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마상가 지하 1층에 있는 재래시장을 찾은 외국인들이 분식집에서 부침개를 맛보고 있다. <사진 제공=강남구청>
지난 22일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종합상가에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나타났다. 상인들은 일상적인 일인 듯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도 이들의 발길이 자신들의 가게로 오자 "어서 오세요"라며 환하게 반긴다.
분식집에 들러 가이드가 `김치전`을 가리키며 "김치와 밀가루를 섞어 굽는 음식"이라고 말하자 아이를 동반한 미국인 태닉 씨는 "김치팬케이크네요"라고 한마디한다. 주한미군으로 배속된 남편을 따라 몇 주 전 한국으로 온 태닉 씨는 "부유층이 사는 지역이라는데 오래된 재래시장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그는 이날 야채전을 2000원어치 샀다.
캐나다인 토머스 씨는 과일가게에서 딸기를 보며 크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먹만 한 저게 스트로베리(딸기) 맞냐"면서도 맛을 본 뒤에는 엄지손가락을 높이 들어 보였다. "가격을 깎아주는 게 너무 재미있다, 왜 디저트인 케이크(라이스 케이크)를 식사 대신 먹느냐…"며 한국의 재래시장을 처음 방문한 이들의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서울 강남의 금싸라기땅 대치역 사거리. 대한민국의 대표 부촌이며 `사교육 1번지`인 이곳에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재래시장이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바로 `대치동 재래시장`으로도 불리는 은마상가다. 은마상가는 `강남 재개발의 상징`인 은마아파트 부속 상가. 재래시장은 지하 1층에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전자상가 등 주변에 최신식 유통업체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그 초라함이 더욱 두드러지지만 외국인들도 즐겨 찾을 정도로 도심 속 명소로 인기가 높다.
강남구청은 지난해 3월부터 투어코스까지 운영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강남 한복판에 이런 한국의 재래시장이 있다는 것에 많은 관심을 보여 투어코스에도 포함시켰다"고 했다.
은마상가는 이 일대 사람들에게도 `없어서는 안 되는` 명물로 사랑받고 있다. 평일에도 3000명이 넘게 오며 차량은 2900대가 들른다. 멀리서 차를 몰고 오는 사람이 다수라는 얘기다.
지하 1층엔 120여 개 점포가 있다. 33㎡(10평) 남짓한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복도는 한 줄로 걷거나 두 사람이 어깨를 겨우 부딪치지 않고 다닐 정도로 좁다. 생선 야채 반찬 떡 등 없는 게 없다.
가게들은 아침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열며 금요일 저녁이나 명절 때면 발 디딜 틈을 찾기 힘들다. 이처럼 사람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은마상가만의 매력은 뭘까.
관리사무소 직원은 "전반적으로 품질이 좋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상품과 재래시장에 대한 향수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 같다"면서 "여기서는 상인과 손님이 서로 언니ㆍ동생이라고 부를 정도로 끈끈한 정이 있어 단골손님이 발길을 끊지 못한다"고 말했다. 생선가게인 부산상회를 운영하는 주혜영 씨(42)는 "단골이 몇 명인지도 모르겠다"며 "이름은 몰라도 어디 사는지, 뭘 좋아하는지 얼굴만 봐도 안다"고 했다. 은마아파트에 살며 20년째 단골이라는 신주연 씨(68)는 "달라는 대로 다 주고 모자란 돈은 나중에 받기도 한다"며 웃었다.
인근 주민도 많이 찾지만 가깝게는 도곡동, 멀리는 경기도 분당ㆍ수지ㆍ하남 등에서도 차를 몰고와 이 시장에서 장을 본다.
대치동에 11년간 살다가 지금은 분당에 사는 강 모씨(60)는 "분당에도 마트가 있지만 과일 신선도와 당도는 이곳을 못 따라온다"며 "배 한 박스를 사도 밑에 깔려 있는 것까지 품질이 하나같이 다 좋다"고 말했다.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에서 온 김 모씨(79)는 소문을 따라온 경우다. 김씨는 생선만 5만원어치 샀다. 그는 떡가게에 들러 시루떡을 한 팩 사고 30여 분을 돌아다녔다.
밍크코트를 입고 한 손엔 명품가방을, 다른 한 손엔 검은색 비닐봉투를 들고 다니는 손님도 더러 눈에 띈다. 삼성동에서 운전기사와 함께 온 이 모씨(69)는 인근 백화점과 은마상가 재래시장 딱 두 곳에서만 장을 본다. 운전기사는 비닐봉투를 들고 잰걸음으로 돌아갔지만 이씨는 가게 주인과 한참 동안 수다를 떨었다.
상인들은 요즘 고민이 많다. 은마아파트와 함께 은마상가도 재건축이 논의되고 있지만 대부분 상가 주인은 따로 있다. 건물이 헐리면 수십 년째 이어오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120개 전체 점포 중 이곳에서 직접 장사를 하는 상인이 소유하고 있는 상가는 30개에 불과하다.
33㎡ 기준으로 한때 1억원 가까이 하던 권리금은 입구 쪽은 6000만원, 구석은 3000만원 정도로 떨어졌다. 재건축이 본격 추진되면 상인들과 소유주 간 권리금을 놓고 적잖은 분쟁도 예상된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을 안 했으면 하는 분위기며 어쩔 수 없이 재건축을 하더라도 아파트와 별도로 나중에 천천히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하고 즐거운 체험이지만, 은마상가를 찾은 이상 맛집 방문을 절대...된다. 대표적인 맛집은 지하상가 입구에 있는...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상가...짜리 왕만두는 속이 꽉 찬 은마상가의 대표적인 영양...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은마종합상가 건물이 나온다. 아파트 편의...
▲ 강남 부동산의 상징, 은마아파트. 하지만 그 안의 상가는 소박한 재래시장일 뿐이다. 500원짜리 뻥튀기 아이스크림과 떡볶이 3종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곳. 은마종합상가다. / 영상미디어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은마종합상가 왕만두·흑미찐빵.
[은마 지하상가 맛있는 지도] 대치동 엄마들이 인정한 맛있는 지하세계... 이곳에 강남의 입맛 까다로운 부자들이 30년 넘게 찾는 단골집이 포진해 있다. 바로 대치동 은마아파트 지하에 위치한 은마종합상가 지하 1층이다. “여기 오래된 떡집이 있다는데 거기가 어딘가요?” ... 오전 9시~오후 9시 ○전화번호: 02-555-7715 ○주소: 강남구 삼성로 212 은마아파트 상가 B-40 낙원떡집 떡집의 메카 은마상가에서도 유독 단골이 많은 집이다. 하루 ...중앙일보(조판) | 2016.05.10 00:04
은마상가 지하 1층에 있는 재래시장을 찾은 외국인들이 분식집에서 부침개를 맛보고 있다. <사진 제공=강남구청>
지난 22일 정오를 조금 넘긴 시간,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종합상가에 한 무리의 외국인들이 나타났다. 상인들은 일상적인 일인 듯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도 이들의 발길이 자신들의 가게로 오자 "어서 오세요"라며 환하게 반긴다.
분식집에 들러 가이드가 `김치전`을 가리키며 "김치와 밀가루를 섞어 굽는 음식"이라고 말하자 아이를 동반한 미국인 태닉 씨는 "김치팬케이크네요"라고 한마디한다. 주한미군으로 배속된 남편을 따라 몇 주 전 한국으로 온 태닉 씨는 "부유층이 사는 지역이라는데 오래된 재래시장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그는 이날 야채전을 2000원어치 샀다.
캐나다인 토머스 씨는 과일가게에서 딸기를 보며 크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주먹만 한 저게 스트로베리(딸기) 맞냐"면서도 맛을 본 뒤에는 엄지손가락을 높이 들어 보였다. "가격을 깎아주는 게 너무 재미있다, 왜 디저트인 케이크(라이스 케이크)를 식사 대신 먹느냐…"며 한국의 재래시장을 처음 방문한 이들의 질문은 끊이지 않았다.
서울 강남의 금싸라기땅 대치역 사거리. 대한민국의 대표 부촌이며 `사교육 1번지`인 이곳에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재래시장이 있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바로 `대치동 재래시장`으로도 불리는 은마상가다. 은마상가는 `강남 재개발의 상징`인 은마아파트 부속 상가. 재래시장은 지하 1층에 있다. 백화점 대형마트 전자상가 등 주변에 최신식 유통업체가 병풍처럼 둘러싸여 그 초라함이 더욱 두드러지지만 외국인들도 즐겨 찾을 정도로 도심 속 명소로 인기가 높다.
강남구청은 지난해 3월부터 투어코스까지 운영하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강남 한복판에 이런 한국의 재래시장이 있다는 것에 많은 관심을 보여 투어코스에도 포함시켰다"고 했다.
은마상가는 이 일대 사람들에게도 `없어서는 안 되는` 명물로 사랑받고 있다. 평일에도 3000명이 넘게 오며 차량은 2900대가 들른다. 멀리서 차를 몰고 오는 사람이 다수라는 얘기다.
지하 1층엔 120여 개 점포가 있다. 33㎡(10평) 남짓한 가게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복도는 한 줄로 걷거나 두 사람이 어깨를 겨우 부딪치지 않고 다닐 정도로 좁다. 생선 야채 반찬 떡 등 없는 게 없다.
가게들은 아침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열며 금요일 저녁이나 명절 때면 발 디딜 틈을 찾기 힘들다. 이처럼 사람의 발길을 끌어모으는 은마상가만의 매력은 뭘까.
관리사무소 직원은 "전반적으로 품질이 좋지만 무엇보다 다양한 상품과 재래시장에 대한 향수가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것 같다"면서 "여기서는 상인과 손님이 서로 언니ㆍ동생이라고 부를 정도로 끈끈한 정이 있어 단골손님이 발길을 끊지 못한다"고 말했다. 생선가게인 부산상회를 운영하는 주혜영 씨(42)는 "단골이 몇 명인지도 모르겠다"며 "이름은 몰라도 어디 사는지, 뭘 좋아하는지 얼굴만 봐도 안다"고 했다. 은마아파트에 살며 20년째 단골이라는 신주연 씨(68)는 "달라는 대로 다 주고 모자란 돈은 나중에 받기도 한다"며 웃었다.
인근 주민도 많이 찾지만 가깝게는 도곡동, 멀리는 경기도 분당ㆍ수지ㆍ하남 등에서도 차를 몰고와 이 시장에서 장을 본다.
대치동에 11년간 살다가 지금은 분당에 사는 강 모씨(60)는 "분당에도 마트가 있지만 과일 신선도와 당도는 이곳을 못 따라온다"며 "배 한 박스를 사도 밑에 깔려 있는 것까지 품질이 하나같이 다 좋다"고 말했다.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에서 온 김 모씨(79)는 소문을 따라온 경우다. 김씨는 생선만 5만원어치 샀다. 그는 떡가게에 들러 시루떡을 한 팩 사고 30여 분을 돌아다녔다.
밍크코트를 입고 한 손엔 명품가방을, 다른 한 손엔 검은색 비닐봉투를 들고 다니는 손님도 더러 눈에 띈다. 삼성동에서 운전기사와 함께 온 이 모씨(69)는 인근 백화점과 은마상가 재래시장 딱 두 곳에서만 장을 본다. 운전기사는 비닐봉투를 들고 잰걸음으로 돌아갔지만 이씨는 가게 주인과 한참 동안 수다를 떨었다.
상인들은 요즘 고민이 많다. 은마아파트와 함께 은마상가도 재건축이 논의되고 있지만 대부분 상가 주인은 따로 있다. 건물이 헐리면 수십 년째 이어오던 삶의 터전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 120개 전체 점포 중 이곳에서 직접 장사를 하는 상인이 소유하고 있는 상가는 30개에 불과하다.
33㎡ 기준으로 한때 1억원 가까이 하던 권리금은 입구 쪽은 6000만원, 구석은 3000만원 정도로 떨어졌다. 재건축이 본격 추진되면 상인들과 소유주 간 권리금을 놓고 적잖은 분쟁도 예상된다.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재건축을 안 했으면 하는 분위기며 어쩔 수 없이 재건축을 하더라도 아파트와 별도로 나중에 천천히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하고 즐거운 체험이지만, 은마상가를 찾은 이상 맛집 방문을 절대...된다. 대표적인 맛집은 지하상가 입구에 있는...아이스크림을 손에 쥐고 상가...짜리 왕만두는 속이 꽉 찬 은마상가의 대표적인 영양...3번 출구로 나오면 바로 은마종합상가 건물이 나온다. 아파트 편의...
▲ 강남 부동산의 상징, 은마아파트. 하지만 그 안의 상가는 소박한 재래시장일 뿐이다. 500원짜리 뻥튀기 아이스크림과 떡볶이 3종세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곳. 은마종합상가다. / 영상미디어 한준호 기자 gokorea21@chosun.com
▲ 은마종합상가 왕만두·흑미찐빵.
[은마 지하상가 맛있는 지도] 대치동 엄마들이 인정한 맛있는 지하세계... 이곳에 강남의 입맛 까다로운 부자들이 30년 넘게 찾는 단골집이 포진해 있다. 바로 대치동 은마아파트 지하에 위치한 은마종합상가 지하 1층이다. “여기 오래된 떡집이 있다는데 거기가 어딘가요?” ... 오전 9시~오후 9시 ○전화번호: 02-555-7715 ○주소: 강남구 삼성로 212 은마아파트 상가 B-40 낙원떡집 떡집의 메카 은마상가에서도 유독 단골이 많은 집이다. 하루 ...중앙일보(조판) | 2016.05.10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