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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아람 도예캠프에 참가한 최호준 회장 ⓒ장아람 |
1995년에 최호준 경기대 교수는 '장애아동을 사랑하는 사람들', 줄여서 '장아람'을 세웠다. 이 단체는 후원회원 1500명이 월 1200만원을 모아 120명의 장애아동을 지원한다. 최 교수는 사무실, 간사 1인 인건비를 후원하고 매달 일정액을 따로 기부한다.
이곳의 설립 계기가 독특하다. 제자가 말한 것을 스승이 실천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1987년 그가 경기대 학생처장을 지내던 시절, 사회복지학 전공의 정진필이란 학생이 찾아왔다. 정씨는 "자신이 손말사랑회를 조직했으니후원해달라"고 부탁했다.
대학다닐 때에 정씨는 일체 아르바이트는 하지 않고 차라리 열심히 공부하여 장학금 타자는 철학관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 결과 대학 4년 내내 받은 장학금의 절반 이상은 수도권 대학내에 장애우를 위한 봉사리 동아리 개척하는 일에 모두 기부하였다고 한다.
그해 추석, 최 교수는 정씨가 돕던 오산의 에바다농아원에 찾아갔다. 그 만남이 그의 맘을 흔들었다.
"떡, 사과 같은 명절음식을 싣고 농아원에 갔더니 작은 애들이 제게 와서는 자꾸 자기 몸을 문지르는 겁니다. 사람에 굶주렸던 것이죠. 아이들이 탬버린 들고 노래도 불러주는데,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그렇게 아이들이 많은 줄 모르고 음식을 충분히 싸가지 못했거든요. 슬며시 슈퍼마켓에 가서 더 사서 갔다줬죠."
◇장애인편의,시민안전 고려한 문화공간 운영= 장애인과 인연은 계속 이어졌다. 정씨가 "마산 고아원에 버려인 언청이 아이를 장애인 처녀가 맡아 키우고 있는데, 언청이 교정 수술을 해주면 비장애인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며 입원비를 부탁한 것이다. 수술은 한양대병원 엄기일 박사가 맡아준다고 했다. 그는 입원비는 물론, 2차 수술비까지 댔다.
"아이가 2차 수술을 받던 날, 엘리베이터 앞에서 정진필학생한테 말했어요. 하나님이 이 길로 나를 인도하는 것 같다고. 한 사람에 그치지 말고 넓혀보자고."
정씨는 사회복지학으로 유학을 떠났지만 최 교수는 장아람을 운영하며 장애인아동과 그 가족을 돕고 있다.
그의 진정성은 아트레온의 공간 배치에서 선연히 드러난다. 그는 선친께 물려받은 '신영극장' 자리에 2000년 개장하면서 9개 상연관에 모두 장애우 전용석과 전용화장실을 설치했다. 1관 전 좌석엔 청각장애우용 영화관람 보조기를 사용할 수 있는 장치를 달았다. 장애인 무료관람도 잊지 않고 실시한다.
최 교수의 배려는 장애인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더 많은 관객을 들이려고 계단을 좁힌 다른 복합상영관과는 달리, 아트레온의 계단과 복도는 어지간한 사무실만큼 넓다. 모든 상영관엔 창문을 2개씩 텄다. 화재 등 긴급상황에 대비한 배려다.
지하1층과 지상1층을 터서 만든 300평의 '아트레온광장'은 연중 70%를 시민행사에 무료로 대여해준다. 평소엔 시민 휴식공간으로 쓰인다. 월세로 5000만원 혹은 보증금 60억~70억원은 족히 받을 만한 공간이다. 쉽게 포기하기 어려운 규모의 수익이다.
여기에는 '광장'에 대한 최 교수의 철학이 담겨 있다. 광장은 라틴어로 포럼(Forum)이다. 포럼은 포리스(Foris), 즉 '밖으로', '밖에서'라는 부사적 의미가 있다. 그는 자신의 저서 '시민도시(파라북스 펴냄)'에 "포럼이란 사람들이 집(닫아놓은 사적 영역)에서 '밖으로' 나와 '밖에서' 남과 만나고 모임을 갖는 장소"라며 이렇게 썼다.
"서양의 도시는 강인한 시민정신이 살아 숨쉬고 있는 광장의 모습으로 우리 앞에 다가온다. 광장은 서구민주주의 상징이다. 광장이야말로 시민의 대화와 민주주의를 보증하는 훌륭한 생활공간이라 할 수 있다."
◇"넘친 후 나누느니 그릇을 줄이리라"="그래도 신촌의 비싼 건물 1층에 광장을 들인 건 저 자신이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에요."
최 교수는 웃으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말했다. 또, "순리대로 살면서 착하게 마음을 가지면 내가 못 받아도 내 후손이 (그 덕을) 받을 것이라는 신념이 있다"고 덧붙였다.
"어떤 사람은 그릇이 가득 차면 넘쳐서 다른 이에게 갈 것이라고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그릇을 키워 내 것을 더 담으려고 합니다. 가진 것이 넘치지 않을 때 '내 그릇을 어떤 크기로 하느냐'는 선택입니다."
그는 "그런 점에서 자기 그릇을 줄여 다른 이와 가진 것을 나눈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은 본 받을 만한 사람"이라며 "나는 아직 그렇게 과감하지는 못하다"고 말했다.
↑장애아동 후원단체 '장아람'을 운영하는 최호준 아트레온 회장이 장아람의 아동과 함께 주말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장아람 |
"지금 제가 가진 건 제가 이뤘다기 보다는 하나님과 가족의 혜택으로 받은 것입니다.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문제의식을 실천하고, 받은 자산을 나누는 데 힘을 기울이고 싶습니다. 내가 지금 하는 일은 보잘 것 없지만 내 자식은 남을 위해 더 배려하는 사람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그는 부인 이경희(58)씨와 사이에 영어목회자인 아들 영원(32)씨와 디자이너인 딸 미형(29)씨를 두었다.
◇약력
△1946년 경기 개성 출생
△1970년 연세대 행정학 학사
△1972년 연세대 행정학 석사
△1973년 연세대 도시문제연구소 연구원,연구간사
△1976년 일본 도쿄대학대학원 법학부 수학
△1979년 상지대 전임강사, 일본 도쿄대 사회과학연구소 객원연구원
△1983년 연세대 행정학 박사
△1980~1987년 경기대 전임강사, 부교수, 학생처장.
△1980년~현재 충남 동성중 이사장.
△1987년~현재 경기대 사회과학대 행정학 교수.
△1988년 경기대 행정대학원 원장
△1989년 미국 UCLA 교환교수
△1993년 문교부 표창장(교육발전기여)
△1995년~현재 장애아동을 사랑하는 사람들(장아람) 회장
△2000년~현재 '아트레온' 회장
△2005년5월 ~2007년7월 경기대 부총장
△저서-'시민의
↑서울 신촌의 '아트레온광장'. 정면과 측면벽 위쪽에 우석 최규명 선생의 작품을 현대화한 디지털 작품을 설치했다. ⓒ아트레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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