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항포 어울다리로
간밤 우리 지역은 봄비 같은 겨울비가 살짝 내린 일월 둘째 수요일이다. 재난 관리 부서는 빙판을 염려한 안전 안내 문자가 연이어 날아왔다. 중부 내륙에선 대설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상당한 강설 지역도 있는 듯하다. 새벽녘 글을 몇 줄 남기고 이른 아침밥을 들고 마음에 둔 산행 코스로 가려고 현관을 나섰다. 집 앞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가다 마산역을 앞두고 내릴 참이었다.
집을 나서 101번을 탈 여건이 되지 못해 102번을 탔더니 원이대로 대중교통 체계 개편 선형 개선 공사와 출근 시간대라 운행 시간이 더뎠다. 거기다 앞선 차량의 접촉사고까지 겹쳐 마산역 광장에서 출발하는 75번 농어촌버스를 탈 수 없게 되었다. 그 버스를 타고 미천마을에서 내려 부재골로 올라 서북산 임도를 따라 걸어 의림사 골짜기로 빠져나오려던 산행 계획은 바꿔야 했다.
마산의료원 앞에서 진동으로 가서 통영 거제로 가는 시외버스로 갈아타 배둔으로 나갔다. 배둔은 당항포와 인접한 고성읍을 앞둔 회화면 소재지다. 마산합포구 진전 오서를 지난 고성터널을 거쳐 시외버스 배둔 터미널에서 내렸다. 터미널 앞 소공원에는 삼일운동 창의탑이 세워져 있었다. 기미년에 그곳 유림을 중심으로 일제에 항거하다 목숨을 잃거나 다친 거사를 기린 빗돌이다.
벼를 거둔 논에 뒷그루로 심은 마늘이 풋풋하게 자라는 들녘을 걸어 당항포로 나갔다. 당국에서 당항포 둘레길을 만들어 산책코스를 개발해 놓았으나 현지인들은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작은 포구를 지날 때는 마을 앞 바다 위로 산책 보도를 개설 당항포 ‘어울다리’로 이름을 붙여 놓았더랬다. 쉼터에서 당항포 윤슬을 바라보며 배낭에 넣어간 고구마와 떡을 꺼내 간식 삼아 먹었다.
목이 잘록한 항아리처럼 생긴 내해는 이순신이 승전을 거둔 바다 가운데 한 곳이다. 정유재란 때 부산포에 닿은 왜구가 해안 따라 서쪽으로 진격할 때 당항포에서 독 안에 든 쥐처럼 섬멸시킨 전쟁이다. 야사에는 고성읍 기생 ‘월이’가 첩자가 소지한 지도를 변조 유인했다고 하나 진주성 함락 이후 왜구 승전 축하연에서 왜장을 껴안고 의암에서 순국했던 논개와는 사실성에서 뒤졌다.
마산합포구 진전에서 고성과 경계를 이룬 당항포는 잔잔한 호수가 연상되는 바다였다. 고성 행정구역에서 배둔 회화면은 둑을 쌓아 민물을 채운 마동호와 접한 마암면과 동해면을 마주했다. 해안을 따라가는 어촌에는 당항포 관광객이 찾을 횟집이나 숙박업소가 연이어 나왔다. 당항포 해상에 태양광 발전을 두고 찬반 주민 투표가 있었는지 다수가 동의했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횟집 단지 어촌은 당항포 국민관광지로 이어졌다. 오래전 이순신의 당항포 해전 승전을 기리는 숭충사 추모 사당과 기념탑이 세워진 언덕이었다. 이후 관광지로 개발되면서 작년 가을 고성 공룡 엑스포 축제가 열린 행사장이 나왔다. 부지가 워낙 넓어 어디가 출입구인지 분간이 되질 않아 썰물로 해안선이 드러난 갯가로 내려가 당항포 국민관광지로 들었더니 거북선 모형이 나왔다.
관광객도 관리 인력이 없는 호젓한 공원에서 해안을 따라 개설된 산책로를 걸었다. 고성 하이면 상족암에 다수 발견된 공룡 화석 발자국이 당항포 해안 암반에도 있었는데 거대한 공룡 모형 설치해 쥬라기를 연상하게 했다. 당항포 국민관광지 해안을 돌아간 어디쯤에는 공룡 엑스포가 열렸던 행사장으로 주제관을 비롯해 다양한 전시 공간이 나왔는데 워낙 넓어 다 둘러보지 못했다.
행사장 바깥은 당국에서 요트 조종을 연수시켜 면허를 발급하는 곳으로, 계류장에는 운항을 멈춘 요트도 보였다. 방파제로 나가 건너편 동해면 연안을 바라보며 잠시 추억에 잠겼다. 젊은 날 초등에서 중등으로 전직한 첫 부임지가 동해면 소재 중학교였다. 포구를 돌아간 골프장 입구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마산합포구 진전 정곡이었는데 막개에서 77번 버스를 타고 시내로 왔다. 24.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