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제 12회 월드컵은 투우의 나라 스페인(에스파냐)에서 개최되었다.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카리브해(중앙 아메리카 동쪽의 대서양을 가리킴.
쿠바, 도미니카 등이 이에 속함) 연안, 그리고 북중 아메리카 국가들의 출전 티켓이 2장으로 늘어나면서 출전국은 24개국으로 증가했다. 1차 리그에서 4개국씩 6조로 나뉘어졌고, 각 조의 상위 두 팀이 다시 4조로 나뉘어 리그전을 벌여 각 조 우승팀이 준결승과 결승을 치르도록 하였다.
당시, 정세가 불안했던 스페인에서는 개막식 중에도 카탈루니아(스페인 북동부의 한 지방)의 독립을 외치는 젊은이가 나타날 정도였다. 카를로스 국왕과 왕비, 황태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열린 스페인과 온두라스의 개막전. 이 경기에서는 온두라스가 약체였음에도 불구하고 1:1 무승부로 끝났다.
그 후, 유고슬라비아에 2:1 승, 북아일랜드에게 1:0으로 패. 골득실 차로 간신히 2차 리그에 진출해, 우승을 장담하던 스페인으로서는 체면을 구겼고, 2차 리그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채 탈락하고 만다.
아시아에서는 쿠웨이트, 오세아니아에서는 뉴질랜드가 나갔으며 아프리카에서는 '검은 사자'라 불리던 카메룬과 알제리가 모습을 보였다. 이 대회에서 카메룬의 우승 확률은 희박했지만 1차 리그에서 이탈리아, 폴란드, 페루같은 강팀들을 상대로 모두 무승부를 연출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카메룬의 경기에는 아프리카에서 온 기도사가 등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또 다른 아프리카 출전국 알제리와 서독의 경기에서 서독의 베아 발 감독은 '만약 알제리 따위에 진다면 우리는 바로 짐을 싸겠다!'라고 큰 소리를 쳤다. 그러나 경기 결과는 알제리의 2:1 승. 알제리는 칠레에게도 3:2로 승리했지만 골득실 차로 2차 리그 진출에 실패했다.
한편, 쿠웨이트는 잉글랜드에 1:0 패, 체코와는 비기고, 프랑스에게도 4:1로 패해 본선 진출에 실패했는데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웃지 못할 소동이 벌어졌다. 하필, 이 경기가 열리던 날은 이슬람교 사회(쿠웨이트는 이슬람 국가임.)에서 매우 중요시되는 금식 기간이었다.
그래서 정신이 없었는지 관중석에서 들려오는 '삐익' 하는 소리를 쿠웨이트 선수들이 호루라기 소리로 착각해 멈칫 한 순간 프랑스 선수가 골을 넣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생겼다. 쿠웨이트 축구협회장 파아드 왕자가 항의를 하여 이 골은 무효 처리되었으나 끝내 프랑스가 대승을 거두면서 이 소동 때문에 쿠웨이트는 벌금 2만 5000프랑을 내야 했다.
월드컵 바로 전에 포클랜드 전쟁(영국과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 섬의 영유권을 두고 다툰 전쟁)이 터져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가 서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참가했지만 다행히 부딪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네덜란드를 이기고 본선에 올라온 벨기에에 1:0으로 패했다. (잉글랜드의 방송에서는 아르헨티나의 시합 대신 골프 경기를 보여주었다 한다.) 아르헨티나는 헝가리에 4:1 승, 엘살바도르에 2:0으로 이겨 2차 리그 진출 성공. 하지만 2차 리그에서 브라질과 이탈리아에 굴복해야 했다.
한편 1970년, 온두라스와 축구 전쟁을 일으키고 12년 만에 두 번째 본선 무대에 나선 엘살바도르는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10:0으로 완패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어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도 2:0으로 져 3전 3패로 2차 리그 진출 완전 실패.
영원한 우승 후보 브라질 역시 출발이 산뜻했다. '펠레의 후계자'라 불리웠고 현재 일본 국가대표팀 감독인 지코의 활약에 힘입어 소련에 2:1 승, 스코틀랜드에 4:1 승, 뉴질랜드에 4:0 승. 가뿐히 2차 리그에 올랐지만 이 꿈의 팀을 가로막은 곳이 있었다. 바로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였는데 1조에서 폴란드, 카메룬, 페루와 차례로 비기며 자취를 감출 뻔했지만 골득실 차로 겨우 2차 리그에 진출했다.
-2차 리그에서의 이탈리아-
아르헨티나에 2:1 승. 브라질에 3:2 승.(이탈리아의 영웅 로시의 해트트릭) 충격적인 브라질의 패배에 브라질에서는 두 명이 자살했고 다섯 명이 심장마비로 숨졌다.
준결승전에서도 폴란드를 2:0으로 물리치고 결승에 나아갔는데, 여기서도 두 골 모두 사냥꾼 로시가 넣는 진기록이 나왔다. 이탈리아의 결승전 상대였던 서독은 모든 경기마다 힘든 과정을 거쳤다.
예선 1차전에서도 알제리에 어이없이 패한 후, 칠레에는 4:1 승. 예선 마지막 오스트리아와의 경기에서 서독은 1승을 더 올려야 했고 이미 2승을 거둔 오스트리아는 크게 지지만 않으면 2차 리그에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서독이 1:0으로 이겼고 골득실에 따라 알제리가 안타깝게 떨어지고 만다.
2차 리그에서 서독은 잉글랜드에 0:0 무승부, 스페인에 2:1 승. 준결승에서는 프랑스에 3:3 무승부를 내 승부차기로 결승전을 뛸 수 있었다.
7월 11일 바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아주리 군단과 전차 군단의 대결이 시작됐다. 전반전은 득점 없이 끝났고 후반 11분, 이탈리아의 로시가 선취골을 넣었다. 다시 이어지는 타르델리와 알토벨리의 득점. 서독의 브라이트너가 끝나기 직전 1점 만회. 3:1로 이탈리아가 승리해 우승컵은 이탈리아에게 주어진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로마인, 밀라노인과 같이 국가 의식보다 지역 의식이 강해 각 도시의 클럽 팀에 비해 국가대표팀에 무관심한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월드컵 우승은 이러한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주었다. 특히 숙적 서독을 이긴 아주리 군단의 기적은 연령, 계층에 관계없이 이탈리아 모든 국민에게 기쁨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