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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남긴 마지막 전통 노래
초겨울의 바람이 창문을 두드렸다.
서울 남쪽의 오래된 국악원(國樂院) 안,
윤서는 홀로 거문고를 조율하고 있었다.
오늘은 스승 송명화 선생의 장례식 다음 날이었다.
그녀는 한평생 **판소리와 민요를 지켜온 마지막 명창(名唱)**이었다.
세상은 이미 팝과 전자음악으로 가득했지만,
선생은 마지막까지 전통의 소리를 놓지 않았다.
“윤서야,
우리 소리(소리)는 사람의 숨이야.
숨이 끊기면 노래도 끝나는 거야.”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국악원 연습실엔
그녀의 향 냄새가 아직 남아 있었다.
낡은 비단 한복, 고운 부채,
그리고 벽에 걸린 악보.
그 악보엔 붓글씨로
이상한 제목이 쓰여 있었다.
〈그녀의 마지막 노래〉
윤서는 떨리는 손으로 그 악보를 펼쳤다.
그러나 음표는 절반만 쓰여 있었고,
끝에는 검붉은 잉크로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이 노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완성은… 네 몫이다.”
그날 밤,
윤서는 선생의 유품이 놓인 방으로 들어갔다.
작은 거문고와 장구, 그리고
선생이 늘 쓰던 부채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거문고 줄을 뜯었다.
탕—
낡은 현이 울렸다.
그 울림 속에
어디선가 사람의 숨소리가 섞였다.
“윤서야…”
윤서는 몸을 돌렸다.
그곳엔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거문고의 그림자 위로
희미한 실루엣이 흔들리고 있었다.
“선생님…?”
그림자는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손짓했다.
“마저 불러라…
내가 끝내지 못한 그 노래를.”
윤서는 숨을 들이쉬었다.
그녀는 선생에게 배운 그대로
조심스레 소리를 냈다.
“아리랑… 아리랑…”
그러나 그 순간,
온 방의 공기가 흔들리며
등불이 흔들렸다.
어딘가서 또 다른 목소리가 겹쳐졌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그건 분명 선생의 목소리였다.
윤서는 눈을 크게 떴다.
두 목소리가 하나로 섞여
밤을 울렸다.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노래가 끝나자,
바람이 잦아들고
등불이 고요히 멈췄다.
그녀는 숨을 고르며 속삭였다.
“선생님… 이제 완성됐어요.”
그 순간,
선생의 부채가 천천히 바닥에 떨어졌다.
그 위엔
붉은 글씨로 새겨진 듯한 문장이 남았다.
“이제 나의 숨은 네 안에 있다.”
다음 날 아침,
국악원 직원이 연습실 문을 열었다.
윤서는 의자에 앉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마치 미소 짓는 듯 평온했다.
그녀 앞엔
거문고가 놓여 있었고,
그 줄은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책상 위엔 악보 한 장.
〈그녀가 남긴 마지막 전통 노래〉
작사·작곡: 송명화 & 윤서
며칠 뒤,
국악원 연습실에선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밤마다 거문고 소리가 들려요.
누군가 같이 노래를 부르더라니까요.
둘이서…”
그날 이후,
그 방의 문은 항상 닫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밤마다 누군가의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아리랑…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두 목소리.
스승과 제자.
전통의 숨결은
그렇게 사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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