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하구
봄을 재촉하는 빗방울이 땅을 파고드는 소리 들으며, 낙동강하구 습지 주민감시원 지난 시간들을 담담하게 돌이켜 본다. 참으로, 인생이란 기쁠 때 보다 우울할 때가 더 많아 후회투성이의 삶을 살아오고 있지만, 그래도 만족할 줄 아는 미학을 배워가며 살아온 삶이, 60키로를 달리는 나이를 훌쩍 넘어서서도 되풀이 되는 삶에 우울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낙동강하구를 전해 들어었다.
을숙도 남쪽을 가로지르는 을숙도대교가 바로 보이고, 그 뒤로 승학산이 둔중하다. 을숙도대교와 대마등 사이의 습지 철새도래지 초소에서는, 다대포 몰운대 뒤에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한다. 아침노을을 만들어 내면서 불타오르는 해는 두 개의 태양을 만들어내는 보기 힘든 장면을 연출해 낸다. 공중에 떠 있는 해는 빨갛게 달려오지만, 바닷물 속에 떠 있는 태양은 주홍색의 빛깔로 물결을 헤쳐온다. 해 질녁! 가덕도 뒤로 숨어버리는 마지막 햇살은 일렁이는 잔물결을 보듬고 빤짝거리며 은빛세상을 만들고, 그 햇살은 또 바닷물에 부딪혀 하단, 신평, 장림의 즐비한 아파트 창문들을 빤짝거리게 하고, 빠르게 지는 해는 저녁노을을 만들어 내면서 바다와 도심을 벌겋게 물들이고, 그 풍광을 바라보는 얼굴도 빨갛게 물들게 하는 낙동강하구는 자연 그대로다.
명지 전등마을 앞 바닷가에 물이 빠지고 갯벌이 드러나면, 1960년대 전등마을 사람들은 갯벌 길 따라 소달구지 끌고 대마등으로 오고 가며, 농사지은 수확물을 달구지에 실어 마을로 가져오고 했다 한다. 그 소달구지 갯벌 길에 커다란 원형의 통발이 그물 5개가 크기 순으로 일직선으로 설치되어 있다. 근처에는 많은 개체 수의 겨울철새 들이 왕성한 먹이활동을 하고 있는데, 제일 큰 그물은 고니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크고, 한 번 들어가면 도무지 빠져 나올 수 없는 구조의 그물이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해경에 철거를 요청하였으나 개인 사유물이라 임의적으로 철거할 수 없다는 회신만 돌아왔다. 별수 없이 그물 살펴보는 데 집중할 수 밖에 없던, 재작년 1월 하순! 그물쪽으로 눈길을 돌리다가 그물 안에서 푸드득거리는 형체가 희미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푹푹 빠지는 갯벌을 가로질러 다가가니 겨울철새인 혹부리오리 두 마리가 빠져 나가려고 몸부림 치고 있다. 어렵사리 탈출구를 만들어 내니 힘찬 날개 짓으로 날아간다. 혹부리오리는 색깔의 조화가 아름답다. 새하얀 색의 몸통에 머리와 등허리 꽁무니까지 까만색 띠가 형성되고, 양 어깨 쪽으론 빨간색으로 띠를 두르고 부리도 빨갛다. 고맙다고 인사라도 하는 듯, 머리를 돌려 바라보면서 힘차게 비상 하는 모습이, 맑고 파란 하늘과 너무도 잘 어울려 가슴이 활짝 열린다.
작년 6월 초순 일요일! 가덕도와 진우도 신호갯벌이 시원스레 펼쳐지는 바닷가 산책로 방파제 밑에는, 수산자원 연구소에서 설치한 바닷물 유입 파이프를 보호하는 철망 펜스가 있다. 조류에 떠 밀려온 각종 부산물이 있는 이곳에, 엎드려 있는 어떤 형체가 사람 같이보여, 산책객 두 분과 같이 살펴보니 머리 뒷모습과 양쪽 귀가 선명하게 보인다. 파도에 떠 밀려온 시체로 확인되어 112, 119, 해경등에서 출동하여 119대원에 의해 수습되고 경찰 해경에서 뒤처리가 되었는데, 오후에 남해해경 담당자분이 연락을 주면서 가족들에게도 연락이 되고 잘 마무리 되었다고 하면서, 병원에서 투병 중 이었는데 그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하며, 선생님 보다 나이가 더 적은 분 이라고 전해주는 그 소리가 자꾸만 무겁게 들려왔다.
작년 11월 하순! 산책객 두 분이 명지배수장 앞 바다에 어민들이 설치해 놓은 부표에 고니가 밧줄에 걸려 떠 내려 가고 있다고 하면서 안따까운 마음에 초소로 달려 왔다고 한다. 두 분과 함께 배수장 앞에 도착해 망원경으로 살펴보니, 떠 다니는 어민들 김 양식 파란 통에 하얀 플라스틱의 부표가 엉겨붙어 떠 있는 모습이, 육안으로는 하얀 부표가 꼭 고니와 같은 모습이어서 해경이 출동하고 하는 웃지만 못 할 상황도 발생하곤 한다.
낙동강하구는 크고 작은 삼각주가 발달 해 오고, 삼각주와 해안 일대의 갯벌과 갈대숲은 철새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왔다. 이렇게 낙동강하구 일원은 문화재구역(천연기념물 119호) 습지보호지역, 자연환경보호지역, 연안오염특별 관리해역으로 중복 지정되어 법적인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나 낙동강하굿둑 이후 대규모의 개발이 진행 되면서 갯벌소실의 원인이 되고, 낙동강 하구를 찾는 철새들의 수가 감소하고 있다. 지금이라도 낙동강하구 일원에서 개발을 중지하고 지금의 자연환경이라도 잘 보전하고 가꾸어 나간다면,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생명의 땅! 사람과 생물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 것이다. 지금도 낙동강하구는 다대포와 가덕도 앞 바다에서 새로운 모래톱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 살아있는 땅! 낙동강하구를 보듬고 지켜야만 한다. -끝-
첫댓글 국제신문 "낙동강 수필 공모전"에 공모 했으나 탈락 했습니다.
그랬구나.
국제신문이 친구가 얼마나 뛰어난 문재를 타고난 사람인지 몰랐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런 공모전이라는 것이 있어 사람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하고 보다 나은 경지를 이뤄내려 노력하게 할 것이다.
수필을 읽으면서 친구의 너무도 따스한 마음이 읽혀져 훈훈하였다.
내가 알고 있는 친구의 그 다사롭고 순연한 마음이 조금의 과장도 없이 드러나는 참 좋은 작품임에 틀림없다.
그 큰 통발에 걸린 철새들의 안위를 노심초사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젊은 사람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놀랐겠느냐?
삶이란 것이 무엇이겠는가?
'살아보면 살아진다'는 말이 요즘 가슴으로 다가오더라.
좋은 수필 올려주어 고맙다.
늘 건강하고.
공모전에 수상하면 한잔 얻어 걸치려고 기다렸는데... 안타깝네 ㅎㅎ
차기 공모전에 대비해서 분발주 라도 나누어야 겠네.
미리 술 한잔 얻어먹은 님들은 어쩌나
되갚아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