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빅토리
90년대 배경, 고등학교 치어리딩부 정도만의 정보만 있어도 대충 어떤 영화일지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90년대 히트 가요들을 활용한 추억뽕 + 치어리딩의 에너지, 정도가 영화의 메인이 될 가능성이 높겠죠. 결국 이 영화의 성패는 그 뽕을 얼마나 뽑아내느냐에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할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 뽕을 전혀... 제가 춤을 전혀 몰라서 그런지 혜리씨가 멋지게 잘 춘다던지, 치어리딩에 신이 나서 엉덩이가 들썩들썩 이런건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애초에 치어리딩 뽕에 집중한 영화가 맞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치어리딩은 소재이고 이야기가 주인 영화인가?
에이 설마요.... 이 영화의 이야기는 정말 별게 없습니다. 이야기 하나하나도 모두 너무나 흔한 클리세 수준의 이야기들이고, 늘어놓는 이야기는 많은데 뭐 하나 제대로 집중해서 풀어내지도 않습니다. 솔직한 평으로는 시나리오 이렇게 대충 쓸꺼야? 라고 하고 싶을 정도로, 캐릭터들은 무슨 클리쉐 덩어리들이고 무슨 사건을 하나 던져놓곤 갈등을 통해서 풀어나가는게 아니라, 그냥 아사모사하게 대충 잘 됐어 하고 넘어가버립니다.
저는 여러모로 감독의 기획 자체가 뒤틀려있다고 느껴지는게, 치어리딩 뽕에 집중한 영화라면 이야기가 대충대충일수 있어요. 그렇다면 치어리딩의 성장, 터져나가는 도파민 뽕에 더 힘을 줬어야 하지 않나 싶은거죠. 만약에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거라면, 가짓수를 줄여서 몇가지 이야기에 집중했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그리고 이야기 수준도 성인용으로 올렸어야죠, 가끔 비교되던 써니는 어땠었지 싶어서 찾아보니 써니는 15세고 감독판은 아예 18세입니다. 99년 배경에 당시 히트곡 뽕을 뽑아먹을 영화를 12세로 낮출 이유가 없어요, 성인을 위한 이야기를 구성하는게 맞는거죠.
장점이라면, 기본적으로 내용도 그렇지만 화면 톤이나 색감도 밝고 따뜻합니다. 이건 영화가 가는 방향이랑 촬영이 잘 붙기도 했고 그냥 미술적으로도 꽤나 괜찮습니다.. 죄송하지만 칭찬은 이것 뿐이네요....
사실 빅토리를 뒤늦게라도 본 이유는 이혜리 씨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예능인 이혜리씨는 좋아하지만, 배우 이혜리씨는 정말 별로였거든요. 물론 응팔은 좀 열외입니다만, 그건 신인 배우 쓰는데 익숙한 신원호빨 + 이혜리씨랑 너무 잘 붙은 캐릭터빨이 상당히 있다고 생각하고요. 왜 그렇냐하면 그 이후에 나온 물괴-판소리복서의 이혜리는 배우 하면 안되는 수준이였거든요. 근데 어떻게 계속 주연을 맡고 있길래 연기가 많이 좋아졌나? 좀 궁금하긴 했어요. 근데 빅토리에서 이혜리씨 연기는 뭐 평할게 딱히 없긴 합니다. 덕서이 비스무레 하기도 하고, 뭐 딱히 모난 부분은 없었습니다.
그러고보니 무빙의 봉석이(이정하 배우)가 나오는데 거기도 봉석이 그대로인것도 재미있네요. 그 외에 구구단 출신이신 조아람 씨 예쁘고, 방송부, 매니저 귀엽습니다ㅋ
* 행복의 나라
마파도, 광해, 7년의 밤을 연출한 추창민 감독 작품입니다. 광해야 워낙에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최근작인 7년의 밤이 꽤 망했었죠. 정유정 작가 소설이 원작인데, 개인적으로는 원작도 정신 나갈것 같다고 느껴졌지만 영화는 더 꼬이고 뒤틀린 느낌이였습니다. 그래서 감독에 대해선 크게 기대는 없었습니다.
총평을 먼저하자면 괜찮지만 아쉬움도 많은 영화였던거 같습니다. 먼저 호평해야될건, 중심인물이라고 해야할 조정석-이재명-이선균 세 배우들의 연기가 좋습니다. 꽤 무거운 이야기인 만큼 연기력이 안되면 폭망할수가 있는데, 셋 다 자기 몫은 충분히 하더라고요. 촬영도 어두운 감옥 면회실에서 창을 통해 빛이 들어오고, 그 따뜻한 색의 빛에 비친 이선균씨를 잡아주는 장면 같은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주연배우들의 연기력, 그리고 괜찮은 촬영이 붙으니 이것만으로도 꽤 볼만한 영화가 나옵니다.
아쉬운 점은, 결국은 이야기죠. 10.26 그리고 이어지는 12.12 라는 거대한 시대의 흐름속의 박태주(이선균, 실제 인물 박흥주)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영화를 보면 이선균 캐릭터에 집중한다기 보다는 조정석이 전상두(유재명, 실제 인물 전두환)와 대립하기 위한 일종의 매개체로 쓰인다는 느낌이 더 강하거든요. 그렇게 억지를 무릅쓰고 조정석-유재명 구도를 만들어선 겨우 하는것도 어느정도 신파 + 설득력이 없는 이야기를 전하는데 그친다는것도 아쉬운 점이고요.
또 하나 이건 감독 입장에선 환장할 노릇이겠지만, 서울의 봄이라는 존재 자체가 행복의 나라에 좀 마이너스 일것 같습니다. 서울의 봄이 개봉하고 1300만 관중을 동원한게 작년 12월이거든요. 12.12를 꽤 비중있게 다루고 주요 인물중의 하나가 전두환이다보니 여러모로 겹칠수 밖에 없고, 행복의 나라를 보면서 계속 서울의 봄이 안 떠오를수가 없더라고요. 사실 촬영은 행복의 나라가 먼저 하긴 했습니다만... 뭐 꼬우면 먼저 개봉하던가요ㅋ
조정석 배우는 드라마 커리어에 비해서 영화 커리어가 좀 아쉬운 편이였는데, 올해 8월에 자기 주연작이 두개나 개봉했네요. 파일럿, 행복의 나라. 게다가 파일럿은 원래 강하다고 평가받던 개그 쪽을 강하게 보여줬고, 행복의 나라는 무거운 영화도 충분히 소화 가능하다(그 와중에 개그도 칠수 있다ㅋ) 라는 상반된 캐릭터를 다 잘 소화하면서 이제는 영화쪽 입지도 더 확고해질것 같습니다.
첫댓글 서울의 봄보다 개봉을 먼저 못했던건 이선균 배우의 사건 때문이었죠. 영화의 평가와는 별개로 불운한 작품이죠.
좋은 글 잘 봤습니다. 중간에 전상두 역 맡은 배우는 유재명 배우를 말씀하시는거죠??
헉ㅋㅋ 바로 수정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ㅋ
조정석 주연작이 적어서 그렇지 영화도 크게 나쁘지 않죠. 엑시트, 관상, 건축학개론..
이번 파일럿도 작품성과는 별개로 흥행했고요 ㅋ
뭐 같은 얘기입니다ㅋ 드라마 대비 아쉽다는거고, 영화 리스트 말고 드라마 리스트를 보면 오 나의 귀신님, 질투의 화신, 녹두꽃,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조정석 드라마 커리어가 생각보다 상당히 좋습니다. 반대로 영화쪽은 말씀대로 주연작이 그렇게 많지도 않고, 엑시트가 대박을 터뜨려서 그렇지 사실 아쉬운 작품도 꽤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