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었다. 찬송가가 머리에 맴돌아야 할 때 대중가요가 떠오르다니. 노사연의 '만남'이 뇌리를 돌고 돌았다. 기차를 타고 올라갈 때도, 친구 김동진 장로를 만나 그 차를 타고 목적지로 갈 때에도 계속 "우리의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 그것은 우리의 바램이었어~"로 시작하는 노래의 구절이 생각나는 것이었다. 사실 노사연의 만남은 연인을 대상으로 하고 부르는 노래가 아닌가. 발칙하다는 느낌이 몰려왔다.
어제(1월 7일) 우리의 만남이 그랬다. 우연이 아닌 만남. 하나님의 일엔 우연이 없지 않은가. 우리 중동기독신우회가 출범하고 그 조직을 통해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하나님 안에서 우연은 없다는 믿음의 결실일 것이다. 그래서 복잡한 일 잠시 접고 달려오게 되는 것이다. 벌써 작년이 된다. 2015년 말, 이현수 선배(53회)가 일시 귀국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인사 겸 전화를 드렸다. 안부를 여쭌 뒤 출국 일자를 물어보았다. 1월 14일.
백강수 회장님과 일차 상의를 거친 뒤, 적당한 날짜를 택해 즉석 모임(소위 번개팅)을 주선하기로 했다. 이 선배님과 통화하고 잡은 일시가 2016년 1월 7일 오후 6시, 장소는 예의 순복음강남교회였다. 신우회 카톡방에 공지를 하고 참석자들을 체크했다. 이현수 선배는 우간다 선교 사역의 전설적 인물이다. 그가 우간다뿐 아니라 중부아프리카에서 하는 일은 크고도 위대하다. 그로부터 간증을 듣고 싶은 마음을 회원들이 공통으로 갖고 있었다.
그뿐 아니라 문억 장로님(56회)도 참석한다는 것이다. 문 장로님은 감리교 전국장로회 회장을 역임하신 분으로 그 교단뿐 아니라 교계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김용섭 장로님(56회)과 고등학교 동기로 두 분이 함께 참석하면 좋을 것 같아. 같이 연락을 드렸다. 김 장로님은 당일 급한 일이 생겨 결국 참석 못하셨지만 문억 장로님이 함께 해 주심으로 우리의 그날 모임이 더욱 튼실함을 과시할 수 있었다.
한상찬 장로님(52회)는 그 날 참석자 중 가장 선배가 되시는 분이다. 대학교에서 오랜 세월 후학을 가르치시다가 은퇴하시고 지금은 기드온협회 등 주님의 일에 정성을 쏟고 있다고 한다. 한 선배님의 참석은 뜻밖이었다. 그런데 이유가 있었다. 이현수 선배님과는 고등학교(중동고)와 대학교(서울대 농대)를 1년 터울로 같이 다녔다고 한다. 그러니까 한 선배님이 1년 위가 된다. 이현수 선교사를 보기 위해 수원에서 일부러 오신 것이다.
우스운 장면 하나. 이승환 장로님(58회), 이상현 목사님(60회) 박노화 선배님(60회) 등은 우리 신우회의 선배 기수에 해당하는 분들이다. 이런 선배들이 더 높은 기수의 선배들이 참석하니까 갑자기 동생이 되어 낮아지는 모습이 내겐 무척 재미있게 보였다. 주 안에서 한 형제들이니 가장 편한 마음으로 만나는 관계라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후배로서의 겸양지덕(謙讓之德)을 보이는 이 장로님과 이 목사님 박 선배님에게서 후배의 바른 자세를 배울 수 있었다.
참석하기로 약속한 분들은 모두 22명. 그 중 두 분이 사정에 의해 당일 불참을 통보해왔고, 따라서 20명의 건장한 장정들이 순복음강남교회 로비를 점령했다. 삼삼오오 왔다갔다 정담을 나누는 장면은 세상에서 얻은 때를 깨끗하게 하는 기회같이 보인다. 중동기독신우회는 우리들의 카타르시스 필터라고 말하면 지나칠까. 한상찬 장로님과 편남영 집사님은 이미 우리들의 만찬 장소인 음식점에 가서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이 왔다.
동심에 젖어 있는 듯한 얼굴들, 오랜 세월 산전수전(山戰水戰) 다 겪은 백전노장(百戰老將)들에게서 어떻게 이렇게 해맑은 모습들이 남아 있을까. 정답은 한 가지,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의 결과라는 것. 이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우리는 음식점 2층 방으로 안내되었다. 20명이 들어가기엔 약간 좁았다. 그래도 가족과도 같은 한결같은 마음은 이런 좁은 공간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자리를 권하며 양보하며 다닥다닥 붙어 형제애를 과시했으니.
저녁 식사를 하기 전 신진수 목사님이 기도를 하고 있다. 이날 저녁은 백강수 회장이 쏘았다.
식사를 하기 전 신진수 목사님이 기도를 했다. 우리 신우회를 위해서 그리고 회원들의 한 해 승리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이현수 선배의 우간다 선교사역을 위해서 기도했다. 뒤이어 이현수 선배님과 문억 장로님 그리고 한상찬 장로님 등 선배님들의 인사 시간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중동총동문회 직전 회장이자 지금 우리 신우회를 이끌고 있는 백강수 회장님의 따뜻한 감사의 말이 따랐고.
앞에서도 밝혔듯이 어제 모임은 이현수 선배님의 귀국으로 급하게 잡힌 것이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 그 중에서도 적도가 가로지르는 땅 우간다에서 복음을 전하는 이 선배님의 간증은 그야말로 무궁무진(無窮無盡)하고도 흥미진진(興味津津)하다. 바쁜 일정을 접어두고 우리 신우회 회원들이 이곳으로 달려온 것도 선배님의 우간다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였다. 21세기 초엽에 한국에서 아프리카에 파송된 리빙스톤이라고나 할까. 아니, 이현수 선교사!
우리 중동기독신우회에 참석해서 귀한 간증을 해 주신 이현수 선배와 문억 장로님(마주 보이는 오른쪽에서 첫 번째가 이현수 선배님 그 옆이 문억 장로님)
아프리키 대록은 지금 무슬림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런 종교적인 악조건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이 선배님은 꿋꿋이 그 일을 감당하고 있다. 학교를 지어 현지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하수를 파서 맑은 물을 공급하고 또 급식소를 만들어 먹을 것을 해결해 주고 있다.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인술을 베풀어 예수님이 3년 공생애 기간 동안 하신 일들을 이 선배님을 비롯한 그곳 선교사들이 지금 해 내고 있다.
이 선배님이 가 있는 선교 사역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람이라고 한다. 특히 현지인들을 가르쳐 깨우침을 줄 수 있는 교사가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했다. 전기 기술자, 자동차 정비공, 이미용 기술자 등이 와서 현지인들을 돌봐 주면 얼마나 좋겠느냐고 호소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라는 말이 있듯이 중동기독신우회 회원들이 한 번 우간다 선교지를 방문해서 직접 관찰하면 많은 선교 비전들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 날 밤, 벌써 단기 선교에 대해 일정을 준비해 보라는 주문이 몇 분 회원로부터 들어왔다.
우간다와 접경해 있는 수단은 오랜 내전으로 국민과 국토가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졌다. 마치 6.25전쟁이 끝난 후의 한반도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라고 했다. 이 선교사님은 그곳까지 사역의 범위를 넓힌 것 같다. 그곳 청소년들을 위해 학교를 짓고 있는데, 장단기(長短期)를 가리지 않고 방문해서 함께 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130 여 년 전 언더우드 아펜젤러 등이 우리나라에 선교사로 입국하여 학교를 짓고 병원을 개설해 낮은 곳에서부터 선교를 시작했듯이 1세기가 훨씬 더 지난 지금 이현수 선배님이 아프리카에 그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현수 선교사님에게서 우간다 사역에 대해 듣고 또 많은 따뜻한 이야기를 나눈 뒤 헤어지기 전 단체사진을 찍었다.
두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황병직 사무총장이 1월 16일 여수 여울마당 공연장에서 있는 유나이티드문화재단(대표 강덕영 장로, 58) 주최 손양원기념음악회에 많은 신우회 회원들이 참석할 것을 광고했고, 이어 2016년 1분기 신우회 모임을 3월 7일 순복음강남교회에서 개최한다는 것을 알렸다. 우리 신우회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듯해 기뻤다. 8시 30분이 되었을 때 우리는 다음을 약속하고 헤어질 준비를 했다.
귀한 선배님들을 모시고 단체 사진을 남기면 좋겠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20명의 영적 군사들이 포즈를 취했다. 선배들은 앞에 앉고 후배들이 뒤에 선 채 "하나 둘 셋 찰칵!" 기념사진이 박혔다. 모두들 활짝 웃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행복은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닐 터! 음식점을 나와 밖에서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손 붙잡고 인사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들이 걸렸다. 겨울 밤 바람도 상쾌했다. 중동이 좋다. 신우회가 좋다. 이렇게 만들어 주시는 하나님이 너무 좋다.
*어제 모임에 참석한 회원 여러분들을 기수 별로 정리해서 부기한다(존칭 생략).
최상찬(52), 이현수(53), 문 억(56), 이승환(58), 이상현(60), 박노화(60), 신진수(63), 성용제(63), 백강수(64), 강영린(64), 이성환(65), 김웅진(65), 황병직(67), 장인수(67), 편남영(67), 김근호(69), 김동진(70), 서명석(70), 이명재(70), 김용철(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