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약 5-6년전에 썼던 소설의 프롤로그 부분..
프롤로그이지만 단편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이 프롤로그를 포함하여 내용이 전부 옴니버스식으로 전개되며..
환타지에서 시작하여 수백년이 지난 SF까지 연결되는 이야기..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언젠가 보다 큰 기획자가 되었을때 반드시 게임화하고 싶은 저만의 시나리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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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쿵....
무엇인지 알수 없는 거대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나의 신경을 자극하는 공허한 울림. 대체, 이 소리는 어디에서부터 퍼져나오는 것인지.. 난, 형체도 없는 나 자신을 그 소리의 근원지로 향해 본다. 소리가 점점 커져감에 따라, 내 형체는 점점 흐려져만 간다. 마치..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서 사라져 가듯이... 그리고 이윽고 소리의 근원지에 다다른 순간, 내 전신은 격렬한 통증과 차분한 안식의 두가지 상반된 힘에 의해 지배당했다.
이곳은 어디인걸까? 내가 눈을 뜬 곳은 어두운 동굴인 것 같았다. 퀴퀴한 악취와 기괴한 울부짖음으로 가득찬 동굴. 주변에는 살점이 떨어져나간 오래된 시체들이 쌓여있었고, 그것들은 주변 경관과 더불어 상당히 그로데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나는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왠지 몸이 굉장히 무겁게 느껴졌다. 나는 아주 서서히 몸을 일으킨 뒤, 몸을 움직여보았다. 조금 불편하기는 하지만 큰 상처는 없는 것 같았다. 나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천천히 움직여 동굴을 둘러보기로 했다. 바람이 내 오른편에서 불어온다. 이쪽이 출구쪽인걸까? 내가 몸을 틀어 출구쪽으로 향하기 시작하자, 내 등뒤로부터 동물의 울음소리 같은것과 과일 자르는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와 같았으면 굉장히 위험한, 그래서 바짝 긴장해야할 소리이겠지만 지금은 왠지 그 소리에 편안함을 느꼈다. 몬스터의 것일지도 모르는 소리를 듣고 안정을 찾다니.. 누가 들으면 미친놈 취급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난 피식 웃음을 지었다. 아니, 미소를 지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면 근육 역시 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는 않는 것 같았다. 난 왠지모를 안도감을 느끼며 한걸음 한걸음 동굴 입구를 향해 나아갔다.
동굴 앞까지 다달았을 때, 내 앞에 펼쳐진 장면은 처참하기 그지없는 끔찍한 것이었다. 10명가량 되는 사람들의 몸이 산산히 분해된채 흩어져있고, 살아있는 시체들이 그것들을 파먹는 장면. 남들이 보면 기괴하다못해 역겨워하기까지 할 만한 그런 장면이었다. 사람들을 구해야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몇몇은 아직도 미약하게 몸부림을 치고 있었지만, 어쨋거나 그들을 구할 방법이 없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그리고 내 이성은 나에게 적색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도망가야해! 저 시체들이 날 알아보고 나에게 달려들거야! 저 사람들을 먹고 있는 동안 멀리 피해야해!'
하지만 이성의 날카로운 외침. 아니 절규라고 할수 있는 그것은 내 본능안에 묻혀버렸다. 본능을 자각하기 시작한 나는 스스로의 정체성과 존재에 대한 큰 혼란을 느꼈다. 그리고 내 자신에 대한 혐오감마저 일기 시작했다. 난 사람을 파먹는 저 살아있는 시체들을 보며 묘한 동질감과 함께 식욕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본능이 이성을 잠식해가며 나는 한걸음 한걸음 그 시체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 피투성이가 되어 이미 알아볼수 없게 되어버린 한 사람의 내장을 파먹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그 행위를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식사? 살육? 어쨎든 그 행위가 지남과 동시에 큰 굴욕감과 상실감이 나를 덮쳐왔다.
'나는 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어째서 하이스홉의 신관인 내가 언데드가 된거지?'
그래. 난 하이스홉의 신관이었다. 이 세상의 모든 진리를 설파하는 위대한 신 하이스홉. 그는 죽음과 삶을 주관하는 세상 모든 생명체의 아버지와 같은 존재이다. 그렇기에 삶이 다한 영혼은 그분의 곁으로 가게되어 심판을 받게 된다고 한다. 새로운 삶을 부여받거나 혹은 완전히 소멸하는 두가지의 선택. 대부분의 신관들은 두 번째 삶에서 그분과 조금 더 가까운 존재가 되기를 원하기에 끊임없이 수행하고 교전을 공부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완전히 이단이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의문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죄인은 완전한 소멸의 길을 걷게되지만, 어쩌면 그것이 더 편안한 안식이 아닐까? 오히려 안식을 위해 일부러 죄를 짓는 사람들이 생겨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관점에 따라서는 오히려 여러번 윤회를 거듭하는게 더욱 잔인한 일 일수도 있을텐데....'
신관으로써 입에 담아서는 안되는 불경한 생각. 교전에 의의를 제기하는 그 말을 입밖에 내게 된 것 역시 나에게는 금지된 감정 때문이었다. 수도승 시절, 우연히 마주친 대신관의 딸 안젤리카. 난 그녀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것이었다. 항상 금욕하는 마음으로 수행에 정진하여야할 내가 애욕에 빠지게 된 것이었다. 물론, 나 혼자만의 짝사랑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녀 역시 나의 마음을 알고 있었고 몇번의 은밀한 만남마저 가졌으니까... 많지는 않았다. 두세번 만난 것 뿐이었고 우린 그저 함께 거닐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난 세상에 태어난 이래로 처음으로 벅찬 행복이란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행복은 오래가지 않았다. 교단에서 우리가 만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 것이었다. 난 덕분에 이 불모지로 쫒겨오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나는 지금 알다시피 언데드가 되어버렸다.
또다시 며칠이 지나갔다. 동료? 동족? 내 주위의 좀비들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모르겠지만 난 다른 좀비들과 함께하는 행동을 어떻게든 피하려고 노력했다. 식사(?)를 위해 밖으로 나갈 때 난 더욱 더 깊은 동굴속으로 들어가려고 했고 어떻게든 인간으로서 남기 위해 내 이성의 끈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지독한 굶주림에 때때로 나는 이성을 잃었고, 그럴때마다 내 몸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움직였다. 항상 이성을 되찾을때면 날 미치게 하는 그런 상황이 닥쳐있었다. 난 인간으로서 죽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동굴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울부짖음과 마치 과일을 자르는 듯한 살점떨어지는 소리, 발을 끄는 지익지익거리는 소리가 전부였기에, 난 서둘러 바깥을 향해 이동했다. 물론 마음만 서둘렀을 뿐, 몸은 답답할 정도로 느릿느릿했다. 그리고 드디어 동굴 입구에 다다랐을 때 난 볼수 있었다. 하우스홉의 언데드정화부대를.... 그들은 미친 듯이 검을 휘둘러 좀비를 두동강이 내거나 거대한 메이스로 박살을 내고 있었고 약간 뒤쪽에 긴 로브를 걸친 신관 두 사람이 낮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죽은 자의 영혼을 달래는 노래였다. 좀비들은 일방적으로 살육당하고 있었지만, 난 그런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진 않았다. 난 넋을 잃은채 한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래.. 그녀였다. 안젤리카.. 나를 사랑에 빠뜨린 그녀.. 그녀는 하우스홉의 문장이 새겨진 치렁치렁한 안장을 얹은 말 위에 앉아 멍하니 그 살육의 장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왜 대신관의 딸이 여기까지 나와있는걸까? 혹시 그녀가 내가 여기에 있다는걸 알고 만나러 온건 아닐까..? 난 느릿느릿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 살육부대가 내몸을 찢어발기더라도 난 그녀에게 다가갈 것이다. 단 한번만 더 가까이에서 그녀를 바라볼 수만 있다면.. 그녀는 아직 나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조금씩 조금씩 그녀의 모습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녀와 나의 거리가 10미터도 채 못남았을때였다. 갑자기 그녀가 품에서 뿔피리를 꺼내 불었고, 학살단 녀석들은 일제히 뒤로 돌아 마을을 향해 퇴각했다. 그리고 그녀 역시.... 이 쪽을 잠시 응시하는가 싶더니 재빨리 마을을 향해 말을 달려갔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던 내 머릿속이 크게 울리는 것 같았다. 이것은.. 슬픔.. 그래, 슬픔의 감정이었다. 누가 좀비는 감정이 없다고 말했는가? 내 눈에서는 썩은 눈물 방울이
맺혀가는 것만 같았다. 비록, 실제로 눈물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난 흐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다시 며칠간 난 그녀를 기다렸다. 하루종일 동굴밖에 나가 마을쪽을 멍하니 바라보는게 일과였으니.. 이제 더 이상 난 이성을 잃지 않았다. 아무리 지독한 식욕이 날 덮쳐와도 난 그녀를 위해 견뎌냈다. 나의 이성은 어느새 빛을 되찾아갔고 본능이라는 거대한 어둠을 조금씩 밀어내가고 있었다. 그 덕분인지 난 시간이 지날수록 상쾌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고, 그럴수록 그녀와의 다음 만남이 기대가 되었다. 난 더 이상 언데드가 아니다. 그녀를 위해 난 인간으로서 살아가리라. 비록 육체는 썩어 문드러진다하더라도. 난 영원히 그녀를 사랑하리라.. 하루에도 몇번씩 다짐을 하는 나였다. 겨우 두 번의 만남이지만.. 난 그 때 나눈 대화들을 잊을 수가 없었고 그녀를 회상하며 그 한마디 한마디를 떠올렸다. 그런 나날들이 며칠이 지난 어느날, 마을에서 행군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멀리서 들리는 이 '정화의 노래'는.. 하우스홉의 신관부대.. 그녀였다. 멀리서 바라본 부대의 행군 모습은 그야말로 성스러움 그 자체였다. 왜 난 저 모습을 보고 살육부대이니 학살부대이니라고 생각했던 걸까.. 저들은 위대한 하우스홉의 의지를 실천하는 빛의 정화부대인데 말이다. 난 행군하는 그들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걸어나갔다.
다른 녀석들은 대부분 동굴 속에 틀어박혀 있었다. 혼자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는 내 모습을 보며 그들은 행군을 멈췄다. 그도 그럴것이.. 저 '정화의 노래'는 언데드들이 본능적으로 두려워하는 노래였다. 저 노래를 들음으로써 죽은자를 장악하는 악의 기운이 약해진다고들 한다. 신성력이 강한 신관은 저 노래 하나만으로도 수십의 언데드를 정화할수 있다고 들을 정도 였으니까.. 하지만 나에게 저 노래는 성스러운 축복의 노래일 뿐이었다. 그녀와 나의 만남을 축복해주는 성스러운 노래..
"안젤리카님.. 저 좀비에게는 정화의 노래가 듣지 않는군요. 적은 단 하나입니다. 대신관의 뒤를 이을 정도라는 안젤리카님의 신성력을 보여주신다면, 모두의 사기가 오를텐데요"
".... 그래.. 좋다.."
안젤리카의 말을 잡고 있는 살찐 신관이 뭐라고 말하자 안젤리카가 말에서 내려왔다. 그녀도 드디어 나를 알아본 것인가? 이 축복의 노래 속에 나와 그녀는 뜨거운 포옹을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것이다. 안젤리카 역시 긴장된 모습인 것 같았다. 안젤리카는 나에게 한걸음 한걸음 다가오기 시작했고 나 역시 그녀에게로 다가섰다. 숨막히는 순간이었다. 그녀의 이름을 외치고 싶었지만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해보면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내 목에서는 '우오오'하는 괴성밖에는 나오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드디어 우리 손이 맞닿을 정도의 거리가 되었을 때, 안젤리카는 나를 향해 한 손을 펼쳐보였다.
"턴 언데드!"
그녀가 짧게 외치자 그녀의 손으로부터 새하얀 빛이 나와 내 이마를 강타했고 그순간 난 다시 내 이성의 끈을 놓치고 말았다. 희미해지는 의식속에서 뭔가 굉장한 소리들이 나는 것 같았다. 이윽고 내가 눈을 떴을 때 내 앞의 장면은 나를 경악케 했다. 내가 나이기를 잊은 찰라의 시간.. 안젤리카는 피투성이가 된채 내 앞에 쓰러져 있었고 내 주변을 정화부대원들이 포위하고 있었다
"하하하하~ 안젤리카의 신성력이 고작 이정도란 말이냐? 안젤리카는 죽었다! 이제 다음 대신관 자리는 내 차지다!"
예의 그 살찐 신관이 크게 웃으며 외쳐댔다. 그리고 미친듯한 발작적인 웃음. 난 이제 모든 사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다음 대신관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거대한 신성력을 보유한 그녀.. 하지만 여자의 몸이기에 대신관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세력들이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들의 손에 피룰 묻힐 순 없다. 대대로 대신관에게 내려오는 '하우스홉의 로브'는 단 한번이라도 살인을 한 부정한 자가 입을 경우 신벌이 내린다는 전설이 있었다. 믿거나 말거나한 전설이지만, 그 때문에 하우스홉의 신관들은 절대 남을 해하는 일이 없었고, 굳은 일들은 저처럼 '정화부대'로 불리우는 자들이 대행해주는 것이었다. 어쨎든 그들은 그녀에게 나와 있던 일을 트집잡아 수행여행.. 혹은 정화여행을 권했다고 생각된다. 나 스스로 그녀를 쓰러뜨린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 살찐 신관에게 분노하게 되는건 어쩔수 없었다.
"우오오오~"
난 커다랗게 외치고는 그 살찐 신관의 목을 잡아 살점을 찢어발겼다. 반드시 이놈만큼은.. 내 영혼이 더럽혀지더라도.. 내가 완전한 좀비가 되더라도 이놈만큼은 내 손으로 처단해야한다는 사명감 같은게 마음속에 떠올랐다.
"으아아악"
살찐 신관은 뜯겨져나간 살점을 보며 외쳤고, 정화부대는 날 공격하려 했지만 그 신관 때문에 섣불리 다가서지 못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신관의 목을 물어 뜯었을 때, 뒤에 있던 한 병사가 검을 휘둘로 내 오른쪽 팔을 베어냈다. 고통은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내 팔이 아니었던 것처럼 팔모양을 한 살덩어리가 땅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다음순간이었다. 나조차도 놀랄 정도의 일이 벌어진 것이다. 내 팔이 잘려나간 단면에서 새하얀 빛이 새어나오는가 싶더니 새로운 팔이 꿈틀 꿈틀 자라나는 것이다. 아주 느린 속도였기에, 완전한 팔이 생기려면 몇시간이나 걸릴 것 같았지만.. 정화부대들을 위압하기엔 충분한 장면이었다.
"뭐.. 뭐야 이건!!"
"좀비가 아니잖아..!!"
"빌어먹을.. 회복마법을 쓰는 좀비라니.."
"혹시.. 저거 대신관의 언데드인가?"
대신관의 언데드는 이성을 잃은 뒤에도 신성력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물론 소문일뿐, 이론상으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영혼을 빼앗긴채 살아난 자들을 언데드라고 하는데, 신성력은 믿음의 영혼.. 신앙심의 힘이 절대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일개 부대원들이 그런 사실을 알 리가 없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놀라고 있는 그 틈에 완전히 목이 뜯겨나갔다고 생각한 살찐 신관이 뒤로 물러서며 소리쳤다
"저 놈이 쫒아오지 못하게 해라!! 팔다리 한두개 정도만 베고 서둘러 퇴각하라!!"
다음 순간 병사들이 내 양다리와 팔을 잘랐다. 목이 잘려도 되살아날지 의문이 일었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팔다리만을 자르고 서둘러 도망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공포에 질린 것 같았다. 그들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후.. 난 뿌리만 남은 팔다리를 휘적거리며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고요히 잠든 그녀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며 몇시간이나 멈춰 있었다.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내 오른 팔은 이미 완전히 자라나 있었고 양 다리도 거의다 재생되어 가고 있었다. 극심한 피로가 느껴졌지만.. 내 슬픔에 비하면 그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거대한 증오가 날 사로잡고 있었다. 어떻게든 그 돼지놈에게 복수해야 한다는 사명감. 난 다시금 그녀를 바라봤다. 그리고.. 크게 외쳤다
'위대한 하우스홉이시여! 지금 그대의 메시아가 될 한 여자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제발.. 제발 그녀를 살려주십시오. 이미 썩어버린 제 영혼이지만 당신이 원하는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제발!!'
내 목소리에서 나오는건 거대한 괴성뿐.. 이미 발음조차 되질 않았다. 몇번이고, 몇십번이고 난 하우스홉에게 미친 듯이 외쳐댔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적막뿐.. 그리고 싸늘하게 식어가는 그녀의 모습뿐이었다.
'빌어먹을 놈아! 네가 무슨 신이냐! 네놈의 진리를 설파해줄, 전도해줄 널 위해 모든 인생을 바칠 사람이 죽어가는데! 넌 방관만 하고 있는거냐! 다 필요없어! 그녀는 내가 지킬거야! 너도 그 더러운 돼지놈하고 똑같아! 내 영혼을 다하는 일이 있더라도.. 난.. 난...'
울고 싶었다. 서럽게 울고 싶었다. 하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나오질 않았다. 가슴이 꽉 막힌듯했고 목은 메여왔다. 난 그녀를 껴안고 절규했다. 한참을 절규하던 나는 황급히 그녀에게서 떨어져야만 했다. 그녀의 새하얀 목을 보며.. 난 순간 식욕을 느낀 것이다. 나 스스로를 용서할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동굴속에서부터 수많은 좀비들이 스물스물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쪽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녀석들은 안젤리카를.. 식사거리로 생각하는게 분명했다.
'안돼... 절대로 그녀를 넘겨줘선 안돼.. 안젤리카는 내가 지킬거야..'
난 미친 듯이 좀비들을 향해 팔을 휘두르며 안젤리카를 보호하려 했지만.. 좀비들은 수가 너무 많았다. 기어코 몇몇 좀비들이 안젤리카에게로 다가갔고 그녀의 살점을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녀의 얼굴에 피가 튀어올랐고, 그녀의 피부가 벗겨지며 새빨간 근육들과 뼈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만둬어어어어!!!'
좀비들에 둘러쌓인채 난 그저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내 눈에.. 그녀의 심장이 들어왔다. 사후경련인지도 아니면 그저 자신을 파먹는 좀비들 때문에 흔들리는걸 지도 모르지만.. 내 눈에 비친 그녀의 심장은 분명히 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심장은 천천히 속도를 늦춰갔다
'으아아아아악!!'
순간 내 몸에서 거대한 빛이 언데드들을 휘감쌌고 대부분의 좀비들은 풀썩 쓰러지거나 재가 되어 사라졌다. 나머지들도 나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동굴을 향해 이동하는 모습이 보였다. 턴.. 언데드... 정식 신관 중에도 꽤 고위층들만이 할 수 있다는 턴 언데드를 내가 시전한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너무도 컸다. 내 몸 역시 절반 정도가 부숴져 가고 있었다. 더 이상 난 걸을 수 없었다. 남아있는 한쪽 팔로 내 몸을 이끌어 안젤리카..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몸의 절반 이상이 뜯겨져 흉한 모습이 되어버린 그녀.. 하지만 난 아직도 여전히 그녀를 사랑한다. 안젤리카의 뼈한조각까지도.. 살한점까지도.. 피한방울까지도.. 난 지켜내야만 한다. 이제는 완전히 멈춰버린 심장을 바라보며 난 다시 흐느꼈다. 그리고.. 내 몸에서 새하얀 빛이 새어나오는걸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재생의 빛.. 빛의 힘으로 치료마법을 시전할 때 나오는 성스러운 빛.. 어째서 이 빛이 나에게서 나오는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것으로 그녀를 살릴수만 있다면....!'
난 그녀를 껴안은채 내 빛의 힘에.. 신성력이 아닌 그녀를 생각하는 마음에.. 사랑에.. 내 모든 의식과 육체, 이성, 본능 영혼마저 내던졌다. 내 몸속으로부터 세어나오던 빛은 점점 커져갔고, 내 몸은 부숴져가기 시작했지만.. 난 웃고 있었다.
-에필로그-
"일반적으로 좀비는 이성이 없는.. 영혼이 없는 존재인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예, 물론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언데드들은 신에게 부정한 존재인것이지요"
안젤리카의 물음에 살찐 신관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 좀비는 그렇지 않았어요.. 비록 제 손으로 토막내긴 했지만.. 마지막 한조각이 남을때까지 저를 향해 기어왔다구요"
"그들에게는 식욕 뿐입니다. 공포보다도 식욕이 우선이지요. 그저 배가 고팠던건 아닐까요?"
"하지만 그 좀비는..."
안젤리카는 더 말을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죽었다고 생각한 그녀가 깨어났을 때.. 그녀의 앞에는 간신히 인간의 모습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망가진 시체가 있었고, 그녀 자신의 눈으로 시체의 몸에서 나온 빛이 찢어발겨진 자신의 몸을, 그리고 잘려나간 팔을 재생시키는 것을 두눈으로 똑똑히 본 것이다. 그리고.. 몸이 전부 회복되었다고 생각한 순간, 그 좀비는 자신의 얼굴을 더듬었다. 마치.. 아주 오랜기간 헤어졌다 만난 연인처럼.. 하지만 그녀는 두려움에 재빨리 물러났고 그런 그녀를 향해 서서히 다가오는 '시체조각'을 산산히 부숴버린 것이다.
"신성력... 영혼의 힘으로는 죽은 사람을 살릴 정도의 기적을 이룰순 없어요.. 그렇다면.. 대체.. 그 힘은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요..?"
첫댓글 훔... 앗찔하군요.. 앗찔해요..아핫아핫......... 훔훔.......... 뭐라고 표현을해야할지 단어가 생각이 잘나질않지만.. 무척이나 간결하고 흐름이 깨끗하다구 해야하나.... 부러워요 부러워요 ;ㅁ; 징징...
다시 읽어보니 고칠 부분이 여기저기 보이는군요 -.- 역시 오래전에 쓴거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