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소장파의 쓴소리 “한동훈에 말렸다? 말린 것 자체가 무능”
photo 이경호 영상미디어 기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진보 진영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인물이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책 관련 일들을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마지막 정책보좌관, 문재인 정부의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전문위원,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으로 일했다. 민주당 내부의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는 요즘 뼈 아프게 민주당의 실책을 지적하고 있다. 그가 지난해 출간한 ‘좋은 불평등’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이 실패한 원인을 신랄하게 분석한 책이다. 주간조선은 지난 6월 14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나 민주당과 진보 진영을 향한 애정 어린 쓴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 민주당에 쓴소리를 하는 이유가 뭔가. "유능한 민주당 만들기에 관심이 많다. 정당의 목표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고 하나는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인데, 후자를 위해서 전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 정치권에는 선거만 있다. 선거는 상대평가고 국정운영은 절대평가라고 생각한다. 선거에서 실력이 50점인 A정당이 B정당을 이기려면 B정당을 50점 미만으로 깎아내리면 된다. 온갖 나쁜 걸 상대당에 뒤집어씌우면 반사이익에 의한 집권은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좋은 국정운영을 할 수 없다. 좋은 국정운영에는 최소한의 커트라인 점수가 있고 이를 통과해야 한다. 좋은 국정 운영을 하는,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치세력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쓴소리를 하고 있다."
- 민주당이 잘하고 있는 건 없나. "요즘은 뭘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 최근 국회에서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부결됐다. 이재명 체포동의안 표결 때보다 더 많은 반대표가 나왔다. 이유가 뭐였다고 보나. "한동훈에게 '말렸다'는 표현이 많더라. 그런데 말렸다는 사실 자체가 무능한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의도를 했든 안 했든 말리지 않아야 한다. 결국 한 장관이 원인이라기보다 전략의 부재가 더 큰 원인이다. 당이 현재 어떤 전략도 기조도 컨트롤타워도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다. 부유하는 정당이다 보니 농간에 넘어가는 거다."
- 이번 체포동의안 부결로 민심과 더욱 멀어졌는데, 내년 총선 전까지 민주당이 반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총선 승패의 핵심은 자신의 약점을 털어내고 상대의 약점을 공략하는 거다. 민주당의 최대 약점은 이재명의 리더십과 포퓰리즘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에 '잘한다'고 말하는 국민이 많지는 않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 선거는 상대평가이다. 지난 대선에서도 실언의 왕이었던 윤석열 후보보다 이재명 후보가 더욱 못 미더웠던 거다. 지금도 연장전이라고 봐야 한다. 단지 정책 어젠다로 되는 게 아니라 리더십의 문제와 연동돼 있다."
- 리더십과 포퓰리즘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나. "리더십의 문제는 리더십으로 풀어야 한다. 그게 민주당에 이롭고 이재명 대표에게도 이롭다. 이재명 대표에게 사법리스크만큼이나 중요한 건 총선리스크다. 이재명 대표의 목표가 대통령이라면 총선을 돌파하는 것도 하나의 과정일 텐데, 2016년 문재인-김종인 모델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문재인 당시 민주당 대표는 당내 이런저런 논란이 있을 때 대표직을 사퇴함으로써 2선 후퇴하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영입했다. 그리고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총선에 대해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했었다. 문재인은 이 같은 결정으로 어려운 총선을 간신히 제1당으로 이겼다. 탄핵 덕도 물론 있었지만, 어떻게 보면 그 위기를 넘겼기 때문에 대통령 선거에서도 당선될 수 있었던 거다."
- 그렇다면 민주당이 공략할 국민의힘의 약점은 뭔가. "경제와 청년이다. 경제상황이 어렵고,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이 일시적으로 얻었던 2030세대의 표심이 현재는 이탈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년 가까이 민주당이 정치적 상승기를 탈 때 투표율 상승의 핵심 요인은 2030세대였다. 이 2030세대가 지금은 중도층이자 최대 스윙보터가 됐다. 그런 의미에서 민주당은 이 2030세대의 지지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승부처가 될 것이다. 당력의 70% 정도를 여기에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제 분야 중도층 집단의 지지 회복도 마찬가지로 필요하다."
- 이재명 대표의 굴욕 대담도 논란이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의 만찬 회동에서 과격 발언을 듣고도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정무적 미스였다. 중국 대사가 15분 동안 일장연설을 하고 이재명이 일방적으로 듣는 모양새였다. 사전 조율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의전도 전체 흐름도 정무적 미스였는데 왜 이런 실수가 발생했을까 생각해보면 민주당의 외교안보에 대한 입장정리가 미진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 정책은 내년 선거를 위해서라도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당 차원에서 이런 판단 미스가 왜 일어났는지 내부적으로 복기하고 고민하지 않으면 유사한 실수가 재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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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국 진보의 기업 이해는 매우 일천하다. OECD 선진국의 진보 정당들 중에서 한국 민주당의 기업에 대한 태도가 가장 비판적이지 않을까 싶다. 기업, 특히 대기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세계관이 투영되었던 국정 기조가 소득주도성장이라고 본다. 대기업이 갑질을 하거나 불공정 행위를 하는 건 엄한 제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기업의 역할과 기업의 부당한 행위는 구분해서 봐야 한다. 재벌 문제는 점진적으로 개혁해야 하지만, 글로벌 대기업과 산업은 적극 육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