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설설법
곽 흥 렬
대구의 남쪽 대덕산을 오르다 보면, 기슭에서 보문사라는 이름의 숨은 절집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 멀리로 시가지를 굽어보며 자리를 틀고 앉은 아담한 가람입니다. 이 절집에는 나이를 일백 살은 족히 먹었음 직해 보이는 아름드리 백목련 나무 한 그루가 마당 한복판을 차지하고서 위풍당당한 자태를 자랑합니다.
긴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나무에 시나브로 물이 오르고 꽃송이들이 다투어 망울을 터트리기 시작하는 시절이 오면, 온통 가지를 뒤덮는 쇠백로 떼로 일대 장관이 펼쳐집니다. 어림셈으로도 수천 마리는 넉넉할 것 같습니다. 대체 어디서 이렇게나 많은 쇠백로가 한꺼번에 날아든 것일까요.
처음 짐작으로는 봄날의 나른함에 취해 꼬박꼬박 졸음을 쏟아내고 있는가 싶었습니다. 미세한 움직임조차 감지되지 않는 품이 마치 한 장의 흑백사진 속 풍경 같이만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나중에야 깨닫고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일제히 귀를 모으고서 반쯤 열려진 대웅전 앞문을 타고 흐르는 부처님의 무설설법無說說法에 방그레 미소 짓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봄날이 소리 없이 떠나고 나면 쇠백로들은 또 얼마나 통통하게 영혼의 속살이 올라 있을는지요.
그윽이 쇠백로 떼를 바라다보면서, 나도 저들 속에 한 마리의 쇠백로가 되었으면 하는 염念을 갖습니다.
<곽흥렬 약력>
경북 고령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졸업함.
1991년《수필문학》, 1999년《대구문학》으로 문단에 나와 그동안 수필집 『우시장의 오후』, 세태비평집 『사랑은 있어도 사랑이 없다』, 산문집 『에세이로 풀어낸 대가야의 역사와 문화』, 수필 쓰기 지침서 『수필 쓰기의 모든 것』 등 총 13권의 책을 내었고, 교원문학상, 중봉 조헌문학상, 성호문학상, 흑구문학상, 김규련수필문학상, 유혜자수필문학상, 한국동서문학 작품상, 코스미안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2012년도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창작기금을 받음.
첫댓글 올만에 왔는데 친구가 글을 남겼구나..
반갑네. 어떻게 지내시는가.
나야 지금껏 글 쓰는 데 오롯이 생을 바쳐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 후회도, 미련도 없다네.
오랜만에 왔다가 무설설법을 잘 듣고 가네.
'무설설법'을 혹여 독자들이 너무 어렵게 생각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자네는 제대로 이해했는가 모르겠구나.
나이 들면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라고들 하지. 잘 지내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