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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들은 흔히 싱가포르를 여행지 혹은 휴양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서울 정도에 불과한 작은 땅덩어리와 하늘을 찌르는 마천루는 오히려 도시 생활의 고달픔을 떠올리게 만드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변변한 절경이나 리조트가 있는 것도 아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싱가포르는 아시아 최고의 여행 대국이다. 연평균 900만 명의 외국인이 싱가포르를 찾는다. 관광 자원이 ‘전혀’ 없는 싱가포르가 매력적인 여행지가 된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 내는 꾸준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가장 큰 매력은 ‘푸르다’는 것이다. 나라 전체가 정원이라고 말할 정도로 곳곳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으며, 거리는 온통 숲길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30여 년간 진행한 ‘그린 앤드 클린(Green & Clean)’ 정책의 결과이다. 이 정책에는 건물 설계에 대한 제한도 포함되어 있다. 싱가포르에서 건물을 지으려면 기존의 건물과 설계가 달라야 한다는 조건이다. 그래서 싱가포르의 모든 건물은 외관이 다르다. 콘크리트 건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국 식민지 시대에 지은 2~3층짜리 목조 건물과 고성(古城)들도 여전히 거리 곳곳을 수놓고 있다. 100여 년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도시 풍경은 그 어느 곳에서도 기대할 수 없는 싱가포르만의 매력이다.
도시 전체가 마치 아름다운 건물의 숲 같다. 잘 알려진 대로, 싱가포르는 환경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진 나라이다. 세계 최초로 ‘껌’을 수입금지 품목에 올린 나라이기도 하고, 거리 전체가 금연 구역으로 지정된 나라이기도 하다. 깨끗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 그 이유. 깨끗한 환경을 방해하는 쓰레기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싱가포르의 지혜가 도시 전체를 더욱 싱그럽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노력은 싱가포르에게 ‘아시아 최고의 여행지’라는 타이틀을 선사했다. 지난해, 세계적인 여행 전문 잡지 <콩드나스 트래블러(Conde Nast Traveler’s)>가 싱가포르를 아시아 최고의 여행지로 선정한 것. 오랜 기간 ‘아시아 최고의 여행지’라는 타이틀을 보유했던 홍콩은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홍콩의 가장 큰 특징이었던 이색적이고도 화려한 도시 풍경이, 깨끗한 거리와 수많은 공원들로 채워진 싱가포르의 매력을 따라잡지는 못했던 것이다.
싱가포르 여행의 주요 테마는 단연 공원이다. 비록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원들이지만,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는 곳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공원이 센토사 공원. 서울의 여의도만한 센토사 섬(Sentosa Island) 전체가 거대한 테마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다. 공원 전체를 산책하는 데만 반나절이 걸릴 정도로 규모가 큰 것이 특징인데, 섬까지 직행하는 바다 위에 매달린 케이블카를 타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싱가포르의 상징이기도 한 12층 건물 높이의 멀라이언 상(The Merlion)과 섬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스카이 타워 전망대, 하와이 스타일로 꾸며진 마할로 하와이언 비치 바(Mahalo Hawaiian Beach Bar), 신비한 바다 속을 탐험할 수 있는 언더 워터월드(Under Water World)는 센토사 공원의 명물.
아름다운 열대 우림으로 조성된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 역시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 공원으로, 공원을 둘러싼 산책로를 걸으며 천연기념물인 헤리티지 트리, 열매와 꽃이 줄기에서만 열리는 케넌볼 트리, 콜라의 원료인 콜라나무 등 신기한 식물들을 감상할 수 있다. 보타닉 가든 내에 있는 오키드 가든(Orchid Garden)에서는 세계 각국의 유명 인사들의 이름을 딴 다양한 난들을 감상할 수 있다. 야행성 동물들의 숨쉬는 소리까지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나이트 사파리 역시 싱가포르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백미이다. 북부 주롱 지역에 있는 주롱 새공원은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새공원으로, 전 세계 600여 종 8,000여 마리의 새가 모여 있다. 매년 500만 명의 여행자들이 찾을 만큼 싱가포르 최고의 관광 지역이 되었다. 공원 언덕 위에서 흐르는 30m의 폭포는 세계에서 가장 큰 인공폭포로 ‘사람이 만든 최고의 자연’이라는 독특한 평가를 얻고 있다.
다양한 이색 체험이 가능한 공원이 싱가포르 여행의 전부는 아니다. 도심 곳곳을 수놓은 다양한 볼거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여행의 출발은 싱가포르 중심부에 있는 싱가포르시티(Singapore City). 시청 주변, 오처드 로드, 셴턴 웨이, 차이나타운, 리틀 인디아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차이나타운과 아랍 스트리트 등의 이국적인 거리들이 펼쳐져 있어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게 해 준다. 오처드 로드(Orchard Road)는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쇼핑 거리로 자유무역항인 싱가포르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이 쇼핑 거리를 따라 싱가포르 강이 흐르는데, 강을 따라 산책하는 것도 좋은 여행 방법이다. 강의 북쪽에는 오랜 역사를 가진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즐비한데,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엠프레스 플레이스(Empress Place)와 성 앤드류 교회(St. Andre’s Cathedral), 싱가포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교회인 아르메니안(Armenian)등을 만날 수 있다. 엘리자베스 워크(Elizabeth Walk)는 싱가포르시티 북부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을 기념하여 1953년에 조성된 공원으로, 주변에 늘어서 있는 영국 스타일의 건축물을 배경으로 산책을 즐기기에 적당한 곳이다.
강의 남쪽에는 낭만적인 보트 키(Boat Quay)와 셴턴 웨이(Shanton Way)의 높이 솟은 마천루를 볼 수 있다. 보트 키는 강 남쪽 연안에 200m 길이의 거리 이름으로, 화려한 조명이 켜지는 저녁에 방문하면 좋은 추억이 될 듯하다. 보트 키 인근에 위치한 페이버 산은 그다지 높지는 않지만, 시내는 물론 싱가포르의 남쪽 섬들과 멀리 인도네시아의 섬들까지 볼 수 있다. 또한 이곳에서 출발하는 케이블카는 세계 무역 센터(World Trade Center)의 스텝 정원(Jardine Steps)을 경유하여 센토사 섬까지 운행된다. 싱가포르 강이 끝나는 즈음에 위치한 싱가포르 항구에서 싱가포르시티 전체를 경유하는 크루즈로 도시 여행을 시작하는 것도 탁월한 선택이다. ‘타이거 밤 가든(Tiger Balm Garden)’으로 잘 알려진 호우파 빌라 역시 싱가포르시티 남부의 풍요로움을 상징하는 곳. 현대적인 기술을 동원해 중국 고대 전설을 복원하는 데 성공한 이곳의 대표적인 패키지 상품은 낡은 배를 타고 용의 뱃속을 여행하는 것으로, 관광객들은 그 안에서 관광객들은 중국의 옛 선원들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10가지 지옥을 체험할 수 있다. 중국의 옛 이야기들을 묘사한 현란한 조각상들이 곳곳에 늘어서 있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주롱 새공원 외에도 중국정원, 일본정원, 크로커다일 파라다이스(Crocodile Paradise) 등의 명소가 밀집되어 있어 도시 전체가 관광 명소로 떠오른 주롱(Jurong). 주롱 새공원이 조성되기 전까지 주롱 여행의 중심에는 중국정원과 일본정원이 있었다. 정식명이 유화원(裕華園)인 중국정원은 ‘여름의 별궁’으로 알려진 북경의 이화원을 모방한 공원이다. 중국정원 남쪽에 있는 일본정원은 성화원(星和園)이라고도 불리는데, 해외에 있는 일본정원으로는 최대의 규모를 자랑한다. 서로 옆에 붙어 있는 두 나라의 정원은 각기 다른 스타일의 풍경을 보여준다. 구부러진 다리와 탑, 안뜰과 분수 등을 가진 중국정원은 버드나무 가지가 늘어진 강가로 완만하게 뻗어 있다. 단순성을 강조한 일본정원은 석등, 관목, 조금 높은 언덕과 부드러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찻집 등이 있다.
싱가포르 남부의 창기 공항에서 싱가포르시티로 가는 해안가 8.5km에 걸쳐 조성된 이스트 코스트에는 각종 레포츠 시설과 함께 수많은 시푸드 레스토랑이 밀집되어 있어 싱가포르 최고의 휴양지로 떠올랐다. 해안가를 따라 자리 잡은 수십여 개의 자전거 대여소가 독특한데, 이곳에서 자전거를 빌려 일주에 도전해 보거나 각종 레포츠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에디터_배경수 자료협조_싱가포르 관광진흥청(02-399-55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