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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진도초등학교 총동문회 원문보기 글쓴이: 56이세진
용의 해 시무식 – 용문산(가섭봉,장군봉,백운봉,두리봉)
1. 용문산 가섭봉 정상 주변, 멀리 왼쪽에 추읍산이 살짝 보인다
흰 눈같이 맑아진 내 意識은
理性의 햇발을 받아 번쩍이고
내 深呼吸한 가슴엔 사랑이
뜨거운 새 피로 용솟음친다
꿈은 나이 忠直과 一致하여
나의 줄기찬 勞動은 고독을 쫒고
하늘을 우러러 소박한 믿음 가져
祈禱는 나의 日課의 처음과 끝이다
―― 구상(具常, 1919~2004), 「새해」에서
▶ 산행일시 : 2024년 1월 7일(일) 맑음
▶ 산행코스 : 용문사,용문산 남동릉 532m봉,가섭봉,장군봉,함왕봉,백운봉,두리봉,용문산자연휴양림 입구
▶ 산행거리 : 도상 11.9km
▶ 산행시간 : 7시간 6분(07 : 48 ~ 14 : 54)
▶ 갈 때 :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 타고 용문으로 가서, 택시 타고 용문사 버스종점으로 감
▶ 올 때 : 용문산자연휴양림 입구에서 택시 불러 타고 양평역으로 와서, 전철 타고 상봉역으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50 – 청량리역
07 : 30 – 용문역
07 : 48 – 용문사 버스종점, 산행시작
08 : 13 – 용문사
08 : 36 – 용문산 남동릉 532m봉
08 : 44 – 절고개, ╋자 갈림길 안부, 상원사 1,050m, 용문산 정상 2,030m
09 : 28 - ┣자 마당바위 갈림길
10 : 07 - ┣자 한강기맥(천사봉) 갈림길
10 : 20 – 가섭봉(迦葉峰, 1,157.2m)
11 : 05 – 배너미고개 갈림길, 용문산 정상 1.0km, 장군봉 0.5km
11 : 22 – 장군봉(將軍峰, 1,065m)
11 : 40 – 함왕봉(咸王峰, 967m)
11 : 52 – 890m봉
12 : 25 – 868m봉
12 : 37 – 구름재
13 : 05 – 백운봉(白雲峰, 941m), 점심( ~ 13 : 35)
14 : 00 – 682m봉, 헬기장
14 : 40 – 두리봉(543m)
14 : 54 – 용문산자연휴양림 입구, 산행종료
15 : 39 – 양평역
16 : 39 – 상봉역
2. 산행 그래프
▶ 용문산 가섭봉(迦葉峰, 1,157.2m)
갑진년 ‘용의 해’를 맞이하여 첫 산행을 용문산으로 간다. 정확히 말하면 용의 해인 갑진년의 시작은 입춘일인
2024년 2월 4일이고, 더 정확히는 오전 11시 42분부터라고 한다. 이날 이후에 태어나는 사람이 용띠가 된다.
그렇지만 너도나도 새해벽두부터 ‘용의 해’라고 하니 대세에 따를 수밖에 없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하여 용문을 경유하는 중앙선 부전 행은 06시 50분이 첫 열차다. 오늘 일출시각이 07시 48분께이
니 아직 어둡다. 열차는 빈 좌석이 많다. 용문까지 38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졸기에는 어중간한 시간이다. 차창 밖
샛별과 그믐달과 함께 간다. 고래로 숱한 시인묵객들이 저 둘을 사랑했다. 나도향은 그믐달을 몹시 사랑했다. 그의
수필의 첫 대목이다.
“그믐달은 요염해하여 감히 손을 댈 수 없고 깜찍하게 예쁜 계집 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리도록 가련한
달이다.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버리는 초생달은 세상을 후려삼키려는 독부(毒婦)가 아니면 철모르는 처녀 같
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세상의 갖은 풍상을 다 겪고, 나중에는 그 무슨 원한을 품고서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怨
婦)와 같이 애절하고 애절한 맛이 있다.”
열차 내 안내방송에서 부전까지 가는 도중에 거치는 역들을 나열한다. 양평 용문 지평 양동 서원주 원주 봉양 제천
단양 풍기 영주 등등. 그 역에 내려 갈 수 있는 산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원주 치악산, 제천 천둥산, 봉양 구학산,
단양 소백산 …. 그 산들도 이 겨울에 다시 가고 싶다.
용문역에서 용문사 가는 군내버스는 07시 55분이 첫차다. 그 버스를 타려면 25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 역사 내 고객
대기실에서 기다림직도 하지만 너무 긴 시간이다. 빨리 오려고 전철 아닌 열차를 타고 오지 않았던가.
시간은 곧 돈이다. 택시 탄다. 그 시간을 12,800원 주고 사는 셈이다. 어제 저녁에 서울은 함박눈이 서설(瑞雪)로
펄펄 내리기에 용문은 더 많이 내렸겠지 하고 내심 기대했는데 눈 내린 흔적이 희미하다. 택시기사님 말씀, 용문산
산정에는 많은 눈이 내렸겠지요.
용문사 버스종점 대합실에 들어 신속하게 산행채비를 마치고, 관광단지 너른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용문산의 전모
를 보기 위해서다. 이제 막 해가 떴다. 용문산 정수리에 첫 햇살이 비춘다. 눈부신 만년설산이다.
어서 가서 보자 하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용문사 일주문을 들어서자마자 노송인 영객송이 반긴다. 절 진입로 숲길이
아름다운 다른 절도 많지만-통도사, 월정사, 갑사 등-나는 이 용문사 진입로 숲길을 특히 좋아한다. 노송이 길을
오가는 사람들을 향해 허리를 약간 구부려 맞는 모습이다. 해탈교 건너 오른쪽 도로로 돌아 오르며 은행나무 한 번
우러르고 절집 앞을 지나 계곡을 건넌다. 데크계단 오르고 바로 왼쪽 사면을 간다.
등로는 빙판이거나 설벽이다. 일찌감치 아이젠을 찬다. 발밑에서 또각또각 얼음 또는 다져진 눈이 깨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설사면을 길게 돌아 지능선에 오르고 가파른 소나무 숲길이 이어진다. 여기는 어제 저녁에 꽤 많
은 눈이 내렸다. 그 눈 온 뒤로 오늘 아침에 한 사람이 나보다 먼저 갔다. 미리 말하자면 그 사람 발자국과 백운봉까
지 동행하였으며, 함왕산성 지날 무렵에는 깊은 눈을 러셀하고 릿지 눈길을 뚫은 그 사람 덕을 좀 보았다.
한바탕 거친 숨으로 올라 용문산 남동릉 532m봉이다. 이제 일로북진이다. 532m봉 남쪽 능선에는 오간 사람이 없
다. 용문사 오는 도중에 생사면을 치고 이 능선을 붙들려고도 했는데 오간 사람이 있었더라면 아쉬울 뻔했다. 532m
봉을 내리고 비슷한 높이의 봉우리를 두 개 오르고 내리면 ╋자 갈림길 안부로 절고개다. 왼쪽은 상원사 1,050m,
직진은 용문산 정상 2,030m이다. 용문산 정상까지 줄곧 오르막이다. 심하게 가파른 데는 고정밧줄이나 데크계단이
있다.
3. 용문산관광단지 주차장에서 바라본 용문산
4. 용문사 가는 길. 나는 용문사 일주문 뒤쪽과 해탈교 가기 전의 노송을 좋아한다.
5. 백운봉, 용문산 정상 가는 도중에 가장 잘 보인 모습이다.
6. 맨 오른쪽이 추읍산, 멀리 왼쪽은 우두산과 고래산
7. 용문산 동릉
8. 용문산 정상 주변, 이 한 장의 사진을 얻기 위해 암봉을 달달 기어올랐다.
10. 추읍산, 용문산 쪽에서 볼 때 가장 예쁘다.
11. 한강기맥 갈림길. 아무도 가지 않았다. 나도 가지 않았다.
12. 눈꽃 세상인 설국에 들어선다.
16. 고도를 높일수록 눈꽃은 점점 더 화려하다.
당분간 등로는 숲속이라 눈 둘러 아무 볼 것이 없다. 감미봉 능선 너머로 준봉인 백운봉이 수렴에 가려 감질나게 보
일뿐이다. 걸음걸음 곁눈질하고 설사면을 내려가 수렴(樹簾)을 걷어도 보지만 신통하지 않다. 용문산 정상을 오르는
내내 시원스런 모습은 볼 수 없다. 데크계단 오르막이 시작되자 뒤돌아보면 용문시내가 들판처럼 보인다. 그중 우뚝
한 봉우리가 추읍산이다. 언제 보아도 아담하다. 추읍산 너머 왼쪽은 우두산과 고래산이고, 아주 멀리 흐릿한 하늘
금은 원주 백운산 연릉 연봉이다.
┣자 마당바위 갈림길 지나면 용문산 정상 0.9km 등로는 더욱 급박하고 험해진다.
그런 만큼 전후좌우로 볼거리가 많다. 나뭇가지 사이로 언듯 용문산 정상의 눈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등로 약간 벗
어난 암봉에 오르면 온전히 볼 수 있을 것 같다. 배낭 벗어놓고 기어오른다. 자칫 바위틈을 메운 눈에 빠질라 스틱으
로 걸음마다 찔러보고 기어오른다. 『내 청춘 山에 걸고』(평화출판사, 1994)의 산악인 우에무라 나오미가 생각난다.
그는 항상 장대를 배낭과 함께 등에 매고 다녔다. 예측하지 못한 크레바스라도 만나면 장대에 걸려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 암봉을 굳이 오르지 않아도 좀 더 가면 암봉에서처럼 용문산 정상의 눈부신 눈꽃을 볼 수 있었다. 상고대
눈꽃 속으로 들어간다. 설국이다. 고도를 높이면 높일수록 더욱 화려하다. 한편 여태 해결하지 못한 한 가지 고민의
현장에 점점 가까이 다가간다. 천사봉으로 덕순이를 데리러 가야 하는가. 지난주에 용문산을 가려고 계획할 때부터
덕순이를 데리러 가야겠다고 염두에 두었다. 어제 저녁 눈이 변수로 급부상했다.
천사봉까지 도상 2.3km. 눈이 없다고 하더라도 왕복 2시간은 잡아야 한다. 용문산 정상의 눈꽃이 지지 않고 그 시
간동안 나를 기다려줄 리 만무하다. 어쩌면 눈꽃과 덕순이 둘 다 놓칠 수도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간다. 아, 살았
다! 용문산이 나더러 천사봉을 가지 말라고 한다. 한강기맥 갈림길 그리로는 눈이 소복이 쌓였고, 양평소방서에서
‘등산로 없음(산악사고 발생지역)’이라는 전에 없던 팻말을 세웠다. 그 팻말 뒤로 산행표지기가 나뭇가지에 달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깊은 눈길에는 아무도 오가지 않았다. 그만 미련을 거둔다. 한 사람이라도 오간 흔적이 있다면 가려고 했을까? 나도
모르겠다. 덕순이를 놓아주고 나니 파란 하늘을 배경한 눈꽃이 한층 아름답게 보인다. 가파른 데크계단 오르고 평상
놓인 쉼터의 ┫자 장군봉 갈림길 지나 110m 데크계단을 오르면 용문산 정상이다.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백설이 만
건곤하다. 무명자 윤기(無名子 尹愭, 1741~1826)의 「눈을 읊다(詠雪)」가 적절하다. 6구의 “솔은 평생 지녀온 매운
절조의 푸름을 잃었네(松失平生苦節靑)”는 무명자가 송백후조(松柏後彫)를 모를 리 없고, 눈이 엄청 와서 오늘처럼
소나무도 온통 뒤덮어버렸다는 뜻이리라.
처음엔 나비처럼 어지러이 날리다가 다시 꽃처럼 떨어져
천지를 뒤덮으니 눈과 귀가 적막하네
소록소록 덮여 높고 깊은 경계 없어지더니
어느새 다시 혼돈의 형상 되었어라
까마귀는 온몸이 선명하게 검은 것을 자랑하고
솔은 평생 지녀온 매운 절조의 푸름을 잃었네
고요한 중에 속된 물건 없어진 것 기쁘니
때때로 바람이 지나가며 초가를 울리네
初如蝶亂更花零
籠却乾坤寂視聽
泯然不復高深界
倐爾還成混沌形
鴉誇全體分明黑
松失平生苦節靑
翻喜靜中無俗物
時時風過響茅亭
ⓒ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 이규필 (역) | 2014
용문산 주봉을 가섭봉이라 한 것은 이 산 정상에 가섭암이 있어서가 아닐까 한다.
미수 허목(眉叟 許穆, 1595~1682)의 「미지산기(彌智山記)」중 일부다.
“미지산(彌智山, 용문산 옛 이름) 정상에 가섭암(伽葉庵)이 있고, 가섭암 북쪽에 미원암(迷源庵)과 소설암(小雪庵)
이 있다. 그 북쪽은 옛 맥(貊) 땅으로 지금의 수춘(壽春)과 화산(花山) 지역인데, 산수가 가장 깊다. 가섭암 아래에는
묘덕암(妙德庵)과 윤필암(潤筆庵)이 있고, 윤필암 아래에는 죽장암(竹杖庵)이 있다. 죽장암 남쪽에는 상원사(上元
寺)가 있는데 (…).”
용문산 정상 바로 아래 따스한 햇볕이 가득한 테크 전망대에서 휴식한다. 어디선가 동고비가 날아와 반긴다. 간식으
로 가져온 빵을 동고비와 나누어먹는다. 동고비는 한 조각을 입에 물고 어디론가 날아갔다가 금세 다시 오곤 한다.
이 나이가 되도록 궁금증이 이는 병통이다. 왜 동고비일까? 동고비가 무슨 의미일까? 한자 쓰임이 있을까? 가장
근접하게 보이는 동고비 이름의 유래다.
동고비가 고개를 쳐들 때 등이 아래쪽으로 곱은 듯이 보이기 때문에 붙인 이름인 듯하다고 한다. 즉, ‘등곱이>등고비
>동고비’가 되지 않았겠느냐 이다.
18. 고도를 높일수록 눈꽃은 점점 더 화려하다.
19. 멀리 가운데는 추읍산
21. 앞은 용문봉, 그 뒤는 중원산 능선, 그 뒤는 도일봉
22. 흐드러지게 핀 눈꽃
23. 뒤는 천사봉(문례봉, 폭산)
24. 마유산(유명산)
25. 용문산 가섭봉 정상
26. 동고비
27. 오른쪽 뒤가 도일봉
28. 왼쪽은 봉미산, 그 앞 오른쪽은 천사봉
29. 멀리 왼쪽은 추읍산
30. 장군봉 가는 길
▶ 장군봉(將軍峰, 1,065m), 백운봉(白雲峰, 941m), 두리봉(543m)
장군봉 가는 길. 용문산 가섭봉 남쪽 사면을 길게 돌아간다. 옅은 지능선을 넘고 넘는다. 다른 때는 그 1km가 퍽 따
분한 먼 길인데 오늘은 도리어 짧게만 느껴진다. 눈꽃 천상화원의 그 원로(園路)를 가기 때문이다. 혹시 놓친 경치가
있을까, 저 앞은 또 어떤 경치가 펼쳐질까. 잰걸음 하다가도 열 걸음에 아홉 걸음은 뒤돌아보곤 한다. 오가는 이 없
는 오붓한 원로임에야.
용문산 서봉(1,135m) 아래 배너미고개 갈림길에 올라서고, 으레 배너미고개 쪽 산모퉁이 돌아가 본다. 용문산 서쪽
의 조망이 훤히 트이는 경점이다. 그간 적조한 고래산과 문안산 그 앞의 청계산과 대부산, 마유산, 중미산이 반갑다.
장군봉을 향한다. 눈꽃이 급속히 지고 있다. 눈에 띄게 조금 전의 풍경과 다르다. 등로는 눈으로 매끈하게 포장하여
줄달음하기 좋다. 장군봉이 금방이다. 데크 전망대가 모처럼 역할 한다. 추읍산은 아담하고 단정한 모습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장군봉에서 왼쪽 상원사 쪽으로 갔다. 장군봉 쪽으로 가는 발자국은 아침에 만난 그 발자국뿐
이다. 함께 간다. 칼바람이 분다. 북풍이다. 오늘만 북풍이 부는 게 아니었다. 곳곳에 눈 처마가 깊다. 앞 사람 발자국
그대로 간다. 긴 내리막이 함왕봉에서 잠깐 주춤한다. 사나사 가는 길 3.2km는 오가는 이가 없다. 다시 가파르게 내
린다. 작년 가을에 여기쯤에서 덕순이를 보았는데 오늘은 일부러 눈을 돌린다. 이 깊은 눈 속에서 눈을 마주쳤다가
는 덕순이도 죽고 나도 죽어날 것이므로.
석축이 흐트러졌던 함왕산성이 오늘은 눈 둔덕이다. 암릉이 이어진다. 앞 사람이 헤맨 데서는 나도 헤맨다. 날등 릿
지가 등로다. 오늘은 좌우 절벽이 더 깊어 보인다. 엉금엉금 기어 지난다. 암봉인 868m봉은 설벽을 오르고 내린다.
868m봉 정상은 전후로 갈 길과 온 길이 요연히 보이는 데크 전망대다. 반공을 차지한 백운봉이 험준하여 이를 앙다
물게 한다. 868m봉은 얌전히 왼쪽 슬랩을 돌아내린다. 그리고 구름재다. 눈길 발자국은 오로지 백운봉이다.
이 백운봉 북릉 0.65km를 오를 때마다 예전의 짜릿하던 손맛이 그립다. 언제부터인가 암릉 암벽을 밧줄에 이어 데
크계단과 철계단으로 덮어버렸다. 아무런 재미없이 백운봉을 오른다. 백운봉이 용문산 최고의 경점이다. 두 곳 데크
전망대를 오가며 사방 둘러 보고 또 본다. 그런 다음 햇볕이 가득한 바위벽 아래 공터에 점심자리 편다. 탁주 한 잔
에 치악산을 가늠하고, 또 한 잔에 백운산을 가늠한다. 독작이어도 눈 아래 가경을 안주하니 거푸 잔을 비운다.
백운봉 정상을 내림과 동시에 아이맥스 영화는 끝난다. 백운봉에서 두리봉 또는 용문산자연휴양림을 오간 발자국이
많다. 가장 흔한 것이 가장 귀하다고 했다. 두리봉 말고도 그와 거리가 비슷하거나 더 긴 여러 산줄기가 서로 어서
오시라 유혹하지만 숙고 끝에 사람들이 흔히 다니는 길로 간다. 눈길 또한 잘 났다. 가파르고 긴 내리막은 682m봉
너른 헬기장에서 잠시 주춤하다 그대로 풀어진다. 칼바람도 수그러들었다.
오늘은 두리봉도 경점이다. 은빛 반짝이는 남한강 건너로 한수이남 경기도 최고봉인 양자산(710m)이 가깝고, 두리
봉 정상 바로 아래 암릉 끄트머리에 다가가면 북쪽에 우뚝한 693m봉이 백운봉을 닮았다. 이제 눈도 시들해졌다.
두리봉을 내릴 때는 아이젠 발톱 상할라 돌길 피해 눈길 골라 디딘다. 등로는 한 차례 급박하게 내리 쏟다가 소나무
숲길 나오면 잠잠해지고 사면 돌아 용문산자연휴양림 입구다. 데크로드에서 등산객 한 분과 마주친다. 이 근처에
버스정류장이 있는지 물었다. 약 20분 거리인 큰길까지 걸어 나가면 있다고 한다. 카카오 택시 부른다. 오늘도 오고
가고 황제 산행이다.
33. 멀리 가운데가 추읍산
34. 눈꽃 터널은 계속 이어진다.
35. 가섭봉 서봉 아래 배너미고개 가는 길에서 바라본 마유산(유명산). 그 오른쪽 뒤는 중미산
36. 멀리 왼쪽부터 검단산, 예빈산, 예봉산, 그 앞은 청계산, 그 앞은 대부산
37. 눈이 상당히 깊다.
38. 백운봉, 이때부터 등로는 험해지기 시작한다.
39. 멀리 가운데는 도일봉, 그 앞 오른쪽은 중원산
40. 앞은 백운봉 동쪽 산줄기
41. 멀리 왼쪽부터 검단산, 예빈산, 예봉산, 그 앞은 청계산, 그 앞 오른쪽은 대부산
42. 가운데 뒤쪽이 두리봉
43. 멀리 왼쪽은 천마산
44. 백운봉 정상 표지석
45. 왼쪽 앞은 682m봉 헬기장, 오른쪽은 693m봉, 헬기장 뒤쪽이 두리봉
46. 백운봉 서릉
47. 두리봉에서 바라본 693m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