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아쉽다. 망월사 홍백련!"
[출처 : http://www.sportsseoul.com]

대구에서 승용차로 약 30분 남짓...조금은 복잡한 길이었지만 길을 묻고 또 물어 어렵사리 찾아간 곳은 자그마한 절이었다
소문을 듣자니, 이 절에서는 매년 이맘때가 되면 화려한 연꽃 축제가 열린다고 했다. 비는 줄기차게 내리고...

경상북도 칠곡군 지천면 달서1동 421 ‘망월사‘였다.

망월사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장맛비에 불어난 물 물 물...물소리...앗! 그런데 이와중에도...무슨 일이?

물이 불어난 개천에 고기가 많아진 탓일까...형님(^^)들은 그물을 던져 잡은 고기들을 열심히 주워 담고 있었다.
한가지, 이런 개천에서도 그물을 던져 고기를 잡는 포획행위는 ‘불법‘이라는데...형님들에게 그물 던지는 연출을 부탁했더니 ‘불법‘이라는 법률지식과 함께 서둘러 자리를 떴다.
"경찰 아닙니다"라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연 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 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엇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미당 서정주>

논뚝(?) 위에 몇 안되는 연들이...비를 맞으며

인적을 그리워하고 있었는데...
소문을 너무 믿었나? 화려한 연꽃 축제라더니...모심기를 기다리는 논처럼 물만 가득하고...군데군데 몇가닥 연들만 하염없이 비를 맞고 있는 사연은 과연?

망월사에서 스님들을 대신해 비맞고 찾아 온 손님들을 반갑게 맞이해 주는 ‘보살님‘들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다
<원래 이곳은 홍련이 피던 곳인데 백련으로 바꾸기 위한 작업이 진행중이라고 한다>

"원래 망월사에는 네 곳의 연못이 있고 그 중 세곳은 백련 즉 흰색 연꽃이 핍니다. 그리고 한 곳은 붉은색 연꽃 즉 홍련이 피는 건데요..."
사진 왼쪽이 백련이 피는 곳이고 오른쪽이 홍련이 피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 연못에 연꽃을 키우는 사람은 다름아닌 망월사 주지스님이라는 보살들의 설명이 뒤따랐다

아울러 매년 이맘때가 가장 화려하게 핀 연꽃을 볼 수 있는 시기라고 했다. 그렇지만

올해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고 한다. 전혀...

역시 문제는 ‘장맛비‘였다

너무 많은 비가 내리는 바람에 망월사가 자랑하는 홍백련의 모습은 거의 찾아 볼 수 없게 됐다는 가슴아픈 이야기였다.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연못 주변에 피어있는 흰색 들꽃이라도 있었으니 망정이지...아무것도 못보고 올 뻔...

"내년을 기약하는 게 좋을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전국에서 걸려오는 ‘홍백련‘ 문의전화 때문에 죄송스러워 죽겠습니다."
오히려 미안하다는 말로 머리를 조아리는 보살들의 마음씨는 홍백련을 보지 못하게 된 기자의 아쉬움을 달래주기에 충분했다.

그렇다면 오목한 연잎의 공간을 넘지 못한 채 염치없이(^^) 고여 있는 빗망울을 보는 걸로 만족하고 돌아가야 한다는 말인가?...
그러나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던진 한마디는 ‘고마움‘ 그 자체였으니...보살님의 한마디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자세히 살펴 보이소...한 두개 정도는 피어있을 지도 모릅니데이..."
‘위대한 발견‘이라도 한듯 카메라를 돌렸으나...백련으로 피어나기로 했던 흰색 연꽃은 비를 너무 많이 맞은 탓에...에구구!

‘이곳은 불교의 백련 보호구역입니다‘ 망월사 주지스님은 사람들의 접근을 두려워(^^)한 모양이다.
망월사 입구 오른쪽에 위치한 세번째 연못이다. 백련을 키운 연못인데

이곳 역시 흰색 연꽃은 볼 수 없었다

윗 사진 오른쪽이 마지막 네번째 연못. 혹시나 마지막 기대를 가지고 둘러 보던 중...
밑 사진 가운데, 우산 쓰고 앉아 있는 보살은 함께 간 ‘한 모 보살‘. 그러나 치사하게도 "나는 구두 버리기 싫다"며 기자 혼자 연못 사이길을 가게 내버려 두는 그런...!

미끄러지지 않게 조심스레 두리번 거리며 혹시나 했던 기대에 희망의 불씨는 타오르고 있었다

망월사 보살님의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홍련이었다. 정말이지 딱...한 개의 홍련만 빗줄기에 굴하지 않고 만개해 있었다

추억 이외에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고
발자국 이외에는 아무것도 남기지 마세요
<망월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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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지먹문구가 맘에 와닿네여.
추억만 남기고 가리~ 좋은 그림 감사합니다. 가슴 한구석이 따듯해옴이 느껴집니다.
푸른바다님, 님때문에 어렵게 여행 다닐 필요가 없어졌어요.사진과 설명 만으로도 추억을 많이 가져온것 같아요.정말 칠곡에 있는 망월사 연꽃 잘보았읍니다.그리고 저도 고향님 처럼 주지스님의 글이 많은 여운으로 남네요.
청산은 말없이 살라하네! ,,... 님의 생동감있는 사진 퍼레이드 멋져요!1 감상 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