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노스포 후기를 적을까 하다가 그래도 이야기해볼거리가 있는 작품인거 같아서 몇마디 적어봅니다.
먼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났겠는가" 하는 이야기는 양자론과 관련된 문구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양자론에 대해선 쥐뿔 요만큼도 몰라서 설명하기 무서운데, 양자론의 관점에서 대답하자면, 관측하기 전에는 소리가 나는 상황과 소리가 나지 않는 상황이 공존하는것이고, 관측 순간 소리가 날지 안날지는 결정된다고 볼겁니다. (아마도요... 자신은 없습니다..) 다만 저 말이나 아인슈타인의 "내가 달을 보기 전에는 달이 존재하지 않느냐?" 라는 질문은, 양자론을 비판하기 위한 겁니다. 쉽게 우리 말로 바꾸자면 "아니 나무가 자빠지면 소리가 나는게 자연법칙이지 그걸 뭐 관측이 어쩌고, 공존이 어쩌고 결정 같은 소리 하네" 뭐 이 정도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마도요... 자신은 없습니다..)
전영하(김윤석 분)는 아이의 살해를 목격한적이 없습니다. 전영하가 본건, 무거운 캐리어를 실는 유성아(고민시 분), 락스로 청소된 화장실, 없어진 수건, 그리고 LP의 핏자국이죠. 여기서 전영하는, 양자론적인 관점에서 이야기하자면, 관측을 통해 상태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자 합니다. 내가 쿵소리를 못들었으니 나무가 쓰러지지 않았다고 애써 생각하는거죠.
구상준(윤계상 분)은 사건은 확실하게 관측했고 상태는 확정되었습니다. 구상준이 부정하고자 했던건 그 사건을 통해 망가져버린 자기 가정이였죠. 이는 반복되는 "아빠가 금방 다 해결하고 데리러 갈께" 대사로 표현됩니다. 이를 위해 구상준의 정신은 사고 이후 시점에 머물러있습니다. 아직 아내가 자살하고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기호가 관측되기 이전 시점이죠.
근데, 제가 양자론을 비판하는건 아닌데 그냥 말도 안되는 소리죠ㅋ 하다못해 유성아가 펜션으로 다시 오기 전까지는 애써 슈뢰딩거의 유성아라고 자위할수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펜션에 처들어와서 눌러앉아서 진상 피우고 있는 시점에선 전영하가 무슨 어거지를 써봤자 헛소리에 불과합니다. 구상준은 기호가 애저녁에 다 자라서 레밍턴으로 저격 연습 하고 있는걸 이악물고 관측 거부하고 요양원에 처박혀 있는거고요.
이 대환장파티를 끝내기 위해서 나타난게 구기호(찬열 분, 아역이랑 존똑ㅋ)입니다. 구기호는 지향철(홍기준 분)은 이미 정리가 끝나고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사람, 구상준은 과거에 머물러 한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사람으로 표현하며, 사건을 정리하고 해결해야 앞으로 나갈수 있다고 이야기 하고 실제로 행동합니다. 이 이야기는 지향철을 유성아로, 구상준을 전영하로 바꿔도 완전히 동일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여기서 전영하는 유성아와 맞서 싸울 결심을 합니다.
요약하자면 대충 이런 이야기인데...
몇가지 단점을 지적하지 않을수가 없는게, 전영하의 선택에 당위가 너무 부족해요. 처음 한번 그럴수 있다 치더라도, 유성아가 펜션에 다시 나타났을때는 보냈어야 하지 않나, 파출소 앞에서 사고가 났고 사고 조사할때는 경찰한테 말했어야 하지 않나, 자기 짐을 가지고 왔을때는 예약손님이 아니라 경찰을 불렀어야 하지 않나, 같은 생각이 너무 많이 드는거죠.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이유가 전영하의 선택인데, 전영하의 선택을 납득하지 못하면 관객들이 몰입이 힘듭니다.
또 구상준의 이야기 비중도 애매한 부분이 있는거 같습니다. 초반에는 거의 1:1에 가깝게 흘러가는데, 그럴꺼면 끝까지 두개의 사건을 같이 진행시켜서 클라이막스도 엮어버리던가요. 아니면 전영하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구상준의 이야기가 쓰이는거라면 비중을 줄였어야 할거 같고요. 지금 같은 형태라면 김보민의 비중이라도 늘어서 두개의 이야기를 좀 더 붙여줬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제가 낚인 부분인데, 플롯은 왜 꼬아놨을까요? 전 하도 꼬아놓은데다가 의도적으로 관객에게 불친절하길래, 여기저기 조각 흩어놓고 나중에 큰 그림으로 합칠줄 알았어요. 근데 보다보니 그런거 쥐뿔 없두만요ㅋ 저 혼자 낚인거라고 해도 할말은 없는데 그럼 왜 굳이 관객에게 불친절해야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의도적으로 자막 한 줄 안달아서 구상준 이야기가 과거 시점이라는걸 알아차리는 걸 늦출 이유를 딱히 모르겠어요.
여러모로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한 6화까지는 재미있게 봤고 7화부터는 포기하고 딴짓하면서 대충 봤네요.
다만 그래도 비쥬얼적으로는 드라마에서 보기 드문 수준이고, 고민시의 비쥬얼 + 연기 + 캐릭터는 한번은 볼만하다고 생각해서, 대부분의 분들에게 1~2화는 추천합니다. 그거 보고 괜찮으면 쭉 보시면 되는거고, 별로다 싶으면 거기서 시청 멈춘다고 딱히 아까운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초반이탈을 정확히 집어주셨네요!
제목과 도입부 내레이션의 의미를 양자론으로 연결을 하다니!! 해박한 지식과 날카로운 분석력에 제 무릎을 3번이나 탁 쳤네요ㅎㅎ소리가 났을지 안 났을지는 물어볼 필요도 없는데 그 사실을 부정하고 사안 처리를 지연시키다 결국 일만 더 커지고 그르치게 된 거네요. 이 글을 읽고 나니 작품의 의미를 좀 알겠네요. 그래도 전 평점은 좋게 못 주겠네요. 불친절한 전개와 4부작이면 좋을 이야기를 억지로 8부작으로 만들어 지루한 진행 방식이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덕분에 좋은 감상평 잘 봤습니다^^
동감
드라마 촬영 중간에 예산 삭감이나 작가의 잠적 등의 문제가 있지 않고서야 6화까지 재밌게 보고 있었는데, 이럴거면 왜그랬지 응?!? 하면서 끝맺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