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에도 논란을 일으켰지만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롤리타’ 혹은 ‘롤리타 콤플렉스’라는 용어를 유명하게 한만큼 <롤리타>의 내용은 파격적이다. 1910년에 파리에서 태어난 주인공 험버트는 1947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하숙을 시작한다. 하숙집에는 여주인 샬롯과 12살 난 딸 롤리타가 있다. 샬롯은 험버트에게 반해 청혼을 하고, 험버트는 롤리타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이유로 청혼을 수락한다. 그런데, 험버트의 일기를 훔쳐 본 샬롯이 진실을 알게 되자 사태가 복잡해진다. 공교롭게도 샬롯은 차 사고로 죽음을 당하게 되고, 험버트는 캠프장에 가 있는 롤리타를 데려와 호텔을 돌아다니며 연인 사이가 된다. 이 가운데 험버트와 롤리타 사이를 눈치채는 인물이 극작가인 클레어 퀼티이다. 퀼티는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하고, 롤리타를 꾀어내는 인물로 그려져 있다. 그는 험버트의 총에 의해 최후를 맞이하는데, 비평가들은 클레어 퀼티를 종종 작가 나보코프의 자기반영적 인물로 설명하기도 한다. 퀼티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번개를 사랑한 여인>의 공동창작자로 ‘비비안 다크블룸(Vivian Darkbloom)’이라는 이름이 등장하는데 이것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의 철자를 뒤섞어 놓은 ‘애너그램’이다. <롤리타>는 20세기의 가장 선정적인 소설로 알려져 있지만 작품의 첫 문단은 ‘롤리타’가 세 번이나 거명되면서 전체적으로 리듬이 부드럽게 흘러 넘친다. 나보코프가 시인이었다는 사실이 참조가 될지도 모르겠다. “Lolita, light of my life, fire of my loins. My sin, my soul. Lo-lee-ta: the tip of the tongue taking a trip of three steps down the palate to tap, at three, on the teeth. Lo. Lee. Ta.” “롤리타, 내 삶의 빛, 내 허리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 롤-리-타. 혀끝이 입천장을 세 단계로 치고 내려오면서, 세 번째는 이에 다다르는 여정. 롤. 리. 타.” 국내에서도 <롤리타>의 번역본을 비롯하여 그의 소설들이 몇 작품 번역이 되어있지만 이처럼 언어적 유희가 넘치는 작가의 소설을 번역하는 것은 쉽지 않은 듯 보인다. 영어와 러시아어를 오가며 썼던 나보코프의 작품 세계는 제임스 조이스와 같은 작가들처럼 다층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20세기 작가의 상징이자 중요한 문학적 관심의 대상이었다. 나보코프의 세계는 선정성, 유희성, 구조적인 치밀함 등이 뒤섞여 문학비평가들로 하여금 다양한 해석을 낳게했고, 두 번이나 영화로 만들어진 <롤리타>를 비롯하여 그의 여러 작품들이 스크린으로 옮겨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