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독서 학교로 나가
아침 최저 기온이 빙점 근처로 내려간 일월 둘째 화요일이다. 대개 공공 박물관이나 도서관은 주중과 일요일은 개관하고 월요일이면 쉬는 경우가 상례다. 내가 자주 다니는 교육청 산하 도서관도 이 기준이 적용되는데 올해부터는 이용자 편의를 위해 휴관도 한 달 한 차례 두 번째 월요일만 쉬도록 바꿔 기대감이 높다. 우리 지역 시청 산하 도서관 휴관은 지역마다 달리 정해 놓았다.
새해 첫 달 둘째 화요일은 날씨와 무관하게 도서관으로 나가기로 정해 놓았는데 공교롭게도 일 주 전 지난 화요일도 도서관에서 하루 내내 보내다 왔다. 그날은 새해 들어 첫 개관이었다. 아침 식후 배낭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 아파트단지를 벗어났다. 외동반림로 보도를 따라 걸으니 높이 자란 메타스퀘이아는 비늘잎 갈색 단풍이 거의 떨어져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나고 있었다.
중학교와 인접한 반송 소하천 물웅덩이엔 흰뺨검둥오리 한 쌍이 주둥이로 냇바닥을 휘젓고 다녔다. 녀석은 거기서 물고기를 찾기보다 진흙에 묻혀 사는 지렁이나 다른 수서 곤충을 찾아 먹이로 삼는 듯했다. 오리류는 번식 산란기가 아님에도 연중 붙어 다니는 금실을 자랑함이 부러움을 살 만했다. 그 곁에 깃이 하얀 여름새 쇠백로는 늘 단독 개체로 홀로 먹이를 찾아 겨울을 났다.
시내버스 운행 체계 개편을 위한 도로 선형을 바꾸는 공사로 어수선한 원이대로를 건너 폴리텍대학 후문으로 갔다. 폴리텍대학 캠퍼스는 평일도 방학도 구분 없이 언제나 조용했다. 고목 벚나무 가로수가 도열한 교육단지 찻길의 보도에서 창원도서관으로 별관 책담으로 들었다. 어제 둘째 월요일 휴관하고 문을 연 도서관에는 내가 첫 이용자가 되어 출근하는 사서들과 동시 입실했다.
내가 도서관으로 나가는 날이면 웬만해서는 업무 개시 시각과 맞추었다. 열람석은 먼저 오는 순서로 앉고 싶은 자리를 차지한다. 이왕이면 하루를 보낼 자리인데 전망이 탁 트인 아늑한 자리를 앉고 싶어서였다. 요새는 방학이라 주말이나 일요일이 아니라도 학생층이나 어린아이를 데리고 오는 젊은 부모들이 더러 있었다. 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나라 밝은 미래를 엿보게 된다.
자리에 앉아 지난주 집으로 빌려 간 책을 꺼냈다. ‘처음 만나는 한시’와 ‘흔들릴 줄 알아야 부러지지 않는다’는 독파했으나 ‘역노화’는 중간쯤 읽어가는 중이라 도서관에서 마저 읽어 나갔다. 생명 연장 주제는 과학이나 의학 영역인데 ‘역노화’는 미국 투자 전문가 세르게이 영의 저서였다. 그는 미래를 낙관하면서 120세에서 200세가 가능한 극한 장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책에는 북한 김정은의 건강 상태를 언급된 부분도 나오고 석유보다 소중한 자원이 데이터란 구절도 있었다. 건강에서 정기 검진 중요성에서는 ‘지붕은 맑은 날에 고쳐야 한다.’는 케네디 어록을 소환했다. ‘나쁜 습관을 고쳐라’는 장에서는 일찍 죽는 게 소원이라면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 단 음식을 먹으라고 했다. 보너스 장이었던 ‘생각으로 젊어져라’에서도 명심할 부분이 있었다.
지난주 대출 도서는 오전 중 독파하고 사서에게 반납처리 한 뒤 신간 코너에서 새로 읽을 책을 골랐다. 오후에 도서관에서 읽을 책과 나중 대출을 받아 집으로 가져갈 책으로 구분했다. 서가에서 뽑은 책을 한 아름 안고 열람석에 두고 휴게실로 건너가 컵라면과 집에서 준비해 간 떡으로 간단한 점심을 때웠다. 후식은 구내 커피숍을 찾아가 따뜻한 아메리카노로 머리를 맑게 했다.
점심 식후 박승철이 엮은 ‘한눈에 알아보는 우리 나무’을 펼쳤다. 서울시청 산하 구청에서 나무와 무관한 일로 23년 보낸 저자는 은퇴 후 23년간 발품 팔아 2000 종이 넘는 나무 사진 150만 장을 정리한 도감이었다. 국문학을 전공한 정춘수가 한문을 이해하기 쉽게 푼 ‘한문 독해 첫걸음’까지 읽고 나머지 세 권은 집으로 가져왔다. 심리학과 인문학에 관해 궁금증을 푸는 책이다. 24.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