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 말씀]
但自無心於萬物
단자무심어만물
何妨萬物常圍繞
하방만물상위요
鐵牛不怕獅子吼
철우불파사자후
恰似木人見花鳥
흡사목인견화조
木人本體自無情
목인본체자무정
花鳥逢人亦不驚
화조봉인역불경
心境如如只遮是
심경여여지차시
何慮菩提道不成
하려보리도불성
다만 온갖 만물에 무심하다면
만물이 나를 에워싸고 있는 것이
무엇이 방해가 되겠는가.
쇠로 만든 소가 사자의 포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같고,
나무로 만든 사람이 꽃을 보고
새를 보는 것과 꼭 같네.
나무로 만든 사람은
본래 자체에 마음이 없으며
꽃과 새도 나무로 만든 사람을
만나도 놀라지 않는다.
마음과 경계가 여여하면
다만 이러할 뿐인데
깨달음 이루지 못한 것을
무엇 때문에 염려하겠는가.
<방거사(龐居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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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게송으로서 매우 빼어난 것이기 때문에 치문(緇門)이라는 불교의 교과서에도 올라 있다.
사찰의 선원이나 요사의 주련으로도 많이 볼 수 있는 글이다. 수행자는 모름지기 이러한 마음으로 살아야 한다는 뜻이다.
출가 수행하는 사람들이 경계에 끌리고 사물에 흔들리며 세상사의 변화에 동요되어 본분을 잊고 사는 예가 많다. 그러면서 경계를 탓하고 세상을 탓한다.
자신이 공부하지 못하고 수행을 못한 것이 세상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자신이 스스로 무심하면 세상의 어떤 경계도 나와 관계가 없다. 아무리 말세가 되어 혼탁하고 어지럽더라도 방해되는 것이 없다.
사자가 아무리 포효를 하더라도 쇠로 만든 소는 들은 척도 아니한다.
나무로 만든 사람은 아름다운 꽃을 보고 새를 보더라도 무심하다.
수행자는 그 마음이 모름지기 그래야 한다. 여여해야 한다. 모든 것에 내 마음이 여여하면 공부는 끝이다. 달리 깨달음이나 도를 이룰 필요가 없다.
방거사는 마조도일(馬祖道一, 709~788) 스님의 제자로서 세상에 살면서도 이렇게 살았다. 선원의 주련으로 이 글을 걸어놓은 것은 선원 마루를 오르고 내리면서 이 말을 가슴에 새기라는 뜻이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 뽑은 명구 100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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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거사(龐居士 ?~808)는 당나라 때 거사로 이름은 온(蘊)이고, 자(字)는 도현(道玄)인데 방옹(龐翁)ㆍ방공(龐公)ㆍ방로(龐老)ㆍ노방(老龐)이라고도 합니다.
가족 대대로 유학(儒學)을 숭상하였으나 거사만이 불교에 귀의했다고 합니다.
석두희천(石頭希遷 700~790) 선사를 만나 선법의 단서를 얻었고, 마조도일(馬祖道一)의 제자가 되어 진일보한 소식을 깨우쳤다고 합니다.
거사의 처자식도 선의 종지를 깨달아 온 가족이 도인 가족으로 유명합니다.
특히 딸 영조(靈照)가 뛰어납니다.
거사는 인도의 유마거사(維摩居士), 우리나라 부설거사(浮雪居士)와 더불어 삼대거사로 유명합니다.
대경(對境)에 무심할 수 있다면 마음이 한가로울 것입니다.
제가 애송하는 방거사의 이 게송은 대경에 무심해야 일깨워 줍니다. 이 게송을 읽고 이를 본받고자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불보살님의 은은한 가피 속에 심신의 안정과 건강과 안전 속에 통찰지를 갖추고 정리를 따라 정심정행하며 활기찬 하루 열어 가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_()_ _(())_(백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