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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커피, 코코아는 세계 3대 무알콜 음료로 맛과 향기에서 각각의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커피, 코코아와 달리 일반적으로 차는 동양의 음료라는 인식이 있는데, 실지적으로는 동서양의 200여개 국가에서 20억 명 이상의 사람들에 의해 연간 300만톤 이상이 소비되고 있다. 더욱이 90년대 후반부터는 웰빙 바람을 타고 서유럽 국가의 녹차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에는 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시중에서 다양한 종류의 차를 구할 수 있다. <출처: (cc) by ~Mers at commons.wikimedia.org>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왜 차를 마시는 것일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겠지만 무엇보다 차의 기능적 측면을 첫째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허준(許浚, 1539~1615)은 [동의보감(東醫寶鑑)]에서 차를 “영약(靈藥)”이라 하여 그 약효를 극찬하였고, 최근 미국 저널 타임지에서는 녹차를 10대 푸드로 선정하여 녹차의 음용을 권장하고 있다. 지금처럼 과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경험에 의해 차를 약용으로 사용하였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부터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차의 생리활성물질이 발견되고 전문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차의 화학성분은 매우 복잡하다. 이미 500가지가 넘는 성분들이 밝혀졌지만, 그 중 폴리페놀, 카페인, 차색소, 당류(糖類), 비타민, 아미노산, 방향물질 등은 유기물 형태로 존재하며 인체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성분들은 항산화, 암ㆍ당뇨ㆍ심혈관질환과 같은 질병의 예방, 콜레스테롤 수치 저하, 혈액 순환 촉진, 피부개선, 체중조절에 매우 효과가 있다. 특히 차의 5대 물질로 불리는 폴리페놀(카테킨), 아미노산(테아닌), 카페인, 당류, 비타민은 그 효능이 뛰어나 가장 활발히 응용되어지고 있는 성분이다.
카테킨은 항산화작용, 혈중 지방 제거 등의 효과로 인해 건강 보조식품뿐 아니라 사탕, 껌 등 기호식품에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카테킨 성분을 함유한 건강 보조식품(왼쪽)과 사탕(오른쪽).
이 중 카테킨(Catechin)은 폴리페놀의 일종으로 쓴맛을 가지고 있으며 가장 대표적인 차의 유효성분이다. 카테킨의 약리작용들은 많이 밝혀져 약이나 건강 보조식품 등에 가장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카테킨의 가장 두드러지는 효과는 항산화작용이다. 우리 몸 안에는 활성산소라는 것이 있다. 활성산소는 세포 산화의 주범으로 암, 심장병, 뇌졸중, 심근경색, 알레르기와 같은 질병을 야기시킨다. 그러므로 활성산소를 없애면 이러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감소하게 된다. 바로 이와 같은 활성산소를 없애는 작용을 우리는 항산화라 한다. 카테킨의 항산화력은 대표적 항산화제인 비타민E의 200배, 비타민C의 100배에 달할 정도로 매우 강력할 뿐만 아니라 차에 함유된 유기산이나 비타민C가 카테킨과 함께 상승효과를 나타내어 보다 뛰어난 항산화력을 가지게 된다. 또한 활성산소를 통한 세포의 산화는 노화를 촉진시켜 빨리 늙게 하는데, 평상시 차를 마시면 암을 비롯한 수많은 질병들을 예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한 실험결과에 의하면 쥐에게 담배의 발암물질을 투여하여 폐암에 노출되도록 한 뒤 차의 카테킨을 공급한 결과 암 발병률이 반으로 줄었다. 최근에는 카테킨의 항산화 효과를 이용하여 차를 식용유나 음료수, 과자 등에 사용하고 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카테킨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차를 첨가한 식용유로 튀김을 하면 카테킨이 기름의 산화 속도를 늦추기 때문에 더욱 깔끔한 맛을 낼 수 있다. 또 김밥을 만들 때 녹색의 녹차가루를 조금 첨가하면 쉽게 상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차의 유효성분을 김밥과 함께 섭취할 수 있으니, 보기 좋고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웰빙김밥을 만들 수 있다.
녹차 아이스크림. 녹차에 들어있는 카테킨은 지방합성을 억제하고 지방분해를 촉진시켜 비만을 예방하고 체중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출처: gettyimages>
카테킨이 현대인에게 각광받는 또 한가지 이유는 바로 다이어트효과 때문이다. 비만은 21세기의 가장 심각한 질병 중의 하나이다. 카테킨은 혈액중의 포도당, 지방산, 콜레스테롤의 농도를 감소시켜 지방합성을 억제하고 지방분해를 촉진한다. 즉 비만을 예방하고 체중을 줄여 줄 수 있다. 재미있는 예로 닭에게 카테킨을 첨가한 사료를 먹인 결과 그 닭이 산란한 달걀의 지방함량이 줄었다는 연구사례가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기존에 다이어트약으로 사용하던 에페드린을 카테킨으로 바꾸어 사용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카테킨을 추출하여 다이어트 알약으로 판매하고 있다. 특히 우롱차는 지방분해, 지방연소와 변비개선에 뛰어나기 때문에 꾸준하게 마시면 반드시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카테킨이 혈중의 지방과 콜레스테롤 등을 제거함으로써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때문에 차는 고혈압, 뇌졸중, 심근경색과 같은 환자에게도 매우 유익한 음료이다. 실제로 어느 모녀는 혈액순환이 좋지 않아 항상 손이 검푸르고 여름에도 손이 시릴 정도였다. 여기저기 안 가본 병원이 없고 온갖 약을 모조리 써 봤지만 번번이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들어간 찻집에서 한잔의 차를 마시자 손이 간질거리며 서서히 손에 붉은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그날 이후 모녀는 차 매니아가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밖에도 카테킨은 체내 중금속 제거, 충치예방, 종균작용, 악취제거, 피부 염증제거 및 미백 등에 효과가 있어 다양한 분야에 활발히 활용되고 있는 21세기 천연약재이다.
차에 함유되어 있는 카페인은 커피의 카페인보다 체내흡수가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카페인의 부정적 효과를 최소화하면서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출처: gettyimages>
두번째로 주목할 만한 차의 유효성분은 카페인(caffeine)이다. 카페인은 알칼로이드의 일종으로 다양한 식물에 함유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가 커피이다. 이른 아침 아직 정신이 들기 전에 커피 한잔을 마시면 정신이 맑아진다.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피곤한 오후에 마시는 한 잔의 커피는 기분을 좋게 하고, 피로를 해소하며 집중력을 향상시켜 작업능률을 높여 준다. 카페인을 적당히 복용하면 중추신경계를 흥분시켜 정신이 맑아지고 졸음이 없어지며 사고력이 향상된다. 어떤 사람들은 중추신경계를 흥분시키기 때문에 "사랑의 묘약"이라고도 부른다. 이것이 바로 카페인의 긍정적 효과이다. 하지만 일부는 커피를 마시면 심하게 흥분되어 심장이 두근거리고 호흡이 가팔라지거나 손이 떨리고 잠을 못자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경험한다. 이를 흔히 카페니즘(Cafenism)이라 하는데 바로 카페인의 부정적 효과이다. 하지만 한 잔의 커피를 마시고 카페니즘을 일으켰던 사람이 많은 양의 차를 마셔도 괜찮은 경우가 종종 있다.
차 안의 카페인과 커피의 카페인이 다른 것일까? 물론 아니다. 둘은 화학구조가 완전히 일치하는 똑같은 화학물질이다. 하지만 이처럼 반응의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답은 간단하다. 바로 테아닌과 같은 차의 다른 성분이 카페인의 작용을 억제하여 중추신경의 자극을 약화시키고 체내흡수가 서서히 일어나도록 하기 때문이다. 즉 차는 카페인의 부정적 효과는 최소화하면서 긍정적 효과를 나타낼 수 있게 한다. 따라서 공부를 하는 수험생이나 집중력이 약한 아이들에게 차는 최상의 음료가 될 수 있다. 만약 처음에 차의 맛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차를 약하게 우려내 설탕이나 우유를 적당히 첨가하여 맛과 영양 그리고 차의 효능까지도 모두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세번째로 주목할 만한 성분은 당류(糖類)이다. 차의 당류는 카테킨과 함께 혈당의 상승을 억제하고 낮추어 당뇨병에 탁월한 효과를 가진다. 실제로 엄지발가락까지 썩어 들어갈 정도로 매우 심한 당뇨에 걸렸던 사람이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고향의 부모님과 함께 하기 위해서 시골로 내려갔다. 그 모습을 본 어머니는 차가 당뇨에 좋다는 말을 듣고 무작정 주변 차밭에 가 거친 찻잎을 베어다 배를 넣고 푹 고아서 아들에게 주었다. 몇 달 후 그의 썩어가던 발이 점차적으로 아물며 당뇨는 말끔히 낫게 되었다. 그에게 차는 삶의 기적인 셈이다. 다당류(茶糖類)는 차의 어린잎으로 만든 비싼 고급 차보다는 오히려 많이 자라난 거친 잎의 저렴한 차에 더 많이 함유되어 있다. 기호성을 배재한다면 가격대비 성능이 월등하니 이보다 더 수지타산이 맞는 셈은 없을 듯하다.
넷째, 비타민 (Vitamin)이다. 차에는 비타민C, 비타민B2, β-카로틴, 비타민E를 비롯하여 다양한 비타민이 있다. 이러한 비타민은 우리 몸에서 결핍되어서는 안 되는 필수영양소로, 그 효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고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이다. 비타민은 대표적 항산화제로, 노화를 방지하고 피부를 맑게 해주어 아름다운 사람을 만들어 주고 항암작용에 도움을 준다. 차의 비타민E의 경우 그 함유량이 시금치의 25배에 달하는데 이는 몸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고 유해한 LDL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작용이 있어 동맥경화의 예방에 효과가 있다. 실제로 차를 많이 마시는 사람들이 동안인 경우가 많은데 비타민의 효과를 톡톡히 본 듯하다.
마지막으로 테아닌(Theanine)에 대해서 살펴보자. 테아닌은 다른 식물에서는 거의 발견되지 않는 차 특유의 아미노산으로 카테킨 다음으로 많이 활용되는 물질이다. 우리는 차를 마시면 긴장이 완화되고 기분이 느긋해지며 침착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는 테아닌이 뇌신경 전달물질을 조절하고 신경계를 안정시켜 긴장을 이완시키기 때문이다. 그래서 “천연진정제”라고도 불린다. 실제로 테아닌 200mg을 복용한 후 뇌파를 측정해 본 결과 알파파가 현저히 증가하였는데, 알파파는 사람이 가장 안정되었을 때 나오는 뇌파이다. 신경계가 안정되면 집중력이 강화되고 스트레스가 해소되며 우울증, 불면증과 같은 정신질환에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현재 테아닌은 신경안정제나 우울증치료제, 치매예방제, 수면보조제 등에 활용되고 있다. 더욱이 일반 화학약품과 달리 아무런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아 천연건강보조물질로써 최근 많은 과학자들의 주목을 받으며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긴장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다도를 통해 차를 마시면서 온전히 차의 맛과 향기에 집중해 삶의 여유와 향기로움을 맛볼 수 있다. <출처: (cc) Alpha at en.wikipedia.org>
많은 사람들은 ‘차’하면 다도(茶道)를 떠올리고 고차원적인 정신세계와 결부시킨다. 이와 같이 차의 이미지에는 추상적이고 정신적인 세계가 있다. 이를 단지 개인의 주관적인 직관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러한 효능들이 현재 과학적으로 속속들이 입증되고 있다.
다도는 차를 마실 때 일정한 형식에 의해 차를 우리고, 마시면서 도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이다. 실제로 다도를 통해 차를 마시면 몸가짐이 반듯해지고 마음이 안정되어 모든 정신이 차에만 집중된다. 이것을 즐기고 생활화하면 차와 내가 하나가 된다. 이 순간 나는 차탕(茶湯)에 피어오르는 수증기를 타고 차의 향기에 춤을 추고 있는 신선이 된다. 그래서 차를 예찬하는 사람들은 차를 흔히 ‘신선의 음료’로 비교하곤 한다.
긴장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가 건강의 적인 줄 알면서도 그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차 한 잔을 손에 들고 입에 머금어 혀로 차를 음미하여 마시는 순간, 스트레스는 찻잔 속에 녹아 그 흔적을 감추게 된다. 그것이 바로 차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가치이다. 흔히 차를 고상한 음료, 신선의 음료로까지 인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적으로 당대(唐代)의 시인 노동(盧仝)은 차를 마시며 자신의 느낌을 이렇게 노래했다.
칠완다가(七椀茶歌)
-노동(盧仝)
벽운인풍취불단(碧雲引風吹不斷) 푸른 구름 같은 연기 바람에 끌려 끊임없이 피어오르고
백화부광응완면 (白花浮光凝椀面) 흰꽃 같은 차 거품이 빛을 내며 찻잔에 모이네.
일완후문윤(一椀侯吻潤) 첫잔은 목구멍과 입술을 적셔주고
양완파고민(兩椀破孤憫) 둘째 잔은 외로운 시름 없애주고
삼완수고장(三椀搜枯腸) 셋째 잔은 차의 향기 창자까지 미치어
유유문자오천권(唯有文字五千卷) 가슴 속엔 오직 오천 권의 문자만이 남게 되며
사완발경한(四椀發輕汗) 넷째 잔은 가벼운 땀이 솟아
평생불평사(平生不平事) 평소의 불만,
진향모공산(盡向毛孔散) 땀구멍을 통해 모두 사라져 버린다네.
오완기골청(五椀肌骨淸) 다섯째 잔은 살과 뼈가 맑아지며
육완통선령(六椀通仙靈) 여섯째 잔엔 신선의 경지에 이르니
칠완끽불득야(七椀喫不得也) 일곱째 잔은 마시지도 않았는데 양 겨드랑이에 바람이 이네.
이 시는 노동이 새로 나온 차를 보내준 간의대부 맹간의(孟諫議)에게 화답하는 시의 일부로, 그는 차를 한잔 한잔 마시면서 세상의 모든 시름을 잊어버리고 결국은 신선의 경지에 이른다고 노래했다. 커피가 그 맛과 향을 즐기며 스트레스를 풀어줄 수 있는 음료라면, 차는 더 나아가 고상한 풍류를 마주할 수 있게 해준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차에는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다양한 약리작용이 있지만, 화학약품과 달리 천연식품으로 인체에는 무해하기 때문에 웰빙시대에 가장 적합한 음료라 할 수 있다. 더욱이 각박하고 빠른 리듬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짧은 순간만이라도 삶의 여유와 향기로움을 가져다 줄 수 있으니 현대인의 필수음료라 할 수 있다. 당(唐)의 의학자 진장기(陳藏器)는 [본초습유(本草拾遺)]에서 “백가지 병에는 백가지 약이 있지만 차는 만병통치약”이라고 차의 효능을 한마디로 일축했다. 오늘부터 당신의 책상에 커피가 아닌 차 한잔을 올려놓는 것은 어떠할까?
첫댓글 저는소화가 잘안되는데;;
소화가잘되는거 같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즐겨 마시는 차는 보이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