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오늘의시조문학상 수상작품>
냄비
임성규
그을음이라 써놓고
그리움으로 읽는다
오래된 바닥에 눌러붙은 불의 기억
닦는다, 속살 보일 때
붉어지는 네 낯빛
들썩이는 뚜껑을 슬며시 들추면
일어서는 거품 속에서
소리가 흘러내려
불현 듯 나도 모르게
닦아낸 말의 무늬
기울어진 길 위로 타닥타닥 피는 어둠
까맣게 타버린 냄비 속 감자 같은
더 이상 씻을 수 없는
하루를 벗겨낸다
-《가히》 2023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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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오늘의시조시인상 수상작품>
저녁의 말[言]
김제숙
한 바퀴 세상을 돌아 말들이 오고 있다
붉은 사막 거친 들판 깊은 강을 건너서
허언들 난무한 세상에서
살아남아 귀환 중이다
음절들이 모여서 이룩하는 방식으로
난해한 상형문자 맨몸으로 해석하고
말들은 시간과 내통하며
서사를 이어왔다
울음 긴 삶의 문법 풍상을 건너면서
어깨는 기울고 심장도 헐렁해졌다
그 낡은 언어와 함께
오래도록 걸어왔다
소란했던 한 생의 지난한 몸짓들은
책등에 얼굴을 묻고 늙어갈 일만 남았다
마지막 정거장에서
그 말들을 기다린다
카페 게시글
童詩. 時調 감상
오늘의시조문학상 - 임성규. 오늘의 시조시인상 - 김제숙
박봉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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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0 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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