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필드로 온 아이티 이민자들이 주민들이 기르는 개나 고양이를 잡아 먹는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의 TV토론 발언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아이티 이민자들이 많은 오하이오주 소도시 스프링필드에선 폭탄 테러 위협도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이 괴담의 출처가 트럼프와 가깝게 지내는 31세 ‘극우 음모론자’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12일(현지 시간) 스프링필드 당국은 “스프링필드의 여러 시설에 대한 폭탄 위협으로 오늘 시청이 문을 닫는다”며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주민 여러분은 시청 주변 지역을 피해달라”고 공지했다.
시 관계자들은 “이날 오전 8시 24분경 시의 여러기관과 언론에 폭탄 위협 이메일이 발송됐다”고 전했으며, 시청 직원들도 이미 대피시킨 상태다.
10일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과의 첫 TV 토론에 나선 트럼프는 스프링필드로 온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언급했다.
이에 해당 지역의 일부 아이티계 이민자들은 학교를 보내지 않는등 안전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백악관은 12일 트럼프의 해당 발언이 “주민들의 삶을 위험에 빠트리는 혐오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11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니아주 섕크스빌 소방서에서 열린 9.11 테러 23주년 행사에 트럼프와 함께 참석한 로라 루머.
해당 주장이 ‘극우 음모론자’로 유명한 로라 루머’(31)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루머는 소셜미디어 X에서 120만명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극우 인플루언서다.
최근 트럼프 지지 행사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으며, TV 토론이 열린 펜실베니아 필라델피아에 트럼프 전용기를 함께 타고 가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
1일 9·11 테러 추모식에도 트럼프와 동행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루머는 대선 토론 며칠 전 소셜미디어(SNS)에 ‘이민자들이 반려동물을 먹는다’는 음모론을 퍼뜨렸다”며 “해리스 후보 공격에 활용하도록 트럼프를 부추겼다”고 전했다. 토론 하루 전인 9일에도 루머는 자신의 ‘X’에 해당 주장을 반복했다.
CNN방송은 소식통을 인용해 “루머가 트럼프의 개인 전화번호까지 알고 자주 통화한다”며 “루머의 소셜미디어를 보면, 트럼프의 다음 행보를 짐작할 수 있을 정도”라고 분석했다.
루머가 트럼프 후보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루머는 지난해에도 “9·11 테러가 미 정부의 내부 소행”이란 음모론 등을 주장해왔다.
최근에는 “해리스 후보는 흑인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일삼았다. 지속된 거짓 선동으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는 퇴출되기도 했다.
1993년 미 애리조나주에서 태어난 루머는 극우단체인 ‘프로젝트 베리타스’ 등에서 활동해왔다. 2020년 트럼프의 지원을 등에 업고 플로리다주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로도 출마했다가 낙마하기도 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루머는 골칫거리다. “트럼프에게 피해만 줄 뿐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원 내 대표적인 MAGA 인사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주)은 “루머는 MAGA를 대표하지 않는다”며 “증오의 어조가 공화당에 큰 문제”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