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장애인 취업 지원하는 (주)브이드림 대표 김민지 씨
-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주고 싶어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에 따르면 국가·공공기관은 전체 직원의 3.6%,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민간기업은 전체 직원의 3.1% 이상을 장애인으로 고용해야 한다. 지난해 장애인 의무 고용 대상 기관·기업의 고용률은 3.17%로,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구직난을 겪는 장애인도, 장애인 고용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도 많다. (주)브이드림 대표 김민지 씨는 이에 대해 “적합한 직무 부족, 근무 환경의 위험성, 생산성 우려 등이 기업이 장애인 고용을 망설이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브이드림은 장애인 특화 재택근무 시스템 ‘플립’을 통해 장애인 고용률을 높이고, 기업에 부과되는 부담금을 낮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A. 안녕하세요? 장애인 인사관리 솔루션 전문 기업 브이드림 대표 김민지입니다. 지난 2018년 창립한 브이드림은 장애인 고용 의사는 있지만 채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돕고 있어요. 업무 능력을 갖춘 장애인 구직자와 기업을 연결해 주는 게 주요 역할입니다. 브이드림의 V는 승리(Victory)와 다양함(Various)을 담고 있는데요, 꿈을 가진 장애인 구직자를 지원하고, 그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서포트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합니다.
Q. 장애인 재택근무 시스템인 플립에 대해 알려주세요.
A. 창업 전 IT기업에서 일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장애인 의무 고용 부담금 등 장애인 채용에 대해 어려움을 겪는 걸 알게 되었어요. 장애인 근로자의 출퇴근 문제, 기업 내 장애인 시설 구비 문제, 의사소통 문제 등도 있었고요. 그 무렵 친구가 갑작스러운 사고로 하반신 마비를 얻어 장애인이 되었고, 사촌 언니 또한 난치병으로 장애를 가지면서 가족 모두 힘들어했어요. 장애가 생기면 경제 활동을 하기 어렵다는 것, 하지만 그 누구보다 경제적 자립이 절실하다는 것을 친구와 사촌 언니를 보며 깨달았습니다. 그러다 ‘반드시 출퇴근을 해야 할까?’ 의문이 생겼어요. 스마트 기기와 같은 설비 여건만 갖춰진다면 직접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도 업무를 보는 게 가능하다고 확신했습니다. 재택근무 형태를 취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장애인의 출퇴근 고민을 풀 수 있고, 장애인 구직자 또한 이동의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니까요. 서둘러 장애인 특화 재택근무 시스템 플립의 기획·개발에 돌입했습니다. 현재 브이드림에도 5명의 중증장애인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Q. 양질의 일자리와 편안한 근무환경을 제공하는군요.
A. 그렇습니다. 플립은 장애인 채용을 원하는 기업과 구직을 원하는 장애인의 가교 역할을 하는 플랫폼이에요. 회원가입 과정에서 취합한 장애인 구직자의 업무 능력과 사전에 전달받은 기업의 직무 기술서를 바탕으로 장애인 고용 희망 기업과 구직 희망 장애인을 연결합니다. 기업은 업무 수행할 장애인을 찾기 위한 수고로움을 덜어낼 수 있어요. 인재는 3배수로 추천되며, 기업 담당자와 화상 시스템으로 면접을 봅니다. 플립을 통해 장애인을 고용하면 복잡한 인사·업무관리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어요. 장애인 구직자는 양질의 재택근무 일자리를 찾을 수 있어요.
Q. 시스템이 얼마나 세분화되어 있나요?
A. 플립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인식, 청각장애인을 위한 실시간 자막 서비스를 비롯한 20여 가지 기능을 갖춘 데다 출퇴근 기록, 업무일지 작성, 일정 공유 등 원활한 업무에 필요한 시스템을 제공합니다. 축적한 장애 유형별, 기업 업종별 데이터로 직무를 추천하는데, 난이도에 따라 초·중·고급으로 나뉘며 경영사무업, 제조업, 마케팅업, 정보통신업 등 20개 직군에서 사무직, 디자인, 챗봇 데이터 수집, 영상 편집 등 300여 개의 직무로 세분됩니다. 뿐만 아니라 직장 적응을 위한 직무 교육과 고충 처리 서비스, 심리상담을 지원하고, 우수 근무자 시상 제도도 마련돼 있어요. 장애인 근로자 커뮤니티 ‘드림터’로 각종 정보도 공유해요. 현재 등록된 장애인은 30만여 명, 이력서 및 직무 데이터는 74만여 개 이상이며, 플립을 이용하는 기업은 500여 개입니다.
Q. 사업이 자리 잡기까지 어려운 점도 많았겠어요.
A. 장애인과 기업, 관련 기관의 마음을 얻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창업 초기 매출이 없어 직원들 월급 줄 걱정을 해야 했어요. 창업 기업을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을 모두 찾아 지원했고, 다행히도 민간투자 주도형 기술 창업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정되었지요. 한때 ‘장애인 취업을 시켜주고 월급의 일부를 수수료로 떼어 간다’는 오해를 받았어요. 브이드림은 결코 장애인 구직자나 근로자에게 금전적 요구를 하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재택근무의 인식과 대중화가 낮았지만 코로나 팬데믹 후 재택근무가 일하는 방식의 새로운 기준이 되었어요. 장애인 채용에 관한 인식이 점차 향상하는 점이 무척 반갑습니다.
Q. 자신만의 경영 철학이 있나요?
A.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빠른 실행력’입니다. 시간을 쪼개 바쁘게 활동하다 보니 자연스레 습관을 넘어 경영 가치관이 된 것 같아요. 초반에는 저 혼자 기획자, 매니저, 홍보 담당자를 도맡아 사업을 진행했어요. 이동 시간 중 사업 계획서를 작성하고, 각 기업과 부처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지요. 장애인 복지관 등을 방문해 이용자 목소리를 직접 들으면서 고객의 피드백을 빠르게 수용했고요. 여러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실행하지 않으면 성공이든 실패든 그 어떤 결과물도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실행해 보지 않는다면 보강할 점을 발견할 수도 없을 테니까요.
Q. 보람도 클 것 같습니다.
A. 구직에 성공한 뒤 첫 월급 받았다며 선물을 보내주실 때, 장애인 구직자 부모님이 “우리 아이가 일을 하다니 꿈만 같다”며 눈물을 글썽이실 때, 기업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소식을 보내줄 때가 생각납니다. 그간 중소벤처기업부, 보건복지부 등 여러 부처의 상을 수상했지만, 그보다 더 좋은 건 장애인 구직자가 일자리를 얻을 때예요. 재택근무 시스템에 대해 다소 우려를 표하던 단체나 기업의 인식이 달라진 점도 큰 힘이 됩니다. 단순히 의무 고용 부담금을 줄이려던 기업이 이제는 더 많은 인력을 연결해달라고 요청합니다. 단순한 비즈니스맨이 아닌,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데 자부심을 느껴요. 재택근무 플랫폼을 넘어 장애인들이 마음껏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시스템과 환경을 마련하고 싶습니다.
Q. 목표가 궁금합니다.
A. 장애인도 일을 하고, 꿈을 꾸고, 소비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여전히 불편한 환경과 상황으로 비장애인에 비해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브이드림은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나 꿈꿀 수 있고, 누구나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길 희망합니다. 장애 유형별로 유의미한 데이터가 쌓이고 있고, 공통의 관심을 공유하는 팬덤 문화가 생기고 있어요. 장애인 특화 재택근무 시스템을 통해 장애인 일자리 환경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이에 차세대 무선통신 안심케어 플랫폼을 개발해 장애인 가정이나 다양한 시설 종사자를 위한 생활 전반 서비스, 의료·응급 서비스, 레저, 여행, 여가 서비스 등 토탈 케어가 가능한 솔루션으로 확장하려 합니다. 해외 시장에도 진출해 브이드림의 시스템을 확대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김수정·신혜령 기자
* <손끝으로 읽는 국정> 통권 204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