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지점으로 이동을 위하여 오랜만에 늦은 시각 버스를 탔다. 손님의 대부분은 대리기사들이었고, 간간히 조그맣게 들리는 오더음(요즘은 볼품을 크게 해놓은 분들이 거의 없는 듯 하다) 사이로 작은 노래 소리가 들린다. Olivia Newton John 의 “Have you never been mellow “
볼륨을 조금 높여도 되련만 버스 기사 분 역시 너무도 작게 라디오를 틀어 놓았다. PDA를 꺼놓은 채로 음악을 듣다가 문득 옛 친구 생각이 나서 미소 지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올리비아를 유난히 좋아하던 녀석이 있었다. 교과서뿐 아니라 그 녀석 가방에 들어 있는 모든 책과 노트 표지에는 올리비아의 사진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녀석은 표지사진으로 무슨 책인지, 무슨 노트인지를 구분하였다. 당시는 외국가수의 사진이 그리 흔하지 않던 시절이라, 그 정도의 질과 양을 가진 사진을 구하려면 남대문 등지에서 당시로선 고가에 판매되던 “뮤직 라이프”류의 일본 잡지를 통해서만 가능했었다.
녀석에게는 야심만만한 꿈이 있었으니 바로 올리비아와의 “결혼”이었다. 올리비아가 연하의 남자를 좋아한다는(실제로 그녀와 결혼한 남자들은 11살, 10살 연하였다) 사실에 착안한 녀석의 음흉한 계획은 이러하였다.
당시 올리비아의 나이는 서른살(스물 여섯 정도로 알고 있었다). 녀석이 고교졸업 후 대학까지 마치고 바로 유학을 가면 그녀의 나이는 서른 여섯. 그때 까지는 미모를 간직할 터이니 꼬셔서 결혼을 하고 한 5~6년 같이 살다가, 그녀가 사십이 넘어 매력이 없어지면 이혼을 한다(위자료까지 받는다)는 그야말로 위풍당당한 계획이었다. 우리는 입에 침을 튀기며 확신에 찬 어조로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는 녀석을 보면서, 정말 저 녀석이 올리비아와 결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녀석의 계획에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으니 대한민국 남자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군대 문제를 깜빡 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는 1948년생이지만 외국가수에 대한 정보가 확실하지 않던 당시는 52년생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므로 녀석의 나이 계산에는 처음부터 치명적인 오류가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는 녀석의 성적을 볼 때 외국 유학까지 간다는 것에 회의적이었다. 물론 성적만으로 유학을 가는 것은 아니지만.
녀석의 올리비아에 대한 지극한 사랑은 졸업 때까지 계속되었는데, 3학년 즈음에 그녀가 영화에 같이 출연한 연하의 배우와 사귄다는 흉흉한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녀석의 미래를 걱정하는 우리들에게 녀석은 확신에 찬 어조로 “금방 헤어질 거야”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몇 년 후 그녀는 정말 그 배우와 결혼했고, 10여 년을 살았다) 우리는 졸업을 했고, 그 후로 녀석을 만나거나 소식을 듣지는 못했다.
필자의 고교시절은 비틀즈를 시작으로 딮 퍼플, 레드 제플린등등에 빠져 있던 시절이라 올리비아류의 노래는 별로였지만, 황학동의 해적판 시장을 뒤지다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그녀의 76년 앨범인 “Come on over”를 덜컥 구입한 적이 있다. 물속에서 머리만 내놓고 있는 커버사진이 있는 앨범이었는데, 예의 황학동표 답게 세피아톤의 단색 재킷이었다. 아마도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조금은 맛이 갔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녀에 대한 개인적인 환상이 깨진 것은 81년인가 “Physical” 앨범이 나왔을 때였다. 당시로는 드물게 뮤직 비디오까지 제작하여 대단한 히트를 기록했던 앨범이지만, 결국 그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준 그녀의 너무나도 “굵은” 허벅지에 정나미(?)가 떨어진 것이다.
그녀가 첫 번째 남편과 이혼하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한국계 남자를 사귄다는(동거한다는. 실제로 결혼은 하지 않고 10여 년을 같이 살았다) 외신을 듣고 깜짝 놀랐다. 물론 녀석은 아니고 어릴 적 미국으로 입양된 한국계 미국인 이었지만, 이로써 한국인도 충분히 올리비아 정도의 유명인을 꼬실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듯 하다. 결국 녀석의 이론이 그리 허황된 것만은 아니었음을 세월이 증명해 준 셈이다.
추신
1. 개인적으로 그녀의 곡 중에서 기억나는 것은, 뜬금없이 생리대 광고에 배경음악(30여 년 전의 광고 음악을 왜 기억하고 있는지) 으로 나왔던 “Let me be there”/ 비 오는 날 듣기 좋은 “Blue eyes crying in the rain”/ 속삭이는 듯 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 sam”/ 영화 “그리이스”에서 존 트라볼타와 불렀던 “You’re the one that I want”와 초기 노래 몇몇 곡 들 뿐이다. “Physical” 앨범 이후는 위의 이유(?) 때문에 별로이다.
2. 올리비아는 작년(환갑나이)에 10살 연하의 남자와 2번째 공식 결혼을 했고, 지금은 유방암 예방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고 한다. 미모도 미모지만 라디오 시절의 가수였으므로 그녀의 가창력과 작곡실력도 미모 못지않게 훌륭했으며, 뭇 남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3. 당시 2명의 올리비아가 유명했는데,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올리비아 핫세와 올리비아 뉴튼 존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 동양적 미모인 핫세가 더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언젠가 외신을 통해 공개된 핫세의 모습은 별로 였다.
4. 여자의 미모는 ‘얼마나 잘 가꾸었는가’ 보다는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최고의 미모를 가진 여자 배우는 “오드리 햅번”이었다고 생각한다. 흑백으로 된 노년의 그녀 사진은 정말 매력적이었다.
5. 이 글을 쓰던 토요일 아침 슬픈 소식을 듣고 예의가 아닌 듯하여 지금 올렸습니다.
첫댓글 혈계님의 오랫만의 글 반갑습니다. ^^ 황학동의 해적판 소위 빽판파는 곳에 대한 얘기부터 전부 반가운 글입니다. 항상 건승하시길 빕니다. ^^
올리비아 뉴튼존 락에 레드 제플린 부드러운 옵빠들 비틀즈....다 제가 좋아 하는 아티스 들입니다...님이 올리신글을 보니 뉴튼존 엄청 좋아 하신거 같습니다....세세한 정보 감사드림니다..휴게실에 뉴톤존의 노래 모음곡 올려 볼께요^^
올리비아 뉴튼존 노래중엔 개인적으로 Let me be there 을 최고 좋아합니다.짜증나는 정치글보단 예전에 좋아하던 올리비아 뉴튼존 소식이라 기분 좋습니다...이런 일반소식에 기분좋고 자기가 맡은 일만 열심히 한다면 경제도 금방 살아날텐데..
청소년기에는 올리비아핫세,,, 청년시절에는 올리비아뉴튼존이 저의 마음의 연인이었지요 ...let me be there~♬
올리비아 뉴튼존 노래중에 제일 애절한 노래는 hopelessly devoted to you
혈계님의 글... 반갑습니다~ 덕분에 잠자고 있던 노래 한 곡 꺼내 듣습니다. 이종환의 낭독이 곁들여진 Blue eyes crying in the rain.... 비 오는 날 들어야 하는데~~ ^^
다 그리운 이름들 입니다...감사..

잘 읽었습니다.....
저도 황학동과 세운상가 등지에서 금지곡들 들어 있는 빽판 고르느라고 손톱에 때가 꽉꼈던 기억이... 아~ 그리운 시절이여라~
지두 피지컬 땜시 홖 깼어요...
존트라볼타랑 같이 나왔던 영화 그리스가 다시보고 싶어지고 그리고 피지칼이랑 같은 앨범속에 있었던 carried away 요노래가 갑자기 듣고싶어지네요
영원한 팬입니다.......갑자기 그녀의 노래가 듣고싶어지는군요...
슬픈소식이 뭔지 몰라도 아무리예뻐도 지금은 다~ 늙거나 죽엇다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