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당신 말씀은 진리이시니, 저희를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소서.”(요한 17,17)
오늘 독서와 복음 말씀은 공통 되게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이의 모습을 전합니다. 독서는 자신이 공들여 세운 에페소 교회를 떠나 체포될 각오로 예루살렘으로 향하는 마지막 순간 바오로가 사랑하는 에페소 교회의 원로들에게 하는 마지막 인사말을 전하며, 복음의 말씀은 예수님께서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사랑하는 제자들을 위해 하느님께 드리는 마지막 기도의 말씀을 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 뿐인 사랑을 두고 사랑하는 이를 볼 수 없는 저 먼 곳으로 떠나야 하는 이의 심정, 그 마음은 아마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그 마지막 이별을 앞둔 이가 보여주는 작별의 모습을 오늘 말씀은 공통되게 바오로와 예수님의 모습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마지막 순간, 슬픔과 절망의 그 순간을 우리는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요? 헤어짐이라는 슬픔 앞에서,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그 절망 앞에서 우리는 과연 어떻게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으며 그 헤어짐은 과연 우리 삶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오늘 말씀은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제시해줍니다.
독서의 바오로와 복음의 예수님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야 하는 그 순간, 사랑하는 이들을 하느님 아버지께 맡깁니다. 주님이신 그 분께서 비록 내가 이들을 떠나더라도 잘 보살펴 주시기를, 또한 이들이 하나로 마음을 모아 하느님의 진리를 깨닫게 되기를 그래서 언제나 깨어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 하느님 아버지께 사랑하는 이를 맡기는 바오로 사도와 예수님의 행동이 다음의 말씀 안에서 잘 드러납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니 내가 삼 년 동안 밤낮 쉬지 않고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눈물로 타이른 것을 명심하며 늘 깨어 있으십시오. 이제 나는 하느님과 그 분 은총의 말씀에 여러분을 맡깁니다. 그 말씀은 여러분을 굳건히 세울 수 있고, 또 거룩하게 된 모든 이와 함께 상속 재산을 차지하도록 여러분에게 그것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사도 20,31-32)
한편 예수님은 이렇게 기도하십니다.
“이들을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의 말씀이 진리입니다. 아버지께서 저를 세상에 보내신 것처럼 저도 이들을 세상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이들을 위하여 저 자신을 거룩하게 합니다. 이들도 진리로 거룩해지게 하려는 것입니다.”(요한 17,17-19)
이 말씀 안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바오로와 예수님은 사랑하는 이들을 하느님께 맡기며 특별히 그들을 “하느님의 은총의 말씀”에 맡기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합니다. 하느님 은총의 말씀, 그 말씀이 곧 진리이며 그 진리가 우리를 하느님 안에 굳건히 세워주며 또 이미 거룩하게 된 모든 이들과 함께 우리가 하느님이 주시는 상속의 재산, 곧 희망의 영광을 얻을 수 있게 해 주는 것이 바로 그 하느님의 은총의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하느님 은총의 말씀에 우리를 맡기는 바오로와 예수님의 모습. 오늘 독서와 복음은 한목소리로 우리가 어디에 우리 삶을 세워야 하는지,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과 어쩔 수 없는 작별과 헤어짐을 앞두고 있을 때, 그들과 어떻게 작별해야 하는지, 그 이별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설명해 줍니다.
주님이신 하느님은 우리의 모든 걱정과 근심을 없애 주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세상의 제아무리 큰 재앙과 박해가 우리에게 닥쳐온다 할지라도 하느님 그 분은 그 모든 것에서 우리를 지켜주시는 우리를 보호해 주시는 산성이자 성채가 되어주시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그 하느님이 우리를 지켜주시는 것은 바로 그 분의 은총의 말씀, 곧 하느님의 말씀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 따라서 우리가 그 분의 거룩한 말씀과 우리가 하나가 될 수 있다면, 다시 말해 오늘 복음의 예수님의 기도처럼 우리가 하느님 그 분을 읽고 묵상하며 그 분 말씀과 하나가 된다면 우리는 그 무엇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 오늘 말씀은 바로 그 사실을 우리에게 전해 줍니다.
하느님의 말씀인 성경을 우리가 가까이 하고 그 말씀을 읽고 묵상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 말씀이 우리 삶에 주어지는 하느님의 진리이며, 그 진리가 우리 삶을 거룩하게 만들어 주며, 거룩한 삶을 통해 우리의 모든 것이 하느님 안에서 보호를 받고 그 분으로부터 오는 풍성한 은총이 구원의 선물을 얻게 된다는 사실. 오늘 복음환호송의 말씀을 기억하고 마음에 새기십시오. 요한복음의 말씀을 인용한 복음환호송은 이렇게 말합니다.
“주님, 당신 말씀은 진리이시니, 저희를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소서.”(요한 17,17)
여러분 모두가 오늘 들은 이 하느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진리의 말씀인 하느님의 말씀을 가까이 함으로서 하느님 안에 뿌리 내리는 삶을 살아가시기를, 그리하여 하느님으로부터 비롯되는 기쁨과 희망으로 여러분의 모든 말과 행동과 생각이 하느님 사랑 안에서 이루어지시기를 그를 통해 언제나 하느님과 함께 하는 삶을 살아감으로서 어떤 두려움과 걱정도 없이 하느님과 함께 기쁨 속에서 나날의 삶을 살아가시는 여러분 모두가 되시기를 기도하겠습니다.
“늘 깨어 있으십시오. 이제 나는 하느님과 그 분 은총의 말씀에 여러분을 맡깁니다.
그 말씀은 여러분을 굳건히 세울 수 있고, 또 거룩하게 된 모든 이와 함께 상속 재산을 차지하도록 여러분에게 그것을 나누어 줄 수 있습니다.”(에페 20,3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