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가을여행은 다른 해와 달리 ''호수와 산'' 이라는 컨셉으로 여행을 하고 왔습니다.
옥정호와 국사봉, 용담호 드라이브,
보령호와 양각산,대청호와 양성산,
전망대에서 만난 가을(秋)을 얼른 주워 주머니에 넣어 왔습니다.
자, 보실레요? 가을이 깊어 갑니다.
고요함이 깃든 호수를 바라보며
온전히 자연 앞에 나를 맡기는 시간이 되어
곧 깊은 사색에 빠져봅니다.
집안에 섬길 어른이 없어지고 어느새 내가 가장 큰 어른이 되었다는건
이승에서의 가장 처량한 나이가 되었다는 의미겠지요.
만추처럼 돌아갈 곳 없는 쓸쓸함,
나뭇잎들은 붉게 물들기 시작하고 쌓인 낙엽은 바람에 이리저리 흩어집니다.
들판은 황금물결로 가득하고 길가에 코스모스, 구절초,다양한 들국화는 물론 주렁주렁 달린
감나무가 무리지어 가을을 얘기하고 있습니다.
어둠이 내리니
전어와 대하,새꼬치,문어등 가을의 풍성함으로
차린 저녁상 앞에서 우리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좋은 친구와 호수의 한복판에서 함께 있다는 것.
지금도 아직 나는 花樣年華라는 착각,
지는 석양은 강렬하면서도 부드럽고 아름답습니다.
우리의 노년의 인생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년은 안단테(Andante : 느리게)다.
정숙하고 진중한 안단테 칸타빌레다.
(Cantabile 뜻 : 노래하듯이, 혹은 표정을 담아 선율을 아름답게 흐르듯이)
위대한 교향곡의 마지막 악장처럼
노년은 부드럽게 숨결이 율동하는 나이입니다.
휘나레를 장식하기 위한 혼신의 노력으로
우리들의 몸과 마음을 다 태우는 열정으로 살아야 겠습니다.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이 행복과 불행을 따로 말할 수 없습니다.
똥이 방에 있으면 오물이라고 하고
밭에 있으면 거름이라고 합니다.
모래나 돌멩이가 방에 있으면 쓰레기라 하고
공사장에 있으면 재료라 하겠지요.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일 뿐입니다.
도종환 시인은
가을에서 겨울로 가는 기나긴 그리움의 나날도
있어야 할 사람과 함께 있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했습니다.
언제나 그리운 사람,
늘 새롭게 느끼고 싶은 마음,
끝없이 목마른 갈망으로 품고싶은 사랑,
내가 지금 있어야 할 자리에 있기위한 몸부림이겠지요.
"나는 지금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