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비가 비답게 내린다.
인터넷에서 날씨를 보니 오후엔 갠단다.
비옷을 넣고 우산을 들고 나선다.
광주극장에서 '누들'을 보고 나오니 1시 20분이 지나간다.
광주공원 앞 국밥집 낮에는 왠지 싫어 충장로쪽으로 걷는데
음식점은 보이지 않는다.
동아극장 골목길을 돌고 다시 우체국 앞까지 갔다가
도청 앞에서 09번 순환버스를 타고 만다.
광일식당인가 국밥집에 들러 국밥을 시키고
관리과장이 답으로 주신 동강 더덕주를 내자
주인과 손들이 쳐다본다.
아끼느라 겨우 두잔을 핥아먹고 비옷을 위에 얹고 나오니
2시를 넘어간다.
신림교회 수양관 오르며 사진을 찍는다.
사람이 없다.
중머리재까지 몇 사람을 만났지만 인사도 안했다.
중머리재에 오르자 바람이 서늘하다.
억새꽃이 피었다.
서편 하늘이 파란 띠를 둘렀다.
증심사 새인봉 너머 골짜기에서는 하얀 구름이 피어 오른다.
먼 산의 능선 아래로 하얗고 그 첩첩이 보기 좋아 사진을 찍는다.
샘에서 물을 마시고 용추 삼거리 쪽으로 오른다.
길을 돌로 깔아 디디기 좋다.
여럿을 보호하기 나을 것이다.
용추 삼거리에서는 한 중년 남자가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고
캔맥주를 들이키고 있다.
내 모습 같아 말을 걸려다가 난 숨어마시는 것이 생각 나 그냥 간다.
중봉 하단 삼거리에서 시내 구경을 한다. 3시 40분이 되어간다.
중봉오르는 길은 쑥부쟁이와 억새풀꽃만 많고 구절초는 보이지 않는다.
중봉에 서서 시원한 바람을 맞다가 바로 내려간다.
길가에서 구절초 가족을 만나 말을 걸어보는데 바람이 방해한다.
군부대 입구 삼거리 두고 길을 잘라 오른다.
길을 풀이 덮었다.
군인들 차가 오르는 길은 경사가 완만하다.
서석대 입구는 나무 다리를 새로 만들었는데 출입금지다.
한참을 올라간다.
해가 나오다말다 한다.
가을 산의 높이가 느껴지는 서늘한 바람이 불곤 한다.
날을 잘 잡았다.
30분 정도 걸었을까 산 아래로 흐릿한 벌판인데 가만보니 이서면이다.
군부대 출입금지를 무시하고 길을 오른다.
신선대다.
꽃이 많다.
구절초 하얀색에 또 어떤 것은 분홍빛이 살짝 물들었다.
쑥부쟁이도 이쁘고 마타리 미역취도 노랗다.
이름을 모르는 노란 꽃도 찍어본다.
군부대 초소 앞의 구절초는 더 이쁘다.
들어가보고 싶다고 해볼까 하다가 시간도 없다고 돌아온다.
아이에게 내 생일 축하해 달라고 했으니.
누에봉에서 남을 술을 핥다가 사래가 들렸다. 한 모금도 안된다.
중봉에서 내 모습을 찍어본다.
오랜만에 막내가 아빠 언제 오냐고 전화를 하곤 한다.
내가 귀가 약속시각을 넘겼다.
사양능선을 달리고 동화사터에서 물 한모금 하고
또 달려서 늦재에서 물 한모금, 그리고 또 뛰어서
산장 주차장에 오니 벌써 집에 간다던 6시를 넘겨 20분이다.
차를 세번 갈아타고 집에 노니 7시 20분 어둡다.
케잌을 사 두엇고, 떠돌이 둘째도 집에 있다.
술을 마시며 밥을 먹고, 샤워를 하고 촛불을 끄고
아들에게 잔소리를 했다.




















첫댓글 무등산 신선대 모습이 좋구나. 가까이 산이 있어 늘 산을 찾는 자네가 부럽네그려...난 바다를 가려도 몇 시간을 달려야 하고 또 호젓한 산은 찾을 수도 없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