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내 옆에는 은별씨가 있다. 무언가에 정신이 팔려 내가 자신을 쳐다보는지 조차 모르는 것 같다.
쾌쾌한 담배 냄새가 진동을 하는 여기는 ...
피씨방-_-
바람쐬자고 해놓고 왜 여기에 오게된 것인가..
교대를 하려면 장비가 오는 6시가 되야되는데
오늘 좀 일찍 퇴근한 은별씨가 전화가 온 것이었기 때문이다..
난 어쩔 수 없는 사정을 그녀에게 고하고, 동생이 올때까지만 같이 피씨방에서 게임하자고 그랬다.
당연히 게임비는 내가 쏜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가 맞을 뻔했다.-_-;
현재 그녀는 나와 테트리스에 푹 빠져있다.
테트리스.
한때 스타크래프트 보다 더 인기가 많았다던 그 국민 게임!!
물론 피씨방 사장 아드님 답게... 폐인스런 내 솜씨 덕분에 그녀가 애 좀 먹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동생 장비가 와 있는데도 벌써 2시간째 이러고 있다는데에 있다.
난 더이상 견디지 못 하고 조심스레 그녀를 불렀다.
"저.. 은별씨."
"...."
여전히 대답 없는 그녀. 좀 더 크게 불러야겠다.
"저기요-0-!!!최.은.별.씨!!"
그제서야 그 조그마한 입에서 나온 말.
"...게임 중이니까 방해하지 말아요!"
-_-..
이 여자 이거..
폐인 기질이 상당히 ....
-_-;
"바람 쐬러 나가요. 우리"
"이기기 전까진 절대 못나가. 안가!!"
그녀의 다짐은 확고했다..
헐.
그러고보니...
내가 한번도 안 져줘서 이렇게 된건가... 덜덜덜.
전부다 내 탓이었으니 누구에게 탓하지도 못하고...
난 쉬엄쉬엄하는데.. 그녀가 날 이기지 못하는 이유는?
....
그녀의 실력이 너무나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져주려고 해도.. 마음대로 지지가 않는다는 말이다!!-0-
바로 떨어트리는 스페이스바를 사용하지도 않고 그냥 떨어질때까지
기다려도 이건 뭐.. 게임이 안되니...
칸 안에 넣으라는데 자꾸 한칸씩 옆으로 넣는 은별씨-_-;
이 상태론 안되겠다!!
..... 테트리스 트레이닝 들어가야겠다...덜덜덜.
이...이게아니고..;;;
뭔가 대책이 필요했다.
그래..!
아이템 전이니까.. 아이템을 잘 못 썻다는 핑계를..
음.. 그러니까 천사를 써야되는 상황인데 모르고 바꾸기를 써버리는.. 뭐 그런 상황을
연출하면 되는 것인가?
푸하하하. 역시 난 천잰거 같다.ㅠ_ㅠ(감동의 눈물.;;;)
근데 문제는..
내가 천사와 바꾸기를 두개 먹기 전에..
그녀가 안 죽어야하는데 있었다.. -_-;;
운이 좋게도 그녀의 칸이 반 밖에 차지 않았을때 두개를 먹을 수 있었다.
그녀가 거의 죽어갈때쯤..
"푸하하!! 자자 난 천사 써야지~~"
라며 연예인 귀싸대기 만이천팔만대 정도 후려칠 만한 연기를 선보이며 -_-
슬쩍 바꾸기를 눌러주는 센스!!!
내 화면엔 Lost.
그녀의 화면엔 Win
결국 피씨방에서 3시간을 버틴 뒤에서야 겨우 한번 질 수 있었다.
그제서야 말을 꺼내는 그녀.
"와하하하. 빨리 안나가요? 바람 쐬러가자면서요. 호호호."
그..그렇게 좋은가... 덜덜덜.
그런데 져주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이렇게 승부욕이 강했다니.. 덜덜덜.
앞으론 조심해야겠다.. -_-;
장비는 만화책 보는데 여념이 없었고 내가 나가려고 하자 말하는 장비.
"히야 12시에 다시 출근해야되는데.. 가능하겠어?"
"-_-;;..."
"가능하지. 가능하고 말고. 걱정마."
"잠은 언제 잘려고.."
"-_-... 몰라.."
나의 대답을 듣던 장비가 살짝 내 귀에 다가와서 속삭였다.
"근데 저 여자 누구야? 이쁘다. 몇살인데?"
"신경꺼 임마..크크. 가게나 잘 보고 있어라~!"
"응. 다녀와."
그녀와 함께 피씨방을 나왔다.
담배 냄새가 몸에 벤거 같다.
그러고보니.. 은별씨 담배도 폈던거 같은데.
오늘은 한번도 피는 걸 보지 못했다. 화장실에서 핀건가?...
아닌데.. 담배 핀 냄새가 안나는데.. 으음.
"은별씨~ 배 안고파요?"
".... 배고파요. 그러고보니 저녁도 안 먹고 게임만 했네.."
그녀가 배고프다는 시늉을 하며 배를 움켜잡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잘 못하면 깨물어 죽일..-_ - 이게 아니고;;
잘 못하면 껴안을 뻔했다. 덜덜덜. 자제를해야...;;;
그녀가 갑자기 뭔가 생각 난다는 듯 날 보며 말했다.
"크크크. 장휴씨! 웃기는 짬뽕 먹으러 갈래요?"
"님하.. 그거 개그?"
"웃기죠 웃기죠?"
-_-
나 참..
웃기는 짬뽕이네. 진짜..
헤맑은 그녀의 표정과 썰렁한 개그가 교차되기 시작하면서..
아무리 이쁘다지만-_-... 한대 후려칠뻔했다. 덜덜덜.
오늘도 내가 참는다.. -_-;;
"전 웃기지도 않은 짜장면 먹고 싶어요.
중국집 고고고! 저희 피씨방에서 자주 시켜먹는 곳이 있는데
거기 맛이 진짜 웃기지도 않거든요..흐흐흐"
"웃기지도 않다니.. 음..... 웃기지도 않은게 더 웃긴건가 웃긴게 웃긴건가?"
-_-;;;
"독자들 이해하기 힘든 하이개그는 그만하고.. 먹으러 가죠!"
"요즘 대본이 이상한거 같지 않아요? 음..."
"그러게요. 글쓴이가 미친거 같아요!"
-_-;;;;;;
(미안하다..;; 근데 생각을 해봐라.. 웃기는 짬뽕..!!!
게다가 웃기지 않은 짜장면... -_- 단어 조합 자체가 퍼팩트유머러스 하지 않은가?
짬뽕이 웃기다니... 푸훕.. 나중에 짬뽕 먹을때 생각해봐라. 자기 입으로 들어오는 짬뽕면이 웃고 있다면...
-_-;;; 음.. 나만 웃긴거야? 그런 거야?...;;)
글쓴이씨. 헛소리 그만하고 스토리 진행하시죠?
(네-_-;)
"근데 중국집 이름이 뭔 줄 아세요?"
"뭔데요?"
"웃사만 이라고.."
"웃찾사도 아니고.웃사만이 뭐예요? "
"비슷한 원리예요. 웃.긴 사.람이 만.드는 중국집 이라는 뜻이랍니다."
"-_-;;"
그녀는 거짓말 하지 말라며 깔깔 거리더니 중국집 이름 앞에 도착하고 나서야 진짜 인 줄 알게되었다.
그녀는 눈물까지 흘리며 깔깔거렸고 그녀를 달래느라 애 좀 먹어야 했다.
장휴... 오늘 따라 고생 한다. -_-;
빨리 들어가서 자야되는데.. 덜덜덜..
에라이 모르겠다.
20대 청춘. 지금 즐기지 30대 되서 즐기랴.
지금 현재에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면 되겠지.
호화로운 내부 환경의 가게에 들어서자 웨이터가 다가와 말했다.
"웃기는 주문 하시겠습니까?"
"네! 여기 웃기는 짬뽕이랑 웃기지도 않은 짜장면 하나요!! 군만두도 주셔요!!"
"예~웃기는 짬뽕하나, 안 웃기는 짜장면 하나. 군만두 하나요~~"
이런 대사를 자연스럽게 하고있는 나는 뭔가...
-_-;
이런 가게가 안망한게 신기하다. 덜덜.
뭐, 이름따위야 뭐가중요하겠는가. 맛이 일품인데... 하하.
그녀와 맛있게 웃기는 것들-_-을 먹고서 가게를 나설때 뒤에서 들리는 인사소리.
"웃기는 하루 되십셔~!"
"네 수고하세요. 웃기는 장사하시길.."
-_-;;
웃기는 하루라.....
사람이 웃고 산다는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른다.
옛말에도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는 말도 있다.
웃으면 복이와요라는 개그 프로그램-_-도 있었다.
게다가 사람의 웃는 모습은 아무리 봐도 나쁘지 않다.
반면, 얼굴 찡그리고 인상 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 괜시리 그얼굴을 보는
나도 얼굴 찡그려지고 기분 나빠지는 경향이 있다.
그렇게 되면 웃고 산다는게 참으로 좋은거다.
항상 웃으며 장사를 하는 곳이니 장사가 잘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기분좋게 웃으며 음식도 먹었으니 말이다.
난 은별씨를 바라보며 씨익 웃어주었다.
"헤헤헤"
그러자 은별씨가 말했다.
"?? 갑자기 왜 웃어요? 변태같다!! 꺄르르"
-_-
이..이건아니잖아.
그녀도 날 보며 활짝 웃어주었다.
나도 그녀를 보며 활짝 미소지었다.
늘 이렇게 웃고 싶다.
언제까지나..
서로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18.
"햐.. 배부르다."
"그러게요.. 웃기게 맛있었어요!"
나의 혼잣말에 맞장구 치는 그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원래 제가 사주는건 다 맛있삼."
"-_-...아, 네."
"멉니까, 그 표정은?"
"오호호호. 아니예요. 아무것도. 술 한잔 할래요?"
"네? 술이요?"
"네."
헉.
수..술이라니..
나는 12시에 동생 장비와 교대를 해줘야되는데..
그렇다고 그녀와의 약속을 거절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어제 그렇게 (본의 아니게..) 바람을 맞췄으니 더더욱 거절 할 수 없었다.
지금 시간 9시 30분.
음... 그래 뭐 까짓거, 살짝 입만 축이면 되겠지 뭐.
그렇게 도착한 술 집.
시골 할머니집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술 집이었다.
우리는 오뎅탕 하나와 소주하나를 시킨 뒤에 홀짝 홀짝 들이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은행 여직원 그녀. 술 먹는 속도가 장난이 아니다.
"-0- 왜 그렇게 술을 빨리 드시는겁니까?"
".....맛있잖아요."
소주 잔을 들이키며 마지막 한 방울 까지 입안에 털어 넣는 그녀를 보며
기겁한다는 듯 말했다.
"-_-..소주가 맛있다구요?"
"어머나. 농담도 못 하겠네. 헤헤"
그녀의 미소에 살짝 놀려줘야겠다 싶어서 중얼거렸다.
"....왠지 진담인거 같은 이 느낌.."
"-_-;;;눈치도 빠르셔.. 잇힝."
이런 저런 농담도 주고 받다가 어느덧 진지해진 그녀의 말투.
"장휴씨는.. 세상 살면서.. 가장 힘든게 뭐라고 생각해요?"
왠지 진지한 이야기를 해야만 할 것 같았다.
"네?... 글쎄요... 힘든거라... 화장실 못 간지 8일째 되던 날??"
"-_-;;"
"9일째 되는 날 화장실 가서 힘줄때.. 그때 참 힘들꺼 같아요. 전 쾌변꾸러기라서 모르겠지만.
저희 엄마가 그랬어요. 변비가 세상에서 가장 큰 고통이라고.."
"-_-;;;;"
이야기를 안하면 계속 술을 먹어야 될 것 같았기 때문에 무언가 이야기를 꺼내야 했다.
이런 농담을 지껄이 때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처럼 좋은 분위기 라면....고백도 적당할 것이다!!
"은별씨."
"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보통은 고백하기 전에 마음가짐을 갖는 다거나, 멘트라더가, 선물을 준비 한다지만,
난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
그냥 자연스럽게 흘러나온 말이었으니까..
그냥 궁금했으니까..
"절 어떻게 생각하세요?"
"....뭐..를요?"
들었는데 다시 묻는다..
분명히 대답을 꺼려하는 눈치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 할 수 없었다. 나는 다시 한번 더 질문을 던졌다.
"....저를 어떻게 생각하시냐구요..."
"....좋은.. 사람이죠.."
"...단지 그거 뿐이예요?"
"......저도.. 모르겠어요..."
모르다니.. 뭘 모른단 말인가...?
"...뭐를요??..."
"....아마... 제가 느끼는 감정.. 장휴씨도 느끼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 감정이라는건 또 뭔가?
사랑이라는거???.....
그녀는 천천히 술잔을 들이키고서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서서히 입을 열어 말했다.
"그런데...저는... 저는.. 사랑 받을 자격도, 사랑 할 자격도 없어요."
"....."
자격??
언제 부터 사랑에 자격 따위가 필요했단 말인가.
"그...그게 무슨 말이예요?"
"저 이만 가볼께요."
"...은별씨?"
그녀는 그 말을 남긴채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나버렸고,
이미 시간은 12시가 가까워지고 있었음으로 난 어쩔 수 없이 피씨방으로 향해야 했다.
피씨방에 도착하니 동생 장비가 팔짱을 낀채 날 노려보며 말했다.
"어쭈? 15초나 늦었어."
"그것도 늦은거냐..-_-"
"어쭈구리? 늦어 놓구서는 오리발이네. 믿는 토끼에 발등 물어뜯긴다더니.."
"믿을 토끼 하나도 없다겠지..아니-_- 이게 아니고... 도끼 잖아 !!!"
녀석의 말장난에 휘말리는 걸 느끼며 한숨을 내 쉬었더니 장비녀석이 소스레 치며 말했다.
"....그거나 그거나.. 엑? 뭐야 술 냄새. 형 술 먹었어?? 아까 그 여자랑? 오오오오."
"-_-...."
장비녀석의 감탄사는 늘 부담스럽다.
"뭐야.. 어디까지 간거야? 손은 잡았어? 뽀뽀? 키스?? 아니면....."
"자.앙.비. 닥.쳐!"
장비는 나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왜 말을 못해?? 쑥쓰러워서 그러는 구나? 괜찮아. 독자들은 그 뒤에껄 원한다구."
"-_-;;; 자꾸 헛소리 좀 하지마. 나 지금 정신 사나워."
내 어깨 위에 올려진 녀석의 팔을 치우며 말하자, 장비가 또 농담을 건냈다.
"정신이 사우나 중이라고? 찜질방에서?"
"-_-....잼있냐......"
나의 어의없는 표정에 사뭇 진지해진 말투로 말하는 장비.
"....형 요즘 대본 정말 이상한거 같아..."
"-_-......글쓴이가 미쳤어...전역하기 전에 화생방 훈련해야된다나 뭐라나..
아 참, 너 학교가봐야되잖아. 빨리 가서 자라.. 피씨방 내가 볼테니까."
"학교야 뭐, 밥 먹는 것 같이 안가는게 학굔데.... 형 괜찮겠어?"
"어. 괜찮아."
난 카운터로 들어가 의자에 앉으며 말했고, 장비는 현관 쪽으로 나가려다가
뭔가 생각난게 있다는 듯 몸을 돌린 채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좀 있으면 군이형 기일인거 알지?"
".....당연히 알지."
"응. 그럼 난 간다. 혹시라도 뭔일 있으면 전화하고.
정 못하겠으면 그냥 피씨방 문 닫아 버리면 되니까.
사람이 중요하지 돈이 중요한건 아니잖아. 무엇보다도..
사람이 중요한거 알지?"
"그래.. 겨우 술 먹은건데 뭐 걱정말고 가봐."
"응, 형 수고해."
장비 녀석이 사라지고 나자 피씨방이 다시 조용해졌다.
짜식.. 딴엔 동생이라고 형 걱정 해준다..
평소엔 그렇게 놀려먹으면서-_-
군이형 기일.
사실 나에겐 장군이라는 형이 한명 있었다.
장군, 장휴, 장비.
우린 삼형제였다.
남들은 어릴적에 치고 박고 싸운다고들 하지만, 우리들의 우애는 정말이지...
얕았다-_-;;;
뭐, 그냥 남들처럼 잘 지내왔고, 나이가 먹을 수록 우리들의 우애는 더욱 깊어졌었다.
내가 고등학생때....
이미 성인이었던 장군이형은 면허를 딴 상태였고, 어디서 구했는지
차를 몰고 다녔었는데... 교통사고로 그만.. 목숨을 잃은 것이었다.
그것도 리니지를 하러간다고 나간다고 했던 형이었는데.....
그 뒤로 우리집 삶의 패턴이 많이 바꼈다..
부모님이 도대체 리니지가 뭐냐며... 피씨방 까지 차려서 리니지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어리기만 하던 동생도 꽤나 충격 적이었는지 밖으로 나돌기 시작하다가 청춘 연애 사업(?)에 푸욱
빠져버렸고..
나 역시 공부에 집중을 할 수 없게 되었다랄까...
(그걸로 재수 핑계를? )
-_-;;
아무튼..
그만큼 장군이형의 사망소식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조금 있으면 장군이형의 기일이다.
이미 3년이나 지나버려서... 별 감흥이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가끔..
형이 무진장 보고 싶을 때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때다.
형.. 나 ..힘든데...
왜 먼저 가버린거야?
우리 가족들 다 냅두고... 혼자 편하니까 좋냐?
....후..
그나저나...
그녀가.. 왜
그런 말을 남기고 가버렸을까?....
자격이.. 없다고??
도대체 그 기준의 잣대는 누가 정해 놓은건데?...
문자라도 보내볼까.....
by 도도한병아리
사랑...?
내가 돈으로 살께..
그렇게라도 너 가지고 싶어.
얼마..얼마면 되니?
니가 원빈이냐?....
이 세상에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게 몇개 있어..
수천억만원을 가져와도...
사람 마음은... 내 마음은..
절대 돈으로 살 수 없어..
내가 가진건 돈 밖에 없어..
내 모든 걸 버리고서라도...
너와 함께하고 싶어...
그렇게 해줄 수 없겠니....
19.
[은별씨, 잘 들어가셨는지요?]
조심스레 그녀에게 보낸 문자.
의외로 답장은 바로 날아왔다.
[저 자는 중..]
-_- 자면서 어떻게 문자를 보내냐.
괜히 귀여운 척이네.. 쳇.
(그런게 귀엽다는 니가 더 신기하다-_-.)
-_-;;;
[아깐 왜 그냥 가버린거예요? 은별씨가 신데렐라야 뭐야, 12시 되려니까 뛰쳐가버리고]
[...어머, 어떻게 알았어요?]
[-_-;지금 장난하시는 겁니까...]
[저 장남아니구 막내예요.]
웃찾사 보고 있나보다.. 재방 할 시간인데-_-
원래 이런 개그 치는 사람이 아닌데.... 음음. 그래도 귀엽긴하다..덜덜덜.
그녀가 자꾸 말을 돌리는걸 보면 분명히.. 말하기 싫다는 거다.
아직 나에게 말할 준비가 안 되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지나면 분명히 말해 줄 것이다. 왜 그랬는지..
괜히 독촉해서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는 안될 것 같았다.
[일찍 주무셔야죠? 출근도 하셔야될텐데.]
[헤헷, 안그래도 자려고 누워있어요. 장휴씨도 잘자요.]
잘자긴 뭘 잘자..
ㅠ_ㅠ
[네, 잘자요! 좋은 꿈꿔요.]
.....
이제 나에게 남은 시간은..
음음..
장비가.. 6시에 오니까..
지금이 12시.. 음.음......
헐.. 18시간-_-
그냥 피씨방 문 닫고 집에가서 자버릴까.
아니면 다른 아르바이트라도 구할까..
으으으.
어느덧 날이 밝아 새벽 6시가 되었다.
늘 그렇듯 어느덧 습관이 되어버린 듯..
그녀에게 모닝콜을 해주었다.
"여보세요. 일어나세요."
"음냐... 누구세요."
"닝콜입니다."
"닝콜??"
"모닝콜이요."
"어머낫! 저 씻으러 갑니다!"
후훗. 귀엽기는...
어느덧 시간이 흘러... 나의 두 눈은 붉게 충혈 되어 있었다.
그리고 피곤함에 의해서 생겨버린 쌍커플때문에...
오랜만에 거울 봤다가 거울 깨버릴뻔했다. -_-;;
10시에 은행 돈 입금해야되는데..
오늘이 금요일... 내일이 토.. 일 이니까...
오늘 은별씨를 못 보면.. 특별히 따로 만나지 않는 이상,
그녀의 얼굴을 못 본다는 말인데...
난 혹시나 싶어서 장비녀석에게 문자를 보냈다.
[어디야?]
[집.]
[-_-학교는?]
[간다. 이제 인났어.]
[팔짜 좋다. 이왕 늦은거 피씨방에 들렀다가.]
[왜.]
[히야, 은행에 돈 좀 넣고 오게.]
[응.]
....
이상하게 남자랑 보내는 문자는 간단하다.
-_-;;;;
왜 이런겨. 덜덜덜..
화장실에 가서 적당히 세수를 하고 이빨도 닦았다.
음음.
그러고보니 여드름이 좀 없어진거 같다.
얼마전에 장비 화장품(?) 바른게 효과가 있나? 흐흐흐.
폐인스러은 외모를 어떻게든 감춰보려고 애썼지만, 원판이 어디 가랴-_-
피씨방 문이 열리고 교복을 대충 걸친채 장비가 들어왔다.
한손에는 어깨뒤로 가방을 걸치고.. 껄렁한 모습으로
옆에는 어떤 여자와 함께..
물론 처음 보는 여자다.
"....너 양아치냐."
"-_-... 뭐야? 동생한테 양아치가 뭐야!"
"근데 얜 누구..."
"아.. 새로 사귄 여자친구. 어제 집에가는 길에 만났어."
-_-;;;;;;;;
무슨 여자를 모의고사 칠때 시험 다 치고 자는데 뒤 늦게 날아온 컨닝페이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답안지를 바꾸듯 바꾸는거지 -_-.....
음.....
서..설마 같이 잔건가? -_-;;
이..이자식! 장비 넌 아직 고등학생이잖앗!!!!
부..부럽.......
이.. 이게 아니고...;;;;
-_-;;
하긴, 순결하고 고결한 글쓴이(?)가
고딩때 부터 벌써 그런 짓(?)을 하게 놔뒀을리 없지....음음.
-_-;
"암튼, 피씨방 잠깐만 봐줘라.. 나 은행 좀 댕겨오게."
"알았어. 다녀와."
난 만원짜리를 한장 빼어들고 통장을 챙겨서 은행으로 향했다.
잠은 하나도 못 잤지만 그래도 나의 입가엔 미소가 걸려있었다.
"여어~!"
은행에 도착한 나는 많은 사람들의 활기찬 인사를 받으며 은행안으로 들어섰다.
"오늘도 저금요!"
난 자연스레 은별씨 앞에 가서 말했고,
은별씨가 통장을 받아 가며 나에게 살짝 속삭였다.
"오늘 모닝콜 고마웠어요."
난 그 말에 살짝 웃음을 지었고, 그녀 역시 쑥스러운 듯한 웃음을 머금은채, 일을 하고 있었다.
"고객님, 입금 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라며, 조금은 사무적인 어투로 말하는 그녀.
그러면서 나에게 통장을 내 밀었다.
난 무심하게 버릇처럼 통장을 확인하려고 통장을 열었을때는 작은
포스트 잇이 붙어있었다.
[오늘 저녁 제가 살께요.]
헐..
아싸!!!
저녁이란다. 푸하하.
그것도 그녀가 사는거라고?? 으히히 좋아. 딱 좋아.
자..잠깐!
근데 뭐지 -_-.. 스타할때 몰래 앞마당 드뢉 당하는 듯한 이 불길한 기분은..
허걱!!!
그러고보니
나 잠은 언제자니? -_-;;
생각해보니 .. 저녁 6시에 장비가 오고 나면.. 집에가서 12시 부터는
자야... 또 일을 할 수 있을텐데.....
그렇다고.... 은별씨가 먼저 하자고 한 약속을 내 마음대로 깰 수도 없고..
으아아. 정말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난 일단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수고하세요~' 라는 말을 남긴채
은행을 빠져나왔다.
.....
이를 어째.
피씨방에 도착해서 장비를 학교에 보내고서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누군가 날 도와줄 사람이 필요한거 같은데..
음..
전화번호부를 뒤져보니..
아무래도 부탁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나마 친한 애들은 다들 다른 지방에 대학을 가버렸고,
군대간 친구도 있는데다가...
공익녀석은 별로 믿음이 안가고....
그렇다고 공익을 비방하는게 아니라 공익하는 녀석을 믿지 못 하겠다는 말이다.
그냥, 그 녀석 평소의 행실이.... 별로 신뢰성이 없기 때문이리라.
아마 부탁해 놓으면 게임이나 엄청 하겠지. 손님이 오든 가든 신경도 안쓰고...
후..
내 인간관계가 이것밖에 안되나...
정말 한심하구만.
어쩔 수 없이 은별씨와의 약속을 취소시켜야되나...
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이렇게 날씨 좋은 날 뭐하시나? -김도희]
엇...
도희?
아.. 그래...
저녁 시간에 도희를 부르는 건 좀 그러니까..
지금 도희를 불러서 피씨방 좀 봐달라고 하고...
나는 잠깐 잠에 빠지면 될려나?... 흐흐흐흐....
1.5초만에 생각 정리를 마친 나는 서둘러 도희에게 문자를 보냈다.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었지.]
[누구를?... 설마 나? 하하하.]
얘도 공주병 기질이 있다.
모든 여자는 다 그런 걸까?? -_-;
하지면 괜히 시비걸 수 없었다. 내가 부탁해야하는 입장이었으니까..
[....음. 찾다보니 너 밖에 없네.]
[....에?? 무슨 일인데??]
얘도 이 동네 사니까 근처 피씨방 정도는 다 알 고 있겠지...
[일단.. 장군 피씨방이라고 알아?? 여기 장군 피씨방인데 이리로 올 수 있어?]
[음.. 거기~! 알지. 암튼 금방 갈께.]
얏호~~~~!!
도희는 나의 구세주~! 잇힝.
일단.. 오면..
최고급 스피드를 뽐내는 1번 자리에다가 ...
컵라면과 소세지 과자 음료수를 셋팅해놓고.. .
음음..
이.. 이게 아닌가.. -_-;;
아무튼, 뭐라고 부탁을 해야하나.
으~
이래저래 고민이구나.
그러고 보면 요즘은 참 고민이 많아진거 같단 말이야..
생각이.. 많아졌다라....?
내가??
단순하다고 온 동네 방네 공지사항으로 다 떠버린 내가...
생각이 많아졌다고?...
좋은 걸까? 나쁜 걸까?
.....
이걸 생각하고 있는 것 조차 좋은건지 나쁜건지 모르겠다.
세상은 알 수 없음이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