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최영애 / 분야: 청소년 소설
본문: 180쪽 / 판형: 150*220mm
가격: 9,500원 / 발행일: 2011년 8월 16일
마음에 깊은 아픔을 가진 엄마와
애정 결핍으로 엄마에게 더욱 매달리려는 아들,
상처받은 두 사람의 위태롭고 애틋한 사랑의 방법
《불량한 엄마》는 최영애 작가의 첫 책이자, 현대 사회의 가족 문제를 섬세한 심리 묘사와 예리한 시선으로 풀어낸 청소년 소설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맹목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사회 관습에 진지하게 질문을 던지는 문제작이라 할 수 있다.
고등학교 1학년 영락이는 간호 조무사로 일하는 엄마와 단칸방에서 단둘이 살고 있다. 영락이는 엄마의 지나친 무관심으로 심각한 애정 결핍을 겪는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엄마와 자신을 버리고 집을 나갔듯이, 엄마도 갑자기 어느 날 자신을 버리고 떠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그래서 엄마의 각별한 관심을 받고 싶어 더욱 엄마에게 매달린다. 엄마는 왜 밥도 안 해 주고, 교복도 안 빨아 주고, 학교 성적에 대해서도 전혀 신경 안 쓰냐며 심하게 투정을 부린다. 하지만 엄마는 이러한 영락이에게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무관심하게 대한다. 그리고 마침내 영락이를 고시원에 가서 살라며 집에서 내쫓는다. 엄마는 정말 영락이가 생각한 것처럼 ‘불량한 엄마’일까?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감당하기 힘든 결핍감으로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는 영락이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엄마는 엄마이기 이전에 한 명의 여자이고, 여자로서의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불량한 엄마’의 진심이 드러난다. 또한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사랑의 정도와 표현 방법이 저마다 다를 수 있고, 그렇듯 다양한 애정 방식의 바탕에는 진한 사랑의 마음이 스며 있음을 알게 된다.
▶ 작품의 내용
불량한 엄마와 투정 부리는 아들의 신경전
고등학교 1학년 영락이는 자신에게 무관심한 엄마가 몹시 못마땅하다. 영락이는 부모와 자식이 한 지붕 아래 살며, 함께 밥 먹으며, 함께 잠자는 완전한 가족을 꿈꾼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엄마가 자신을 제대로 돌봐 주지 않아 영락이는 심각한 결핍감을 느낀다. 한의원에서 간호 조무사로 일하는 엄마는 영락이가 밥을 먹든 말든, 교복을 빨아 입고 다니든 말든, 학교 성적이 좋든 나쁘든 무관심할 뿐이다. 영락은 그런 엄마가 서운하고 밉지만, 그럴수록 더욱 엄마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 늘 엄마 곁에 있으려 하고, 사소한 일에도 심하게 투정을 부린다. 영락이가 이렇듯 엄마에게 매달리려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엄마와 영락이를 버려두고 집을 나갔기 때문이다. 영락이는 그 뒤로 엄마마저 자기를 버리고 사라져 버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빠져 엄마에게 더욱 애착을 갖는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영락이한테 집 대신 고시원에 가서 밥해 먹고 학교에 다니라며 영락이를 고시원으로 보낸다. 아직 부모의 보호가 필요한 열일곱 살 영락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벅차고 화가 나는 일을 엄마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한다. 영락이는 이처럼 ‘불량한 엄마’의 태도를 보며 마음의 병을 앓기 시작한다.
위태로운 고시원 생활
엄마와 아버지 모두에게서 버림받고 한 평 남짓한 고시원 방에서 살아가야 하는 영락이는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가는 것조차 힘들어한다. ‘고시원은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 누가 죽어 나가도 모르는 곳이다. 고시원 방 안에 있다 보면 꼭 죽을 것 같다. 공기의 압력마저 느낄 때가 있다. 그것들에 눌려 죽임을 당하는 것처럼 숨이 가빠질 때가 있다. 엄마는 사람이 아니다.’ (본문 58쪽) 영락이는 이런 무기력에서 탈출하고자, 근처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시간을 흘려 보낸다.
학교 담임은 영락이의 적성검사 결과가 불안한 심리 상태로 나왔다며, 영락이에게 청소년 상담 교사와 지속적인 상담을 하라고 한다. 상담 선생이 집으로 찾아오겠다는 연락을 받고 영락이는 집에 가지만, ‘낯선 (남자) 옷이 내 눈에 익지 않아’(본문 86쪽) 당황스럽고 심지어 ‘갑자기 들이닥친 엄마가 나를 경찰서에 신고할 것 같은 더러운 기분마저 든다. 그냥 집에서 나가고 싶’(본문 86쪽)은 마음뿐이다.
몇 년째 고시 공부에 매달리다 지쳐 술주정뱅이가 다 된 고시원 총무를 보며, 영락이는 누구 하나 자신을 돌봐 주지 않는 자신이 ‘앞으로 무엇으로 살아가게 될지 막막’(본문 109쪽)하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이 절망과 결핍뿐인 이곳 고시원에서 영락이에게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이다.
‘유리창을 부술 듯이 내리쬐는 볕이 방문까지 늘어진다. 나는 엄마를 찾아가지 않을 것이다. 워낙 무더운 날씨라 금세 방 안이 훅훅 달아오른다.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니 사람 한 명 지나가지 않는다. 다행이다. 만약 누군가 내 눈에 띄었다면 달려가 무작정 주먹을 휘둘렀을 것이다. 고시원의 좀비가 되고 있는 내게 아직도 이런 마음이 남았다는 것이 신기하다.’(본문 153쪽)
드러나는 출생의 비밀
그렇다면 엄마는 왜 그토록 영락이에게 무관심하고, 심지어 고시원으로 내쫓을 정도로 심하게 대했을까? 부모는 자식에게 맹목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사회 관습에 아랑곳없이 영락이를 방치한 걸까?
엄마는 영락이 아버지를 사랑해서 결혼식도 안 치르고 함께 살았다. 엄마가 영락이를 ‘처음 봤을 때가 두 돌이 지날 무렵이었’(본문 160쪽)다. 엄마가 영락이 아버지에게 매달릴수록 영락이 아버지는 부담스러워했고, 결국 아버지는 영락이와 엄마를 버리고 혼자 집을 나가 소식조차 없는 상태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엄마는 자신이 영락이 아버지에게 했듯이 영락이에게 지나친 관심을 기울이면 영락이마저 자신을 버리고 떠나 버릴까 봐 무관심하게 대했던 것이다. 비록 친자식이 아니지만, 자신에게 유일한 가족인 영락이를 그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한 엄마. 자칫 ‘불량한 엄마’로 보이기 십상이지만, 그 속내를 알고 나면 엄마가 영락이를 진실로 사랑했음을 느끼게 된다. 물론 겉보기에는 엄마의 자식 사랑 방법이 지나치게 심한 부분이 있지만, 저마다 삶의 방식이 다양하듯이 엄마가 영락이를 사랑하는 방식도 그런 다양함 중에 하나인 것은 아닐까.
엄마도 여자다
영락이는 엄마가 자신을 위해서 이것저것 보살펴 주고 사랑해 주고 관심 가져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엄마는 영락이의 엄마이기 이전에 한 명의 여자다. 혼자서 영락이를 키우느라 힘들게 일하며 살다가 놓치고 잃어버린 여자로서의 삶의 행복을 늦게나마 경험해 보고 싶은 것이다. ‘엄마가 좋아하는 맑고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를 가졌고, ‘눈도 작고 머리숱도 적다. 최소한 몇 달 안에 대머리가 될 가능성 백 프로’(본문 100쪽)인 남자에게서 엄마는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와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위로받고 치유받고 싶은 것이다.
영락이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을 고시원으로 내쫓고 남자와 사는 엄마가 분명 ‘불량한 엄마’이겠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보면 엄마는 전혀 불량한 엄마가 아니다. 엄마의 입장을 이해해 주지 못하는 영락이가 안타까울 뿐이다. 엄마는 남과 다른 생활 조건 속에서, 남과 다르게 영락이를 사랑했다. 영락이가 비록 친자식이 아니더라도 엄마는 ‘한 번도 네가 내 자식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본문 162쪽)다. ‘낳았다고 다 부모냐? 하나는 병으로 죽고, 또 역마살 끼어서 집 나가고, 그런 너를 이만큼 키웠으면 내가 엄마지, 누가 엄마야?’(본문 162쪽)
자신을 둘러싼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영락은 잠시 정신적 충격을 받고 괴로워하지만, 여자로서의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엄마의 속내를 알게 되면서 ‘엄마도 정말 엄마의 방법으로 나를 완벽하게 사랑했다’(본문 178쪽)는 걸 깨닫게 된다. 엄마에게 품었던 모든 불편함과 궁금함이 풀린 영락이는 이제 더 이상 엄마에게 징징대며 투정이나 부리는 어린애가 아닌,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듬직한 청소년의 모습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자식이 성장해서 잘 살기를 바란다. 자신의 삶은 뒷전으로 미뤄 놓고 자식의 성공을 위해 헌신적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자식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종종 폭력에 가까운 강요를 하며 괴롭힌다.
이 책에 나오는 영락이의 엄마는 이런 부모들과는 정반대의 행동을 한다. 물론 엄마가 영락이에게 무관심하게 대한 것은 남다른 가족사와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 두 사람 사이에서 드러나는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한 인간으로서 부모의 삶 또한 자식들의 삶만큼 소중하며,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듯이, 애정을 바탕으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이야말로 부모와 자식의 관계를 아름답게 만들어 주지 않을까?
▶ 작가 소개
최영애
1961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에서 문예 창작을 공부했다. 졸업 후 오랫동안 글 쓰는 일을 잊은 채 지내다 문학 모임 ‘연필소리’ 문우들과 교류하게 되면서 다시금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첫 발표작 《불량한 엄마》는 섬세한 내면 심리가 돋보이는 청소년 소설이다. 혼자 힘으로 세상을 살아가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 열일곱 살 영락이가 엄마의 지나친 무관심으로 심한 마음의 결핍을 겪는다.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되고, 엄마의 행동이 또 다른 사랑 방식임을 깨닫게 되면서 독립적인 삶을 준비해 나간다. 작가는 이처럼 현대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소외와 결핍’의 문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래서 세상이 건네는 말들을 놓치지 않고, 삶 속에서 일어나는 소외와 결핍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작품에 담아낼 생각이다.
▶ 추천의 글
이 책에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엄마와는 조금 다른 엄마가 나온다. 자식에게 무조건 희생하는 엄마가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찾는 엄마가 나온다. 그래서 엄마의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또 이 세상에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는 것을 알았다. 각자 그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다.
- 김현주(서울 목동고 1학년)
어른도, 아니 누구나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불량한 엄마도, 영락이도 자신만의 상처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들의 생채기를 들여다보는 것은 가슴 아팠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들의 상처에 딱정이가 생기고 어느새 아물 거라는 안도감 속에서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영락이처럼 자신의 상처를 확인하고 힘들어하는 이 땅의 청소년들에게 이 책은 커다란 위안이 되리라 기대한다.
- 전영덕(경기 와부고 국어 교사)
이 소설의 주인공 영락은 부모와 자식이 한 지붕 아래 살며, 함께 밥 먹으며, 함께 잠자는 완전한 가족을 꿈꾼다. 그러나 그의 바람과는 달리, 엄마가 자신을 제대로 돌봐 주지 않아 영락은 심각한 결핍감을 느낀다. 그러나 정작 엄마에게 영락은 덤이다. 혈연으로 맺어진, ‘제대로 된 엄마’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부모가 자식에게 베푸는 사랑의 정도와 표현 방법이 다를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명왕성이 태양을 도는 행성이든, 그게 아닌 위성에 불과하든, 명왕성의 본질은 그대로 존재한다며! 완전한 가족 또한 이와 마찬가지이리라.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완전한 가족이 될 수 있다. 혈연으로 맺은 관계는 오히려 거짓일 수도 있다. 명왕성이 어떻게 취급되든 존재 그 자체의 본질은 변함없듯이…….
- 박상률(시인, 청소년 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