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뭐 별로 대단한게 아닐 수도 있지만, 저는 나름 충격받아서 방금 겪은 일을 올려봅니다.
시간순으로 쭉 적어보겠습니다.
- 일반적인 4학년 학생들보다 학습능력이나 지식수준이 부족한 학생들임.(전담선생님들이 모두 저희반이 제일 산만하다 합니다..)
- 수업시간 후 10분쯤 시간이 남아서 간단한 퀴즈게임 진행
- 노래 듣고 제목 얘기하기(보통은 아이돌 노래 틀어줌. 1초만에 맞춤)
- 오늘의 제시곡은 동요 '화가' 임
https://youtu.be/a_JDNnp9kJQ?si=VueUWYEoIrycsF4V
- 애들이 아무도 이 곡을 모름.
- 모를 수도 있지. 그래서
1차 시도
'잘 듣고 제목을 추측해봐라. 가사 속에 정답이 있다.'라고 함.
- 학생들이 대부분 '공원'을 얘기함. 공원에서, 공원, 맑게 개인 공원....
2차 시도
'공원 아니다. 공원 빼고 말해라.'
- 나비, 랄랄라 등이 나옴.
- 이쯤부터 뭔가 심각해짐... 애들이 말을 못함...
3차 시도
' 제목은 두글자다.'
- 나비 나옴. 땡.
- 동심 나옴. 땡.
- 다들 대답 못하고 멍...
4차 시도
- 가사를 전체적으로 다시 읽어줌
'주인공이 뭐하고 있는지 말해봐라.
- 나비를 쫓고 있다...
- 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 턱수염 기르고 있다...
- 콧노래 부르고 있다...
5차 시도
- 주인공이 누구냐? : 턱수염난 화가 아저씨(대답함)
- 마지막에 뭐 하고 있다고 하냐? : 공원에서 놀고 있다....
- 동작을 표현하는 말이 있다. 놀고 있다는 표현은 없읉텐데.. : 대답 못함
- 마지막 부분 다시 읽어주고 질문. 뭐하고 있다? : 그리고 있다? (한명이 대답함)
- 턱수염난 화가 아저씨가 그림을 그리는 내용의 노래다. 그렇다면 제목은? : 그림??
- 그림 말고~? : 아저씨?
- 아니 두글자.... : 아! 화가!
- 그래 화가.........
실화입니다 실화.
아무리 일반적인 4학년보다 부족한 애들이라고 해도, 단원평가 보면 100점 90점이 10명쯤은 나오는 애들인데...
이게 안되네요. 화가라는 말을 모르는 것도 아닐텐데...
왜 이러는지 추측
1. 듣기 주의성이 없음.
- 듣기는 들음. 듣는다는 행위 자체는 하는데 그걸 단어로 연결을 못시킴.
- 나무에 올라간 원숭이가 손흔들고 인사해요! 라는 단어를 기억을 못함. 그냥 읽기만 하고 단어로 연결을 못시킴.
- 원-숭-이 는 읽었지만 그게 원숭이인지 인지를 못함.
- 이런 현상은 보통 단어가 생소하거나 어려울때 발생함. 다시 말해 요즘 애들은 단순한 단어도 어렵게 반응함...
2. 단기기억력 나쁨
- '단어 세개 외워서 답하기'는 됨. 문제는 단기기억력을 장기기억과 연결을 못시킴.
- 간단하게 말하 듣자마자 까먹음.
- 5줄짜리 대본이 있으면 2째줄 들으면서 1재줄 까먹음.
- 다 들어도 전체적인 내용이 기억이 안남.
- 인상적인 단어 한두개, 혹은 맨 처음이나 마지막 내용만 기억함.
3. 추론능력 떨어짐
- 단서를 모아서 연결을 못시킴.
- 1은 1이고 2는 2임. 1이 2가 되어서 3이 되겠군, 이러한 추론을 못함.
- 추론을 해도 이미 기억된 것을 꺼내오는 수준인데, 이게 너무 빈약함. 쉽게 말해 머릿속에 든게 없음.
- 철수가 쓰러졌어요, 하면 '죽었나봐' 수준임. 뭐에 걸렸나? 밀었나? 열사병인가? 이런거 없음. 너무 단순하고 자극적인 것만 꺼내옴...
왜 이런가.
- 일단 4학년이라서, 아직 어려서 문학적 경험이 부족하다고 봄.
- 즉, 경험 자체가 너무 빈약함. 뭘 알아야 듣기도 잘하고 추론도 할텐데 아는게 없으니 연결이 안됨.
- 특히 어휘력이 매우 떨어짐.
- 그래서 원인을 다음에서 찾음.
가. 독서 안해서.. : 어휘력이 너무 딸림.
나. 너무 영상만 봐서... : 정보를 시각에 의존함. (요즘 쇼츠 다 자막 달려서 애들이 자막으로 정보 인식함)
다. 대화를 안해서... : 문자 소통이 많아지면서 음성 소통을 적게 하고 단순화됨. 들을 일이 별로 없음.
부가결론: 듣기가 아니라.. 가사를 종이에 뽑아서 줬으면 쉽게 답이 나왔을 것이라 추측함.
여기까지가 오늘 일에 대한 저의 생각의 종점입니다.
결론
- 독서 정말 너무 중요함
- 어른과의 대화시간이 길어야 함... (다만, 대화한다고 일방적으로 듣기만 강요하면 효과 없음. 질문을 통해 학생이 말을 많이 하게 해야 함...)
- 시대의 흐름인가.. 교육방법도 시각적으로 바뀌어야 할지도...
추가
집에 초등학생 자녀가 있다면 오늘의 제시곡 '화가'를 들려주고 제목 맞추기 놀이를 해 보셔요.
만약 2~3차만에 맞춘다면 우수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통은 1차에 거의 100프로 공원이 나옵니다.
첫댓글 아, 참고로 지금은 전담시간이라서(그것도 2시간 연속...) 일이 없는 시간입니다.
일하고 싶어도 컴퓨터를 빼앗겨서.. 할게 없어요 ㅠㅠ
요즘 아이들 뿐만 아니라 20ㅡ30대도 어휘력이 진짜 문제인듯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본인이 모르는 상황에 대해 내가 모를수도있지 불편하게하지마라 이런 태도가 가장 심각한 문제인듯 합니다.
판서와 필기 안해서 그렇습니다.
추론능력이 떨어지긴 하더라구요
국어도 지문에서 답 찾는걸 어려워하던데
일반적인 4학년보다 부족한 아이들이라고 하셨는데, 그게 발달장애, 발달지연 아동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리 그렇다 한들... 약간 모자라다는 표현이 좀 그렇네요....그리고 요즘 초등학생들 대화 해보면 저희 초등학생때보다 지식은 부족할진 모르겠는데, 상황 대처에서 훨씬 똑똑함을 느낍니다.
부족하거나 모자란걸 부정하면 안됩니다.
샬럿 호넷츠같은 경우도 결국 선수들과 코치진에 부족함이 있으니 성적이 안나오는 겁니다.
너도 옳고 나도 옳고 하는것은 정서적인 문제나 창의적인 작품에서 중요하지
수학성적이 평균 80점이 나와야 하는데 60점이 나오는 것은 부족함과 모자람의 문제입니다.
부정하면 안됩니다. 정말, 부족함과 모자람을 부정하면 안되요....
부족함과 모자람을 인정하고 노력해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아, 그리고 요즘 초등학생이 과거 초등학생들보다 전반적으로 우수하다는 것은 저도 동감합니다.
이래저래 말은 나오지만 제가 보기에는 2000년대 학생들보다 아는 것도 많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봅니다.
@구리구리쫑쫑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과, '모자라다'라고 표현하는 건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쟤는 좀 도움이 필요한 친구야' 라는 말과,
'쟤는 좀 모자란 친구야' 라는 표현이 차이가 없나요?
대략 글쓰신 내용 보니 교사이신 것 같은데,
행여나 부모 상담하실 때 아이가 '모자라다'는 표현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게 또 상처가 될 수 있거든요.
@블루라이온 1. 모자라다는 뜻에 대한 생각이 달라서 의견차이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2. 맨 처음 표현때문에 그러시는 것 같은데, 지금 보니 확실히 오해의 소지는 있군요. 수정하겠습니다.
현재 우리반 학생들은 기초학습능력이 부족한 학생이 많고 전반적으로 무기력이 심합니다.
그 외 모자라고 부족한 부분들이 좀 있고, 이걸 1년에 걸쳐서 채워주고 있고, 지금은 많이 좋아졌고, 방법도 찾아가고 있지요.
모자라다는 표현이 사람 자체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이기에 다음부터는 사용을 자제하도록 할게요.
근데 실제로 모자르다는 말은 잘 안써요. 주로 부족하다고 쓰지요.
아마 저도 충격을 받고 비하적인 표현으로 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구리구리쫑쫑 의견 감사드립니다.
제가 좀 개인적 사정이 있어, 장애인식 감수성에 좀 예민한 편입니다.
그리고 좀 부족한 아이라고 해도, 말 한마디 어떻게 해주냐에 따라 발전속도가 천치차이이더군요.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애들은 막 소리지르고 이상하게 춤추면 재밌다고 하더군요..우리 입장에선 그냥 미친놈인가 싶고, 저게 어떤부분이 재밌는거지 싶은데 애들이 맨날 쇼츠만 보다보니 생각해서 웃기는것보단 그냥 abnormal 하고 누가봐도 이상한 상태..그냥 생각없이 웃기는 그런걸 좋아하는거 같아요
‘정보를 시각에 의존함’ 이게 크게 다가오네요.
전체적으로 공감합니다. 학생들과 티키타카가 점점 안돼요. 말을 해줘도 무슨 말인지 알아듣는 아이들이 적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럼 듣기능력이 부족하다고 하신 '요즘' 아이들이 아닌,
듣기능력이 정상 이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시는
'예전' 학생들이 같은 상황이옸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요
그걸 알아야 비교군 기준이 있으니까
요즘 아이들이 부족하다고 상대적으로 판단 할 수 있을건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