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13편]
병아리가 태어날 때 / 강기원
똑똑!
나가도 돼요?
방 안에서
노크하는 놈은
처음 봤다
-웹진 “동시 빵가게” 제4호
징검다리 / 곽해룡
나를 밟고 가
가다가 길이 끊기거든
너도 거기 엎드려 등 내밀고
길이 되어 봐
-“어린이와문학” 2018.10월호
반딧불이 / 김금래
밤길을 날아가요
이마에 불을 켜면
눈앞이 환할 텐데
옆구리에 불을 켜면
길옆이 환할 텐데
꽁무니에 불을 켜고
반짝반짝 날아가요
지나온 길이
환하라고
-“동시마중” 2018. 5,6월호
유리 / 김성민
한번 와장창 깨지고 나니까
겁날 거 없던데
사람들이 다시 보더라
슬금슬금 피하더라
-“시와소금” 2018. 가을호
책 / 김현숙
평생 읽히는 책으로만 사는 건 정말 따분해 그래서 엉뚱한 일을 시작했어 파리채, 고양이 베개, 탑 쌓기, 징검다리 놀이… 이 일도 넘 단조로워 오래 할 게 못 되더군 으라차차! 책장을 받치는 받침대가 되어 보기도 했어 그것도 힘들어 몇 달 못 가 그만두었지 그래도 제일 좋았던 건 클로버 품기! 잘 품고 있다가 행복이든 행운이든 나눠 주기
-“동시마중” 2018. 3,4월호
일요일 밤에 월요일을 굽자 / 문현식
야금야금
일요일
다 먹어 갈 때
월요일을 꺼내
버터를 바르고
노릇노릇 굽자
잘 구워진 월요일에
펴 바를 딸기잼
옆에 챙겨 놓았으면
한 입 남은
일요일을
입에 쏙 넣자
딸기잼 발라
내일 먹을 월요일도
맛있을 거야
우물우물 냠냠냠
일요일을
꿀꺽
-“시와 동화” 2018. 여름호
바람의 사춘기 / 박혜선
아무것도 하기 싫다
사과나무 가지에 누워 자고 싶다
“오늘은 바람이 잠잠하네.”
“그러게 바람 한 점 없네.”
과수원 나온 아저씨 아줌마가 하는 말까지
잔소리 같아 짜증난다
벌떡 일어나 사과나무 한 번 흔들어 줄까 하다가 관뒀다
그냥 다 귀찮다.
-“시와 동화” 2017. 겨울호
내가 잡아 줄게 / 서금복
-엄마, 나도 동생 있었으면 좋겠어.
-현준아, 엄마는 손이 두 개니까 형하고 네 손만 잡고 싶어.
-엄마, 나도 손이 두 개니까 남은 손으로 동생 꼭 잡아 줄 수 있어.
-“동시 먹는 달팽이” 2018. 여름호
공부 / 성명진
집 안
구석진 데서 발견한
씨 몇 알
아빠와 나는
무슨 씨인지
내내 궁리하다가
봄이 오면
흙에 심어 보기로 결정했다
이 문제는
봄에게
흙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동시마중” 2018. 7,8월호
지구를 운전하는 엄마 / 안상학
봄나들이 갔다가
냉이밭을 만난 엄마
호미 대신
자동차 열쇠로 냉이를 캔다
열쇠를 땅에 꽂을 때마다
지구를 시동 거는 것 같다
부릉부릉
지구를 몰고 가는 엄마
우리는 시속 1,667km 지구 자동차를 탔다
-“동시마중” 2018. 3,4월호
묵 / 이상교
얄푼얄푼 저며
접시에 납죽
죽은 척 묵이
젓가락이 닿자
파드득파득 살아난다
어렵사리 잡아
양념한 간장에 데려가려 하자,
‘어딜!’
미끄덩 몸을 날려
재빨리 빠져 달아난다
식탁 위에 놓친
묵 한 마리,
기다려라
이번에 드넓은 숟가락이닷!
겨우 잡았는데
꼬리를 자르고
식탁 밑으로 도망간다
바닥에 누워
가쁜 숨 아가미를 달싹인다
-“창비어린이” 2018. 봄호
남향집 / 조하연
빚더미에서
빠져 나오자
엄마는
다시 빚을 내
남향집을 얻었다.
다시
빚더미지만,
다른 빛 더미다.
다섯 가족
종아리 위로
빛살 뽀얗게 내린다.
-웹진 “동시 빵가게” 제2호
힘센 봄 / 한상순
어느 날,
알통 굵은
고드름이 끌려갔다
그날,
오동통한
눈사람도 끌려갔다
-“열린아동문학” 2017. 겨울호
* “동시마중” 2018년 11,12월호의 ‘올해의 동시 2018’에서 골랐음.
첫댓글 재밌네요~~ㅎㅎ
공부 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