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7일 월요일
주님, 넘어져도 애기 싹들처럼 다시 일어나게 하소서.
성금요일 목포에서 십자가의 길 예배에 판소리를 하고
올라오는 길,
뭔가 몸에서 진이 다 빠진 느낌이다.
진땀이 난다.
소리를 안 하다가 소리를 하면 소리 몸살을 한다.
소리 몸살인가?
다음날 일어나 밭으로 가서 일을 했다.
억지로 한다.
좀 쉬었으면 좋으련만
그새를 못 참고,
주일엔 몸살감기로 종일 누워 있었다.
오늘은 구량천 생산자모임이 우리 집에서 있는 날이다.
오전 내내 누워 있다가
겨우 일어나 장에 다녀오는 길,
동네 마당에서 어르신 두 분을 만났다.
혹시 밭에 풀 좀 매려는데 일을 해 주실 수 있냐고 말씀드리니
"그래유." 하신다.
사실은 오늘 읍내서 김밥을 먹으며 모임하기로 했는데 전주 한살림
대표와 사무국장이 온다고 회장이 밥을 하면 좋겠다고 전화를 했다.
집에 발을 들여놓은 사람에겐 누구나 정성껏 대접을 했던
할머니를 닮았나?
지난 금요일 목포에서 오늘 모임에서 먹으려고 홍어회를 붙였었다.
저녁상에는 목포 홍어에 진안 흑돼지의 만남
김치로 보쌈을 싸서
어디로 데리고 깔까나?
회장은 회의할 생각을 아예 잊었나?
젓가락을 손에서 놓지를 못한다.
누군가, "회의는?" 하는 바람에
생활 나눔이 시작 되었다.
황아우님은 밭 장만하고 감자 심고, 하우스 짓고, 콩새(제수씨)는 가을이 보는
재미에 폭 빠져 일 뒤로 미루고 가을이는 이 두개로 옹알거리며 빳데리 자세로
언젠가는 걸어보리라는 노력을 온몸으로 하는 중이라고 자랑이다.
장수에서 닭을 키우는 아우님은 못자리하고, 감자 심고, 800수의 닭을 키우는
일만으로도 엄청 벅찬데 병아리 수급이 안 된다고 하소연 하는 사이,
아들은 컴퓨터 앞에서 게임 삼매경에 빠져있다.
"손으로 끄는 피복기 덕에 700평 수박밭을 잘 장만 했습니다."
이렇게 인사로 마친 회장,
아내가 곁에서 한마디 거든다.
"여성생산자 핵심모임에서 건강강좌를 잘 듣고 잘 놀고 왔습니다.
농사는 남편이 하라면 따라서 하고 있습니다."
장수 기물찻집 주인마님,
봄 차를 만들고 부산 한살림 활동가들이 차를 체험하기 위해
방문예정이라고 맘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고
신랑은 구안와사가 아직 회복이 안 되었는데 염려를 놓으라며
한의사는 태평이라고 한다.
권형님은 형수가 차 운전을 시작하고 빽밀러를 해먹고도
진안에 열심히 차를 몰고 허리 치료를 하기 위해 다닌다고.
전주 한살림 대표는
"여러분 덕분에 잘삽니다.
감자심고 생강도 심고 농부의 삶도 잘 살고 있습니다."
사무국장도
"저도 잘 삽니다. 아시지요?"
미소로 인사를 마쳤다.
다음 그 다음 그 담담한 얘기들이 이어지자
밤 벗꽃이 마당에서 보고 있다.
언제들 일어나 제 길을 종종 걸음으로 갈지?
4월 18일 화요일
주님, 어려운 때에 골똘한 생각을 주소서.
어려운 때에 골똘한 생각을 할 사이도 없이
아픔을 삭이며 자고 또 잤다.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고 자도 되나 하며 자꾸 잔다.
오늘의 말씀이 이렇게 하루의 삶을 예언하듯
내 삶을 짚고 간다.
좋은 때에는 기뻐하고 어려운 때에는 생각하여라.
하나님은 좋은 때도 있게 하시고,
나쁜 때도 있게 하신다.
그러기에 사람은 제 앞일을 알지 못한다.(전도서 7;14)
4월 19일 수요일
주님, 위에 것을 추구하며 살게 하소서.
월요일 동네 마당에서 어르신들에게 일을 해 달라고 부탁한
부탁 때문에 겨우 몸을 일으켜 어르신들과 7시부터 일을 한다.
어려운게 있으면 물어보면 된다.
"어르신 새참은요?"
"김밥에 딸기 우유면 되지."
"점심은 어떻게 준비를 할까요?"
"나는 다 잘 먹는데 저 사람이 소 돼지고기를 못 먹어. 오리고기는 잘 먹지."
"오후 새참은요?"
"빵은 안 먹고 떡은 먹지."
"마실 건 딸기우유죠?"
"그렇지 딸기 우유."
새참 시간에 맞춰 장을 봐 왔다.
"김밥이 맛있네. 읍내 쌍다리 못 미처 있는 집에서 사왔나?"
"예,"
"어쩐지 김밥이 맛있어. 그 윗집은 맛이 없고."
"윗집은 문이 닫혔어요."
작은 동네라 다 아신다.
시골 소문에는 벽이 없다.
오전일이 일사천리다.
점심을 차렸다.
"우메, 이게 웬일유. 잘 차렸네유."
"오리고기에 쌈에 콩나물국에 김치가 몇 가지야 밥도 맛있게 잘했네유.
아자씨가 잘했네유. 남자가 잘하네유."
후식으로 사과를 깎는다.
"사과두 줘유"
한 어르신은 82세다.
"난 숟깔로 파먹을 께 반쪽을 기냥줘유."
오후의 일은 집 곁에 있는 밭의 풀을 맨다.
오후 네시가 되서 마쳤다.
"옥수수를 심을 까요? 밭을 계속 맬까요?"
"주인 맘대로 하세유. 근데, 낼 비가 온다니까 옥수수를 심는 게 좋겠지유."
옥수수를 심었다.
어르신들의 손끝에서 정성으로 옥수수가 심겨진다.
옥수수*
아무리
지켜봐도
자라는 게
보이지
않는데
여름이 오기 전 내 키를 넘고 있었다.
아주 조금씩조금씩조금씩
시집 장가가는 것도 못 봤는데 한 자리서
애기를 둘씩이나 둘러 업었다.
*이병승의 '달'을 따라서
옥수수 작년에도 그랬고
올해도 그럴 것이다.
어르신들이 지나 간 자리가 깨끗하다.
어르신들을 따라서 소부도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