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건...
화재가 일어난 며칠 후, 따뜻한 하루에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습니다. 어디에도 도움을 요청할 길 없는 피해 가족의 사연을 접한 따뜻한 하루 가족님이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묻는
편지였습니다.
어떤 사건이든 그 이면을 들여다 보면, 드러나지 않은 피해자들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선이(가명)네도
그렇습니다.
선이네 집은 화재가 난 의정부 아파트 옆, 다가구주택입니다. 아이가 넷인 선이네에는 아버지가 계시지
않습니다. 사고로 막내가 태어나고 얼마 안 있어 세상을 떠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엄마 혼자 아이 넷을 양육해야 하는데,
막내가 22개월밖에 되지 않아 직업을 가질 수도 없습니다.
그나마 수급자 가정으로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최소한의
생활비로 네 아이를 키워왔는데, 그 정도 금액으로 다섯 식구가 살기는 너무 빠듯하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모든 환경이
선이 엄마를 향해 "죽어라"를 외치고 있었지만, 선이 엄마는 여자가 아닌 엄마이기에 악착같이 살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 화재 사건이 아슬아슬하게 부여잡고 있던 그 끈마저 태워버리게 됐습니다. 불길이 얼마나 강했는지
가재도구, 아이들 옷은커녕 노트 한 권 들고 나오지 못했고, 집은 전소되어 수리조차 불가능하다고 하니까요.
사고 이후
선이 엄마는 아이 넷이 다치지 않고 무사히 곁에 있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있습니다. 절망보단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의지를 다잡는
것이 엄마의 할 일이니까요. 그러나 의지만으로, 보이지 않는 희망만으로 아무것도 남지 않은 이 상황을 살아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다못해 아이들 책가방, 학용품조차 살 돈이 없고, 거처는 이 추운 날 이재민으로 체육관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곧 신학기가 다가오는데 아이들이 살 곳도 가지고 다닐 것도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희망을 노래하기란 강한
엄마일지라도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오로지 구호품으로만 살아내야 하는 이 상황이 기가 막히지만, 그래도 살아야 아이들이 살
수 있기에 염치없지만 주변의 도움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뜻한 하루는 외면할 수 없습니다. 도와야 하는
것이 우리 의무이고, 따뜻한 하루가 존재하는
이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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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후...
희망을 그리고 왔어요 |
화마로 모든 걸 잃은 선이네 가족에게 새로운 집이 생겼습니다.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마련된 집이지만,
그 곳에 도둑이 들어 또 한번 선이네 가족에게 시련을 안겨주는 듯 했습니다. 그러나 선이네를 향한 따뜻한 손길이 시련을 다시
희망으로 바꾸고 있었습니다.
선이네 가족의 새로운 보금자리입니다. 워낙 오래된 집이라 이사 오기 전 외관, 장판, 도매 등의
공사를 진행했지만, 아직도 손 대야 할 곳이 넘쳐납니다.
1층인데다 창문도 많아 도둑이 쉽게 들어올 수 있었나 봅니다. 다친 사람은 다행히 없었지만,
상처투성이 가족에게 얼마나 힘들고 두려운 시간이었을지 마음이 아팠습니다.
마당은 오래 전부터 방치된 텃밭 때문에 황폐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선이네 가족의 피폐해진 마음을 보는
것 같습니다.
집안으로 들어가봤습니다. 밖의 상황과 비슷합니다. 많은 분들이 보내주신
후원물품들이 수납공간이 없어 구석구석 쌓여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이 곳에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막둥이입니다. 어른들이 집 정리를 하는 동안 잠시 외출하기로 했습니다. "우리 집 예쁘게
바꿔주세요!" 하는 표정이네요.
열악한 안전 문제를 걱정했더니 한달음에 달려와 방범 창을 설치해 주고 계십니다. 남자라곤
22개월 된 막둥이 밖에 없어 안전이 가장 큰 걱정이었는데, 덕분에 선이네 가족이 안심하고 지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뜻한 하루 가족님들의 든든한 후원으로 큰 냉장고도 생겼습니다. 식구가 많아 걱정이었는데 정말 한시름
놨습니다.
후원물품으로 보내주신 옷들이 한 가득 입니다. 봉사자님들의 현란한 손길로 하나하나 정리되는
중입니다.
저 멀리 미국에서도 후원물품을 보내주셨습니다. 고사리 손으로 모은 저금통에 삐뚤 빼뚤 한 글씨의
편지지만, 어떤 마음으로 그 먼 곳에서 보냈을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세상에 따뜻한 마음을 가지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 힘이 납니다.
마당은 한 힘 하시는 남자분들이 맡으셨습니다. 이제부터 이곳에 희망이 어떤 형태로 자리 잡게 될지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한 봉사자님께서 가지고 오신 저 기계가 없었더라면, 마당에 희망을 심는 프로젝트는 중단됐을지
모릅니다.
덕분에 텃밭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일은 착착 진행되어 갑니다.
당신 집인 것처럼 쉬지도 않고 열심히 일해주고 계세요. 오늘 흘린 땀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따뜻한 하루가 끝까지 선이네를 지켜주겠습니다.
살림고수님들의 마법 같은 손놀림으로 정리 될 수 없을 것 같던 방안이 깔끔하게 정리돼 가고
있습니다. 놀라울 뿐입니다.
이른 아침부터 모여 쉬지도 않고 일한 덕에 자장면이 꿀 맛입니다. 식사하면서 화재 당시 긴박했던
사연을 선의 어머니로부터 듣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식사하면서도 이야기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후유증이 심했었다고 합니다.
점심식사 후 막내가 봉사자 분들을 위해 커피 서비스를 해드렸습니다. 중학생인데 마음도 얼굴만큼이나
예쁜 친구입니다.
아버님의 미소를 보니 왜 이곳에 와 계신지 알 것 같습니다. 아들에게 참교육을 할 수 있게 해줘서
오히려 감사해 하시는 아버님께 존경이란 단어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존경합니다.
이 곳에 선이네 가족의 희망을 그려 넣을 예정입니다. 언뜻 봐선 아직도 황폐하기만 한데 과연 이곳에
희망이 생겨날 수 있을까요?
텃밭 정리가 되어가 무렵, 벽화 팀이 벽에 희망을 그릴 준비를 합니다.
무엇을 그리나 했더니, 종이 비행기입니다. 벽화의 컨셉이 희망의 종이 비행기라고 합니다. 이
곳에 그려진 비행기들이 곳곳으로 날아가 선이네 가족뿐만 아니라 함께 화재를 당한 다른 분들께도 희망이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놀랍습니다. 이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힘을 모은다면 안 되는 일은 정말
없나 봅니다.
외출했던 막둥이가 돌아왔습니다. 벽에 그려진 희망의 종이비행기를 보고 표정이 훨씬
밝아졌습니다.
드디어 선이네 집 희망 프로젝트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선이네 가족에게 작은 도움이라도
주기 위해 달려와주신 가족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가슴 따뜻한 가족님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느낍니다.
봉사자님들의 마음마음이 모여 선이게 가족에게 진짜 보금자리를 선물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땀방울, 그 미소 모두 기억할게요.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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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직은 이 세상이 살만한 세상입니다... ^^*
ㅎㅎ 오늘은 레프트사이드님과 에코박님과 저 이렇게 세사람의 댓글 배틀 같네요...
와~ 가슴이 흐뭇합니다.
좋은뉴스 고맙습니다 이런 훈훈한 미담사례는 많이좀 알려지고 서로 도와주는 계기가 됬으면합니다 화재 대피자 상당수가 아직도 군막사에 있고 이번달이면 퇴소를 해야한다는데 걱정되네요
카페장님 댓글 열씨미 다는 저와 레프트사이드님이랑 에코박님한테 상주세요...ㅎㅎㅎ
카페짱님..쩐물쭈쩨용~~~
@언제나널(마산) 참 잘했어요~~꾹ㅎ
감사 감사 감사^^영계가신 아기엄마도 안심하실겁니다^^우리나라가 이렇게 정이 많은나라라는걸
널리 널리 퍼지겠죠^^
저도 학교다닐땐 제법 열심히 봉사활동 했었는데 아련~ 하네요~ ㅠㅠ
감사합니다.
눈물이 나네요.. 참.. 이 국가는 국가가 할 일을 백성들이 하고 있으니..
그래도 이런 분들이라도 계셔서 참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