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호텔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근무환경도 고급스러울까요?
날마다 진수성찬을 차려내는 조리사들은 집에서도 그렇게 차려 먹을까요?

뼈다귀해장국/가산동
소시적 갑판장은 '식당집 아들'이었습니다.
식당집 아들이라는 타이틀은 어린 갑판장에겐 굴레였습니다.
어쩌다 친척집에라도 가면 '집에서 잘 먹을텐데 이런 게 입에 맞기나 하겠어?'라는 말씀을 늘 들어야 했습니다.
또 친구들과 어울려 등산이라도 갈라치면 어김없이 부식담당이라는 직책이 떠 맡겨지곤 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그들의 바램(?)대로 식당집 아들이었던 갑판장은 그 시절에 잘 먹고 잘 살았을까요?
지나간 과거를 편린으로 추억하는 지금에서 돌이켜 보면 잘 먹었던 것도 같습니다만...
하루 세 끼니를 꼬박 챙겨 먹어야 했던 당시에는 전혀 잘 먹었단 기억이 없습니다.
굶거나 하지도 않았지만 대충 끼니를 떼우기가 다반사였습니다.
암튼 당시엔 그랬습니다.

딸 아이의 요구로 재촬영한 연출 컷.
세월이 흘러 흘러 국토개발이라는 미명하에 강산이 서너 번 쯤 바뀌고 나니 이제는 갑판장이 강구막회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갑판장네 딸아이는 어쩔 수 없이 '강구막횟집 딸'이 되었습니다.
참 웃기죠.
장사를 하는 집 아들이라는 타이틀을 그렇게 싫어 했건만,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을 그렇게 원망을 해놓고선 이제는 갑판장이 그 모습으로 살고 있으니 말입니다.
아!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마세요. 과거나 지금의 삶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니 말입니다.
음(陰)이 있으면 양(陽)도 있는 것이 하늘의 이치입니다.
부모님이 억척스럽게 일을 하셨던 덕분에 갑판장은 귀한 아들로 대우를 받았었습니다.
나이키 운동화랑 조다쉬 청바지를 친구들보다 훠~얼~씬 일찍 신고 입었다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왕 유치해서 죄송 ㅡ.,ㅡ;;)
갑판장네 딸아이도 대충 끼니를 떼우는 까닭에 입으로는 늘 '배 고파. 밥 줘'를 연발하지만 친구들이 못 누리는 호사를 누릴 때도 많으니 피장파장입니다.
세상사 제 뜻대로만 되면야 참 좋겠지만 어디 사는 게 그렇습니까?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이런 생활이 처음인 선장님은 이런저런 걱정이 참 많습니다.
특히 늘 배고파 하는 딸아이에 대한...
그래서 딸아이는 행복할겁니다.
늘 배고프기는 갑판장도 매 한 가지인데 갑판장에 대한 걱정은 그다지 안 하는 눈칩니다.
딸아이가 부럽습니다.
아참! 나도 엄마가 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