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ailarines, 2000
비가 내린다
바람도 세다
가을이 살짝 맛만 보여주고 간듯
겨울 문턱에 섰다
찬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
생각은 먼곳으로 ...
얼마쯤 지난 기억인지
가물거린다
경복궁 돌담 길을 낙엽을 따라
삼청공원 쪽으로 향한다
그 낙엽 깔린 길가에 무엇이 있었는지
가물거린다
썰렁한 삼청공원 입구에
구멍가게가 보인다
구멍가게 안으로
조그만 연탄난로가 보이고
난로 위엔 노란 양은 주전자가
구수한 보리차 냄새를 풍기며 김을 내고 있다
누군가 내우산 속으로 들어와
팔장을 낀다
나프다린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봄여름 내내 나프다린과 같이
옷장에 있었던
두터운 코트를 입은 모양이다
둥글고 커다란 코트의 단추 마냥
둥글고 환한 얼굴이다
팔굼치가 살짝
그녀의 크고 둥그런 가슴에 닫는
따뜻한 느낌을 전한다
낙엽을 밟으며
쓸쓸한 공원길을 걷는다
그녀의 체온과
내 체온이 합해져
따뜻하다
"종점다방 얘기다
은퇴하신 교장선생님인
아버님이 자주 가시던
뻐스 종점에 있던 다방 얘기다
어머님이 돌아가신후
몇년을 종점다방을 놀이터로 삼으셨다
한번 다녀가라고 했는데
가보질 못햇다
아버님이 돌아가신후
우연히 그 다방에 들렸다
곱게 입은 한복에 머리를 쪽져 올린
오마담이 알아보고는
한번을 오실줄 알았다고 얘기를 한다
그리고 전해줄것이 있다면서
아버님이 나두고 간 일기장을 전해 받는다
그리고 받아든 일기장을 읽어 보며
아버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생각한다"
어느 소설가에 단편이다
비가 내리고
낙엽이 땅에 떨어지면
지나간 기억들이 살살
살아난다
진짜 내 기억 속에 있었는지
아니면 어느 누구의 글 속에서 였는지
모르는 기억들이
종점다방
그리고 오마담
아주 정겨운 단어다
낙엽이 몇번더 떨어지고
그 떨어진 낙엽 위로
차거운 비가 내리면
잊혀진 나프다린 냄새처럼
종점다방에서
오마담을
만나지 못할꺼같다
훔쳐온 뚱뚱한 그림이
마법에 걸렸나보다
내 글도 뚱뚱해지고
색을 입었다
카페 게시글
역이민자 귀농모임
종점다방과 오마담
빵장수
추천 0
조회 212
11.11.05 11:08
댓글 1
다음검색
첫댓글 정말 글솜씨가 뚱뚱 하십니다
색깔도 있으시고
내용 전개도 좋고
곧 등단 하시면 되겠습니다
귀농 하셔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