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체리 키우기
출처: https://m.blog.naver.com/professionaldog/221425321055
체리 나무(화분)에 열린 체리
'망고스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질문을 받았던 ‘체리’입니다.
이 글을 읽고 어떤 분은 세 번의 충격(?)을 받게 될지도 모르겠어요.
앞서 망고스틴 발아 편에서도 언급했지만
과일은 수입 시 '훈증처리' 내지는 '증열처리'를 해서 들여옵니다.
해충과 유해균을 박멸 목적으로 고온 고압의 증기에서 샤워를 하죠.
이런 이유로 작은 크기의 수입 과일은 대부분 발아가 되지 않습니다.
그동안 수입 체리로 발아를 시도한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충격받으셨나요? 첫 번째 충격
여름에는 국산 체리가 마트에 등장하니, 그때를 노려보세요.
발아가 잘 됩니다.
그럼에도 굳이 수입 체리로 해보겠다는 분들이 있겠죠.
발아가 완전 안 되는 것도 아니니,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D
I 체리를 키우기 전에
체리를 한국말로 하면 뭘까요?
'벚' 입니다. 그 벚나무의 벚이 맞습니다. ‘버찌’라고도 하죠. 두 번째 충격
간혹 벚나무에 달린 작은 열매를 본 적이 있을 거예요.
네. 그 작은 열매도 체리입니다.
우리가 먹는 체리는 일종의 품종개량을 여러 번 거쳐서
크기와 당도를 올린 벚의 친척입니다.
그럼 체리 열매의 씨앗을 심어서 키우면 체리를 수확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체리 씨앗을 심으면, 먹은 것과 같은 체리가 달리는 경우는 드뭅니다.
안 달리거나 버찌가 달릴 거에요. 세 번째 충격
대부분 과일은 씨앗으로 번식할 경우
후대에서 부모 형질보다 못한 형질이 나옵니다.
이 부분은 이후 포스팅에 자세히 다뤄볼게요.
하지만 체리 열매가 달리게 하는 방법이 완전 없는 것도 아니니
어쨌든 이번엔 발아해서 키워보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겠습니다.
I 체리 씨앗 발아하기
체리 씨앗은 열대과일 씨앗처럼 발아하면 안 됩니다.
레몬이나 망고, 아보카도처럼 발아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또 충격받으셨나요? 세 번이라 해놓고 네 번째 충격
우리는 체리가 온대 식물이라는 것에 집중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본이나 한국 등 아시아 전역은 봄만 되면 벚꽃이 피지만
열대 지역에선 벚꽃 구경이 어렵습니다.
이상하게 생각해 본 적 있나요?
벚나무의 꽃이 피려면 꼭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추운 날씨입니다.
겨울이 없다면 벚꽃이 피는 일은 없을 거예요.
씨앗도 마찬가지입니다.
식물은 나름의 방식으로 식생에 적응해 왔습니다.
열대 지역은 1년 내내 따뜻하기 때문에
씨앗은 그냥 땅에 떨어지기만 하면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발아되어 성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온대 지역은
씨앗이 땅에 떨어지는 것만으로 바로 발아해서는 안 됩니다.
그렇게 발아되면 어린싹이 추운 겨울을 맞이하게 됩니다.
생존할 수가 없겠지요.
그래서 온대 식물 씨앗은 발아가 바로 안 되도록
씨앗 자체에 발아 억제 물질을 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리 씨앗도 그러한 이유로
그냥 흙에 묻고 물을 주어서는 발아가 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씨앗이 품고 있는 발아 억제 물질은
추운 겨울이 지나면 분해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가을에 씨앗이 떨어져도
바로 발아되지 않고 겨울을 보내고 이듬해 봄에 발아가 됩니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인공적으로 겨울을 만들어주면 됩니다.
씨앗을 채취해서, 지퍼 팩에 넣고 냉장고에 한 달 정도 보관하는 것입니다.
그럼 씨앗은 ‘앗. 겨울이다. 버티자.’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이후 냉장고에서 씨앗을 꺼내면 ‘앗, 따뜻해졌다. 봄인가 봐.’ 착각하게 되겠죠.
녀석은 싹을 내기 시작합니다.
그러니 체리를 발아하시겠다는 분들은 꼭 이 과정을 거처야 합니다.
한 달 정도 0℃에 수렴하는 냉장고에 처박! 알겠죠?
이는 체리뿐만 아니라 대추, 사과, 감, 복숭아, 자두, 살구, 푸룬, 호두, 블루베리 등
대부분의 온대 유실수 씨앗에 공통으로 해당합니다.
I 본격 발아하기
체리를 냠냠 먹고, 씨앗을 채취합니다.
과육을 닦아내고
물에 담가봅니다.
둥둥 뜨는 씨앗(쭉쩡이)은 발아되지 않는 씨앗입니다. 제거해주세요.
정상 씨앗만 지퍼팩에 담아서 냉장고에 처박!
약 한 달 후 꺼내서 딱딱한 씨앗 껍질을 제거합니다.
방법은 아래(사진)와 같습니다.
씨앗 옆면 라인 확인
칼을 대고 칼등을 망치로 톡톡, 쩍!
이때 너무 강하게 쳐서 씨앗이 상처나지 않게 조심합니다.
내부의 씨앗을 꺼내서
과산화수소 희석액(종이컵 + 물 + 과산화수소 2 뚜껑)에 하루 정도 담가둡니다.
과산화수소 희석액을 사용하는 이유는 씨앗 살균 때문입니다.
씨앗이 수분을 머금는 순간
발아가 먼저냐, 곰팡이에게 먹혀서 썩는 게 먼저냐, 의 싸움이 시작됩니다.
과산화수소 희석액에 침지하면
씨앗이 살균되어 부패하지 않도록 도움을 줍니다.
과산화수소의 활성산소는 발아를 촉진 시키는 역활도 합니다.
씨앗이 불어서 빵빵해졌습니다.
흙에 심습니다.
싹이 나왔습니다.
조금 더 자라면 큰 화분에 옮겨 심어줍니다.
I 이후의 관리요령
♣ 체리 나무는 4계절 따듯하게 키우면 안 됩니다.
온대 유실수는 겨울(저온)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1년 중 두 달 정도는 추운 밖에 내놓으세요.
잎이 떨어지고 겨울을 맞이해야만
비로써 예쁜 꽃이 피고 열매도 맺습니다.
화분을 일 년 내내 밖에 내놓는 것도 방법입니다.
옥상이나 실외에 내버려 두면
비도 맞고 바람도 맞고 눈도 맞고 꿀벌도 만나고 저절로 자랄 거예요.
봄에는 근사한 꽃도 피겠죠.
하지만 너무 극저온에서는
화분과 뿌리가 통째로 얼어 동사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 실내에서 기를 경우는 꼭 사람이 꿀벌이 되어줘야만 합니다.
꽃이 피면, 붓을 들고 꽃의 암술과 수술을 건드려 주세요. 인공수정 부비부비 19금
그래야만 열매가 달립니다.
♣ 체리 나무를 키워보겠다면, 일종의 재미로만 키우세요.
체리는 비교적 높은 일조량을 요구해서 실내에서 키우기가 쉽지 않습니다.
실내에서는 열매 수확량도 많지 않고요.
프로개는 겨우 22개 따 먹었습니다… 맛은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체리를 키우겠다는 분은
가급적이면 씨앗을 발아해서 키우는 것보단
우수한 대목에 접목까지 된 접목묘를 구매해서 키우는 걸 권장합니다.
국내에도 농가가 제법 있어서,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습니다.
♣ 체리 나무는 금방금방 자랍니다.
1년이면 1.5m까지 자랍니다.
가지치기도 해줘야 하고요.
관리에 자신 없다면… 집 안에서 키우는 건 고려해봐야 합니다.
저는 극약 처방(?)을 내리곤 합니다.
(주의 : 겨울에만 가능한 작업입니다.)
"저 왜 뽑았어요?"
응. 너 키가 너무 큰 거 같구나.
(삭뚝! 붕대 칭칭.)
“으악 난쟁이가 되었어.”
.
.
1년 후
.
.
음.. 미안.
넌 아무래도 바닥부터
다시 크는 게 나을 것 같아.
"으악! 더 작아졌어!"
■감씨 여름쯤 심어서 여름가을 좀 자라서 잎4,5개나고 키는10cm정도인데
이거도 겨울엔 밖에 내놔서 잎을 떨어뜨렸다가 봄에 다시키워야하나요..?
저온(건조기)이 필요한 이유는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 위함입니다.
감은 적어도 5년은 되어야 열매를 맺기 시작하니
5년 이후 열매를 보고 싶으시면 그때 내놓으면 됩니다.
그 전엔 겨울 없이 성장시키는 것에만
집중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겨울 없이) 물을 적게 주어
건조하게 해도 꽃이 피는데
이 방법은 열대 유실수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체리가 한국어로 앵두 아니었나요???
친척이긴 하지만, 많이 먼 친척입니다.
동양에서는 버찌와 체리를 같은 속(장미과 벚나무속)으로
분류하여 접목에도 활용하지만
앵두(장미과 낙엽관목속)는 따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체리가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때 ‘양앵두’라고 불러서
서로 같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ㅎㅎ
■체리 먹다가 저도 재미로 키워보고 싶었는데 옥상에 키워 봐야겠어요 ㅋㅋ
일년 내내 밖에서 키워도 될까요??
씨앗을 심고 잎사귀 나서 화분 심기 전까지 물은 아떻게 줘야 하나요??ㅎㅎ
밖에서 키우는 게 더 좋습니다. (햇빛 때문)
다만 너무 추운 겨울엔 화분이 통째로 얼게 되는데
이때 뿌리도 얼어 죽을 수 있으니
0도 내외인 곳으로 들여놓는 게 좋아요.
겨울에도 얼지 않는, 실제 땅속(지하가) 아니니까요.
물은 얼마나 주세요, 라고 딱 정해진 게 없어요.
화분 크기나 흙에 따라 너무 다릅니다.
흙이 마르지 않게, 너무 과습하지 않게 관리해주셔야 해요.
초코과자(초코칩. 칙촉, 브라우니) 느낌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ㅎㅎ
물이 증발하지 않게 투명 컵을 덮으면 사실상 물을 거의 안 줘도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