 성숙의 계절로써 하늘의 도움이 필요한 시대를 벗어났다. 모든 생명은 양육 받을 시기와 스스로 성숙된 모습으로 살아갈 시대가 있으니 우주의 4계 중 지금이 그때이다.”
"우주의 4계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지상에 춘하추동의 4계가 존재하듯 우주에도 춘하추동의 4계가 순환順)한다. 봄에는 태동하고 여름에는 양육되며 가을에는 성숙의 단계로써 결실의 때이다. 겨울에는 휴면을 취하면서 태동을 준비하는 것이 우주 4계의 법칙이다. 자식들도 양육 받을 시기는 부모의 보호를 받지만 성숙하면 오히려 부모를 돕고 반대의 입장에 서게 된다. 그래서 지존의 시대를 역천(天)의 시대라고 허물을 쓰지 않으며 오히려 보은(報恩)의 관계로써 순천(順天)의 도를 다할 뿐인 것이다."
"지존의 시대라면 마땅히 땅에서 사는 영혼들은 명실상부(名實相符)하게 지존(至尊)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조건을 겸비해야 하지 않을까요?"
“지존의 시대는 하늘의 신명들이 모두 하늘에 머물지 않고 땅으로 내려와 땅에서 살아가는 영혼들을 보필하며 천지공사를 도모한다. 그래서 땅에서 살아가는 영혼들이 이전에 찾아볼 수 없는 창조적 대력을 발휘하며 우주개벽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한 상징이 바로 샤르별의 모습이다."
“그러한 이치는 지구에도 적용될까요?"
“지구에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는 큰 신명의 영들이 내려와 우주개벽의 마지막을 장식하기 위해 천지공사를 도모한다. 그러므로 지구의 존재들도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무한 잠재력을 발휘하며 지존(地)의 권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지구에는 타락한 영혼들이 말세를 부추기는 삶을 살고 있다고 지구 인류들 스스로 자평하며 살아가는데요?”
"지구에는 무한 성숙된 영혼과 무한 타락한 영혼들이 양극을 형성하고 대치중이다. 양극의 세력이 팽팽하여 미미한 힘이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단서가 될 것이다."
“양극의 세력이 팽팽한 대결을 벌이는 지구의 형세란 뜻이군요?”
"그렇다."
“좀 더 쉬운 말로 풀어 주실 수는 없나요?"
"어렵지 않은 말을 어렵게 풀이하려 하는구나. 다시 말해 지구는 지금 빛과 암흑, 천주(天主)와 멸주滅)의 싸움이 극한 형세를 만들고 있다. 빛의 진영인 천주의 승리냐, 암흑의 진영인 멸주의 승리냐에 따라서 지구의 운명은 결정될 것이다.”
“천주는 지구를 살리는 싸움진영의 대장이고, 멸주는 지구를 파멸(滅)시키는 싸움진영의 대장이라고 설명할 수 있나요?"
“그렇다. 이제 제대로 내 말을 이해한 것 같구나."
"느우시님은 기상천문의 도통자로서 하늘의 천리(天理)까지 꿰뚫어 보시나요?"
"천리(天理)를 꿰뚫지 못하면 천문(天文)도 통하지 못한다."
이런 대화를 끝으로 느우시와 4차원의 가상공간 통신은 종료됐다.
가상공간 통신이 종료되면서 조금 전까지 눈 앞에 보이던 우주타운의 기상관리 통제의 모습과 느우시의 모습이 사라지고 하늘자동차의 선실에 나 혼자서 우두커니 앉아 있는 모습만 발견되었다.
문득 적막한 생각이 들었다.
샤르비네는 열흘이 넘도록 수면시간을 잊고 학문연구에 몰두하고 있었고, 나도 역시 열흘이 넘도록 수면을 포기하며 이곳저곳 마음 내키는 대로 여행을 즐겼다.
수면을 취하지 않아도 졸리거나 피로함을 느끼지 못했다.
다음 찾아갈 목적지는 괴짜 신선이 살고 있는 바미시 무릉도원이었다. 샤르별은 어디를 가든지 복사꽃 물결로 덮여 있는 무릉도원 천지라고 소개할 수 있었지만 바미시 무릉도원은 첩첩산중 깊은 밀림의 계곡에 자리 잡고 있어 들어가는 길은 있어도 나오는 길이 없는 세상으로 유명했다.
나는 영혼의 멘토인 연화를 불러서 바미시 무릉도원의 괴짜 신선을 찾았다. 괴짜 신선은 항상 신선주 병을 옆에 끼고 살았고 신선주의 취기가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래서 괴짜 신선의 별명이 취선(仙)이기도 했다.
취선을 찾았을 때 그는 이미 신선주에 거나하게 취해 있는 상태였고 선녀들의 치마폭에 쌓인 채 흥겨운 풍월을 읊으며 천하의 기쁨을 만끽하며 세월을 희롱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건 말건 세월이 흐르건 말건 취선에게 관심거리는 없었고, 세태가 바뀌고 세상이 어떤 형국에 놓이건 취선이 관여할 대상은 없었다. 오로지 천상에서 내려온 듯 아름다운 미모의 선녀들을 곁에 낀 채 풍월을 읊고 춤을 추며 세상사를 잊고 살았다.
그런 취선을 찾아가 방문 인사를 올리자 크게 반기지도 않고 무관심하지도 않은 표정으로 빙그레 웃기만 했다. 그리고 함께 희롱을 떨던 선녀 하나를 지목해서 나를 처리하라는 시늉을 보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6 <4차원의 현상과 초월적인 삶의 세계 1> - 박천수著
첫댓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우주의 가을
우리는 지금 가을의 문턱은 지났겠지요
네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