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대에서 유행하는 인생에 대한 모토가
<욜로>에서 <갓생>으로 변한 지가 이미 한참 됐죠.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신을 보며 만족하는 인생
대부분의 사회에서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니 부지런한 생활을 통해 목표를 이루라는 메세지를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노력도 타고나는 성격의 일환이며,
사람들 별로 개인차가 심한 선천적인 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실제로는 재능있는 사람들만큼이나, 부지런한 사람들도 상당히 희소하다는 거죠.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성격적으로 성실하게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인간은 몇가지 이유들 때문에 후천적으로도 충분히 성실해질 수 있다는 겁니다.
단, 이러한 경우들엔 특정한 조건이 달라붙긴 하지만요.
조건부 성실
노력도 능력이다.
비조건부 성실,
즉, 타고나기를 부지런하게 태어난 것은 곧 성격적 요인에 해당됩니다.
어마어마한 기프트죠.
성격심리학계에선, 성실성이 높을수록,
성공할 가능성, 돈을 많이 벌 가능성, 자신의 삶에 만족할 가능성 등이 커진다고 이야기합니다.
내가 이러한 기프트를 지니고 태어났는 지 여부는
BIG 5 검사를 실시한 후 성실성 점수를 확인해 보시면 되는데,
(위 링크에서 확인 가능)
BIG 5의 성실성 항목에서 가장 중요한 건, 하위 항목 6개 중 바로 자제력 점수입니다.
※ 자제력이란, 해야 할 일이 있을 때, 미루지 않고 바로 착수하는 특성이다.
자제력이 낮은 사람들 : 데드라인이 10일 남은 과제를 받으면 하루 전에 벼락치기 시작.
자제력이 높은 사람들 : 데드라인이 10일 남은 과제를 받으면 그 날 바로 시작.
예를 들어,
다른 다섯개의 하위 항목 점수가 평균 90점이라고 한들,
(자신감, 계획성, 책임감, 성취욕, 신중함)
자제력 점수가 2-30점 정도로 낮다면,
비록 전체 평균이 70점이 넘어간다고 해도, 성실한 성격으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실성 평점이 대략 50점 중후반대인데,
센터에서 성격 분석을 해 보면,
다른 점수들은 높은데 유독 자제력만 떨어지는 왜곡된 고성실성이 굉장히 많이 나와요.
자신감도 있고, 생각도 많고, 성취욕도 강하지만,
하기 싫은 일들을 참고 수행해내는 자제력 특성이 유달리 떨어지는 것이죠.
이러한 왜곡된 고성실성의 특징은
① 게으른(소극적) 완벽주의 성향이 있거나,
② 이상과 현실 간의 괴리감으로 인해 불안정한 자존감을 지니고 있거나,
③ 나보다 우월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열등감을 느끼게 된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저는 부지런한 편인데, 게으를 땐 또 확 놓아버리는 편이거든요?
저 같은 사람들은 뭔가요?"
성격적으로 성실한 사람들이 있는 반면, (비조건부 성실)
특정 조건이 성립되면 성실해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조건부 성실)
이러한 조건부 성실에는 크게 세가지 종류가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바로 상황적 성실입니다.
상황적 성실을 갖춘 사람들의 대다수는
단체 생활을 할 때와 개인 생활을 할 때 간에 크나큰 괴리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회사에선 누구보다도 열심이지만, 집에서는 누구보다도 게으르거든요.
상황적 성실의 본질이란,
내가 처한 상황에 훌륭히 적응하기 위해 발현되는 일종의 "조정 능력"에 가깝습니다.
즉,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
회사에서 나에게 요구하는 성실성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죠.
그게 안 되면, 단체 생활에서 도태되어 내 자존감이나 경제적 생존에 큰 문제가 생길 테니 말예요
재밌는 건,
성격적으로 남들에게 피해 입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들일수록,
이 상황적 성실성이 한층 더 강력해진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예민한 사람(HSP)이나 공감 능력이 월등한 사람(Empath), 극 내향인 등은
타인에게 피해 입히는 것을 극도로 꺼리기 때문에 단체 생활에서 최선을 다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단체 생활에서의 나를 근거로 내 성실성을 과대평가한 나머지,
회사를 그만 두고, 프리랜서나 사업, 공부 등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즉, 단체 생활에서 개인 생활로 넘어가게 되면, 상황적 성실성이 '뿅'하고 사라지게 된다는 거죠.
상황적 성실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에게 상황적 압박이 사라지고 나면,
자연스럽게 그들의 원래 모습인 게으른 성격이 나타나게 되겠죠?
사람들은 습관적인 행동을 왜 할까?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물 한 잔,
매주 3일 이상은 조깅 등등
이러한 행동이 스스로를 뿌듯하게 만들어주니까 하는 것일까?
의외로 습관 행동은 쾌감보다는 불쾌감과 관련이 깊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
습관 행동을 유지하는 것이 기분이 좋으니까 한다기보다는,
습관 행동을 중단하는 것이 기분이 나쁘니까 하게 된다는 것이죠.
즉, 내가 기껏 좋은 루틴을 만들어놨는데,
그걸 포기하고 중단하게 되면 내 마음이 너무 불편하고 불안하니까,
이러한 부정적 감정들을 회피하기 위해 습관 행동에 매진하게 된다는 거예요.
이걸 도식으로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습관 행동의 유지 : 습관 행동을 해야 하는 불편감 < 습관 행동을 포기하고 느끼게 되는 불편감
그렇기 때문에, 성격적으로 보자면,
부정적인 감정에 민감할수록, 즉,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회피 성향이 높을수록,
습관 형성에 더 유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민한 성격이나 신경 과민 성격을 지닌 사람들은
습관을 유지하지 못했을 때 느끼게 되는 자괴감이나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어떡해서든지 꾸역꾸역 습관 행동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요.
반면, 신경성이 낮아서 선천적으로 스트레스에 둔감한 사람들은,
습관 행동을 중단했을 때의 불편감보다 습관 행동을 해야 한다는 귀찮음이나 노력에 대한 불편감이 더 크므로,
좋은 습관을 형성하고 유지하는 데 상대적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네가지 성실성의 유형 중 가장 강력하지만,
그만큼 아무나 얻기 힘든 희소한 성실성
주체적 성실이 특히 우리나라에서 다이아몬드보다 희소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이 사회가 시민들에게 주체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정의할 수 있게끔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너도나도 어렸을 때부터 사회가 정한 획일적인 기준에 따라,
좋은 대학에 가고 더 많은 돈을 버는 길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내가 정말 뭘 좋아하고, 어떻게 살아야 할 지에 대해서는 정작 아무런 생각이 없는 것이죠.
공부가 재밌어서 하는 애들이 얼마나 있을까요?
그저 성격적으로 성실함을 타고났으니까,
또는, 습관의 힘으로 공부 노력을 유지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공부라는 카테고리에서 성공할 수 있는 아이들은 지극히 한정적일 겁니다.
"우리 아이는 어찌나 게으르고 산만한 지, 책상머리에 한시간도 못 앉아있어요.
얘가 뭐 먹고 살 지 벌써부터 너무 걱정 되는 것 있죠?"
우리가 오해하면 안 되는 게,
하기 싫은 일을 못 해낸다고 그 사람이 평생 게으를 것이라고 단정지어서는 안 됩니다.
하기 싫은 일을 해 내는 사람들이 오히려 소수인 것이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일, 내가 선택한 일을 할 때만 적극성과 성실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져요.
따라서, 인생의 관건이란,
내가 성실해질 수 있는 나만의 컨텐츠를 최대한 빨리 찾아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보람차게 열심히 사는 일이 되겠죠.
하기 싫은 일을 해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힘만이 성실성은 아닙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더 잘 해 낼 수 있게 도와주는 힘도 똑같이 성실성이에요.
공부를 아무리 못해도, 정말 하고 싶은 게 생기면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열심히 노력할 수 있는 게 바로 인간이라는 생물입니다.
진정한 갓생이란 아마도
자아실현을 꿈꾸며 내가 선택한 일에 매진하는 주체적인 사람들의 인생 그 자체가 아닐까요?
※ 무명자 블로그 : https://blog.naver.com/ahsune
첫댓글 너무 좋은글이네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네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